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에선 12·3 내란사태 책임자 측의 여러 궤변이 쏟아져 나왔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구속기소)이 대면한 23일, 윤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확인되는 핵심 발언 또한 수두룩했다. 이들이 내란 사태 축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모순이 드러난 7가지 장면을 꼽았다.
1. “(포고령 수정하지 말고) ‘그냥 놔둡시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그냥 놔뒀는데 뭐, 기억이 혹시 나십니까?”
탄핵심판 피청구인 윤 대통령이 김용현 전 장관을 직접 신문하면서 처음 던진 질문이다. 윤 대통령은 “12월 1~2일 밤에 우리 장관(김용현)께서 제 관저에 오신 걸로 기억된다”며 “(포고령이) 상위 법규에도 위배되고 구체적이지 않아 집행 가능성도 없는 거지만 그냥 놔둡시다라고 말씀드리고 놔뒀는데”라며 기억 나느냐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이 포고령을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윤 대통령도 그 책임을 김 전 장관에 떠넘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 질문으로 스스로 포고령을 직접 확인했으며 위헌임도 인지했음을 되레 실토한 셈이 됐다. 김 전 장관은 “평상시 대통령은 (보고하면) 법전부터 가까이서 찾아보고 하시는데, 그렇게 안 찾으시더라고요”라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검찰에선 윤 대통령이 포고령 초안을 법전을 뒤져가며 검토하고 수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2. “우리 헌법과 계엄법은 비상계엄 상황에서도 국회의 권한은 제한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포고령 초안을 작성할 때 이런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까?”
계엄 포고령의 위헌성은 이번 탄핵심판의 핵심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포고령이 위헌임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즉답을 피해왔다. 국회 측 대리인이 이를 단도직입적으로 신문하자 김 전 장관이 부인하지 못하면서 포고령의 ‘초헌법성’이 재차 드러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3. “피청구인도 이 (포고령) 1항 내용을 보고 아무런 문제 제기를 안 했습니까?”
곧바로 국회 측이 던진 질문에 대한 김 전 장관의 답변이다. 윤 대통령이 포고령을 살피고 최종 승인한 사실이 또 한 번 확인됐다. 포고령은 “국회의 활동”을 비롯해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했다.
4. “비상계엄 요건은 대통령이 판단하시는 겁니다. 요건에 대한 것은 대통령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김 전 장관에게 “이런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이 한 답변이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의 목적이 “거대 야당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자, “부정선거에 대한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직후 이같이 말했다. 국헌 문란, 의회 제도에 대한 부정이 드러나는 비상계엄 선포의 최종 결정권자가 자신이 아닌 윤 대통령이라고 직접 밝히는 발언이다. 검찰의 김 전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결심할 때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왔다고 주장했다.
5. “입법권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가지고”
김용현 전 장관의 이 증언은 별도 입법기구를 만들려 했다는 자백이 됐다. 김형두 헌법재판관이 ‘최상목 문건’에서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이 예산이 왜 필요했나?”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은 “기재부에다가 긴급재정입법권을 해서, 이 입법권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가지고, 그걸 가지고 이런 어떤 해소하지 못한 막혀있는 부분을 해소하자. 그래서 이렇게 정리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입법기구 아까 말씀했는데 입법권한 실행할 기구 말한 것 같다”라는 이미선 재판관의 질문에 “네”라고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이를 두고 “뻔한 거짓말을 빼더라도 오늘 윤석열과 김용현의 ‘진술’ 자체만으로도 탄핵사유 충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법안을 통과시킬 별도의 조직을 언제 어떻게 만들려고 예산까지 편성시키나. 국회가 존재하는데, 별도 입법 기구가 어떻게 작동을 하나”라고 물었다.
6. “제가 뭐 이렇게 쓸 때 잘못,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이 때문인지 김 전 장관 발언 직후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급하게 김 전 장관에게 “지금 비상 입법기구 단어 때문에 굉장히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국회를 대신하는 입법기구를 생각하신 건 아니죠”라며 진술 번복을 유도했다. 김 전 장관은 이에 따라 “기재부 장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라며 “쓸 때 잘못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자기 진술을 번복하는 한편 문건에 담긴 ‘국가비상 입법기구’란 용어 뜻을 스스로 부정하고 나섰다. 변론에선 이처럼 김 전 장관이 스스로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포고령’과 ‘계엄 담화문’ 내용을 부정하는 진술이 반복됐다.
한편 김 전 장관은 ‘최상목 문건’을 두고 장관끼리의 ‘협조 요청’이라고 축소했으나, 허위 증언일 가능성이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현 대통령 권한대행)은 3일 계엄선포 직후 윤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서 “자료”를 넘겨 받았고, 당시 윤 대통령에게 직접 “참고하라”는 취지의 말도 들었다고 국회와 검찰에 진술했다. 만약 김 전 장관이 해당 문건을 작성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윤 대통령의 승인이 있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문건엔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 3가지 명령이 ‘지시’ 형태로 들어가 있어, 경제부총리에 단순 ‘협조 요청’을 구하는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
7. “정치 상황이 좀 어려우면 굉장히 좀 약간 이렇게 감정적으로 기복이 올라가시는 경우도 있고…”
피청구인 윤 대통령이 자신의 기분과 감정기복에 따라 비상계엄을 평소에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윤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로 볼 수 있는 증언이다. 국회 측이 김 전 장관에게 “증인의 검찰 진술을 보면, 초반엔 증인도 피청구인에게 계엄 선포 같은 비상조치는 만류하는 취지로 진술했던 것 같다. 피청구인 대통령이 비상조치 이런 얘기를 하면 초기엔 증인도 그걸 조금 기다리시라 만류하는 취지로 진술했던 것 같더라”고 신문하자, 김 전 장관은 “맞다”라며 위처럼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상황이 좀 안 좋고 정치 상황이 좀 어려우면 굉장히 좀 약간 이렇게 감정적으로 기복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이러다 보면 또 그런 어떤 말씀이 있을 수도 있는데”라며 “다음 날 되면 또 전혀 어떤 이상 없이 임무 수행을 하시고” 한다고 했다. 이어 “처음 듣는 사람은 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랫동안 겪으면서 대통령의 그런 생각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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