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국내 조선업계는 충격적인 사건과 발생했다. 대우조선해양(現 한화오션)의 5조원 규모 분식회계가 터진 것. 해양플랜트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발생한 이 사건은 한국 조선업계가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이후 업계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 위기 극복에 나서야만 했고, 그로부터 13년이 지나서야 재무제표 상으로 흑자 전환을 기록한다.

2024년 3분기 국내 ‘빅3’ 조선업체(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모두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조선업의 호황기, 이른바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고가 선박 수주 확대, 신조선가 상승, 유리한 환율 등 외부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그런데 이 호황이 단순히 외부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신호인지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조선업계가 현재의 성과를 미래에도 지속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의 재무제표를 면밀히 분석하고, 본질적인 내재적 가치를 확보했는지 검증이 요구된다.

2022년을 기점으로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은 모두 각기 다른 실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똑똑한 시장이 가장 먼저 알아보았다.
한화오션은 시가총액이 약 9조 원에서 16조 원으로 큰 폭 상승하며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자산총계와 부채총계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자본총계는 소폭 감소(4조1807억원)하며 자본 안정성은 약간 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이는 부채 증가와 수익성 개선 간 균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런데 한화오션은 2조6000억원의 재무활동현금흐름에서 보듯이 적극적인 자금조달로 3사 중에 가장 적극적인 시설 투자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2024년 3분기 동안 자본총계는 소폭 증가(3조4092억원 → 3조7311억원)했다. 반면 부채비율은 357→ 304%로 낮아졌다.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며, 수익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아직까지 3사 중에서 결손금(2조원)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이에 반해 HD현대중공업은 시가총액이 18조1985억원에서 27조8748억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1위 조선사인 이 회사는 가장 낮은 부채비율(209%) 등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강화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의 2024년 3분기 기준 수주잔액은 약 44조 원이다. 연간 매출액 대비 3년 6개월의 일거리가 확보된 셈이다. 이는 다른 조선사들도 모두 비슷하다. 보통 3~4년의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다.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HD현대중공업은 안정성과 성장성 모두에서 강점을 보였다. 한화오션은 시장 성장 가능성이 두드러지지만 부채 관리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삼성중공업은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으나 자산 활용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주가가 급등 중인 최근 3개월(2024년 반기~3분기)은 확실히 달라진 조선 3사의 경영전략을 엿볼 수 있다. 실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재무 구조 개선에까지 신경을 쓰면서도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시장 점유율 확대와 신사업에 투자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LNG선 및 친환경 선박 수주에 집중하거나, 미국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 등 3사의 경쟁이 뜨거워지는 중이다. 다소 우려되는 점은 우리 조선사끼리의 경쟁 심화다.

조선업의 불황이 장기화될 때,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Big3 → Big2로 바꾸려던 시도가 있었다. 중국 조선사의 덤핑에 국내 조선사가 휘둘리지 않으려는 대책 중에 하나였다. 조선업이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의 아픔을 되새기며, 진정한 조선 강국의 타이틀을 다시 찾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우수한 인재 확보가 절실하다. 장기 불항으로 조선업계는 노하우를 갖춘 인력 이탈이 심각했다. 다행히 2025년 신입사원 경쟁률이 50:1을 넘었다는데 이런 상황을 그냥 흘려보내 버리면 안 된다. 조선사는 큰 배를 만드는 생산직만 있어 보이지만 생산관리, 특수선설계, 엔진, ESG, 재경 등 다양한 기술 분야의 인력이 필요하다. 1개 조선사에 무려 1만명의 인력이 근무한다. 재무나 회계 쪽도 수주산업의 특수성과 원가관리, 자금조달 등도 정밀해야 한다. 호황을 활용해 우수한 인재를 뽑고, 양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과거와 다른 조선업계가 될 수 있다.

또 스마트 조선소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생산 공정의 효율성과 품질을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 기술 혁신에 대한 투자도 지속하며, 고부가가치 선박 제작 역량을 강화하자. 탄소 중립 기조에 따라 저탄소·무탄소 선박을 만들고, 기존 유럽·북미 시장 외에도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해 수요를 확대하자. 국내 조선 3사의 호황은 주식 투자자에게 긍정적 신호이지만, 그렇다고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기술 혁신, 친환경 선박 개발, 글로벌 시장 공략, 인재 양성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외생적 요인에 의존하지 않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 전환의 기회를 잡아야 할 때다. 국내 조선업계가 글로벌 리더십을 확고히 다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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