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자동차 소비 보조금 철폐를 검토하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배터리 3사는 이럴 때 일수록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 리더십 확보와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류가 결국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24일 삼성SDI에 따르면 2024년 R&D 투자액은 2023년(1조1364억원)보다 많은 1조2000억원쯤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SDI는 2024년 3분기까지 9861억원을 R&D에 투자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 늘었다. 4분기에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면서 연간 R&D 투자비 증가율은 7.8%로 커졌다.
삼성SDI는 2022년(1조764억원) 이후 3년 연속 R&D 투자 1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삼성SDI의 R&D 투자는 전고체 배터리,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 개발로 향하고 있다. 국내외 연구소를 중심으로 글로벌 연구기관과 협력도 강화하는 중이다.
최주선 삼성SDI 신임 사장은 올해 신년 메시지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슈퍼사이클을 준비하고 올라타자”며 “시장이 원하는 혁신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2024년 R&D 투자액으로 전년(1조373억원)보다 6%쯤 증가한 1조1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역대 최대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8760억원에서 2023년 처음 1조원을 넘어섰고 2024년에도 투자 확대 기조를 이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리튬황, 실리콘 음극재,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성과 창출로 이어질 R&D 경쟁력 제고에 힘쓸 것”이라며 “이길 수 있는 차별화 제품 기술을 위한 자원 투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SK온은 지난해 매출 급감으로 투자 여건이 악화했지만 2023년 대비 R&D 투자액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파악된다. SK온의 2023년 R&D 투자액은 3006억원이었다.
유정준 SK온 대표이사(부회장)와 이석희 대표이사(사장)는 공동 명의 신년사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추진하고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해 ‘셀-투-팩’ 기술 고도화 등 미래 기술의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며 “이는 전기차 시장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3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비 비중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2024년 누적 3분기 매출 대비 연구비 비중은 삼성SDI가 7.7%로 가장 높았다. SK온(4.5%)과 LG엔솔(4.1%)이 뒤를 이었다. 2023년 같은 기간 삼성SDI 4.9%, SK온 2.2%, LG엔솔 2.8%보다 각각 더 높은 수치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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