경기 침체와 연두색 번호판
고가 수입차 8년 만에 판매 감소
“럭셔리카 시장에 무슨 일이?”
지난해 고가 수입차 판매량이 8년 만에 감소했다. 경기 침체와 법인차의 연두색 번호판 부착 제도가 그 배경으로 지목되며, 그간 상승세를 이어온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경기 침체와 번호판 제도의 영향
지난해 1억원 넘는 고가 수입차의 판매량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12월 동안 1억원 이상 수입차는 총 6만2520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년(7만8208대) 대비 20.1% 감소한 수치다.
1억원 이상 수입차가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하며, 2023년 28.9%였던 비중은 지난해 23.7%로 5.2%포인트 줄어들었다. 이러한 감소는 경기 침체와 더불어 법인차에 도입된 연두색 번호판 제도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BMW가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 부문에서 2만4543대를 팔아 1위를 차지했으며, 메르세데스-벤츠(1만9529대)와 포르쉐(8254대)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럭셔리 브랜드의 판매량 감소는 특히 두드러졌다. 1대당 가격이 3억원 이상인 벤틀리의 경우, 판매량이 2023년 810대에서 지난해 400대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번 감소세는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 고소득층과 법인이 주요 고객인 고가 수입차 시장은 경제 불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지난해 도입된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부착 제도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8000만원 이상 법인차에 대해 연두색 번호판을 의무화한 제도는 세금 혜택을 받는 고가 법인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고, 이로 인해 고가 수입차 구매를 꺼리는 법인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법인 명의 수입차 등록 비율은 줄어든 반면, 개인 명의 등록 비율은 증가했다. 2023년 법인 명의 수입차 등록 건수는 10만7677건으로 전체의 39.7%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35.3%(9만2983건)로 하락했다. 반면 개인 명의 등록 비율은 64.7%(17만305건)로 상승했다.
‘다운 계약’과 국토교통부 조사
이와 더불어 연두색 번호판을 피하기 위한 편법도 등장하고 있다.
일부 법인 고객들은 차량 취득 가격을 8000만원 이하로 낮추어 신고하고 나머지 금액은 현금으로 결제하는 ‘다운 계약’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편법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신규 및 변경 등록된 법인 승용차의 취득 가격과 기준 가액을 비교해 차이가 큰 경우 과세 당국이나 경찰에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두색 번호판이 법인의 고가 수입차 구매를 크게 억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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