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에 분노…”명백한 내란” “내란 수괴”
‘정권교체’ 꼽으면서도 “野 국정 마비는 잘못”
차기 지도자는 ‘지역구 의원’ 李 대답 보다는
“모르겠다” “대선 하면 생각” 유보 응답 많아
인천 계양을 민심은 보수 정권에 싸늘했다. 계양을은 인천에서도 대표적인 더불어민주당 초강세 지역이자,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다. 17대 총선부터 22대 총선, 중간에 치러진 보궐선거를 포함해 모두 8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7번을 민주당 후보가 승리해 ‘보수 무덤’이라고도 불린다. 그만큼 계양을 민심은 보수 정당, 보수 정권에 대해 냉정하다고 평가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부터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까지 일련의 정치 상황을 맞이한 계양을 주민들은 이전보다 더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강한 모습이었다. 설 명절 연휴를 앞둔 지난 24일 계양을 곳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인천 계양구 병방동 계양산전통시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김모 씨는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살면서 이런 일을 또 겪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함께 장을 보러 온 최모(60대·여)씨도 “안 그래도 윤 대통령이 잘한다고 생각을 안 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됐다”며 “명백한 내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모(30대·남)씨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정무적 감각이 결여된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고, 한모(30대·남)씨도 “내란 수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한다. 그의 추종자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을 향한 질타도 나왔다. 임학역 인근에서 만난 계양을 주민 김모 씨(50대·여)는 “내란 수괴를 왜 감싸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분개했다.
자신을 중도보수 성향이라고 알린 최모(40대·남)씨도 “매 선거마다 그래도 민주당보단 국민의힘을 지지해왔는데 이번에 너무 실망했다”며 “대통령을 탄핵시키지 말아야 한다면서 옹호하는 것에 일단 지지를 철회하기로 했다. 앞으로 대선이 열린다든지 하면 그 때 다시 생각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이르면 3월 말께 낼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계양을 주민들은 ‘정권연장론’보다 ‘정권교체론’에 더욱 힘을 싣는 모습이었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연장론’이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온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17일 무선(97%)·유선(3%) ARS 전화조사를 통해 ‘차기 대선 집권세력 선호도’를 물은 결과, ‘집권여당의 정권연장’을 택한 응답자는 48.2%,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를 택한 응답자는 46.2%였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병방동에 최근까지 거주한 유모(40대·여)씨는 “여권은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서 마치 이번 사태에 잘못이 없다는 것처럼 하는데, 그 점이 많이 아쉬웠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권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모(40대·여)씨도 ‘정권교체’를 꼽으면서도 “국정을 마비시키는 행태는 옳지 못하다”고 민주당의 탄핵 및 입법 독주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어 ‘바람직한 차기 지도자상’에 대해 “국가 운영이 일방적이지 않아야 하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가 현안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말고 이념을 떠나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자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장에 함께 방문한 김 씨와 최 씨도 “당연히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육아휴직 중이라고 밝힌 30대 여성 홍모 씨는 “정권 연장”이라며 “민주당이 요즘 하는 걸 보면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도 똑같을 것 같다. 지금 정부가 하던 일을 이어가서 안정화시키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차기 대통령으로 선호하는 인물’에 대해선 이 대표 지역구임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를 선택하기보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많이 나왔다.
유 씨는 고민하다 “야권에 아직까지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며 “이 대표도 (사법리스크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새로운 사람이 나올지 상황을 좀 두고 보고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김 씨도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면서 “다만 후보 검증을 제대로 하길 바라고, 사법적인 문제로 논란의 여지가 없고 도덕적으로도 청렴한 후보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최 씨는 “지금 같아서는 어느 누구도 찍고 싶지 않다”며 “정치인들이 거기서 거기 같다는 생각 때문에 대선이 진짜로 치러질 경우에 생각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계양1동에 거주하는 이모(30대·남)씨는 “누가 좋은지는 모르겠는데 이 대표는 아닌 것 같다”며 “사람이 책임감이 없다. 지난 총선 때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여기 출마하면서 명룡대전이다 뭐다 해서 떠들썩해지니까 그때만 반짝 얼굴 비추고 요즘은 얼굴조차 보기 힘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구도 안 챙기는 사람이 국가는 제대로 챙기겠느냐”라고 탄식했다.
30대 남성 지모 씨는 “이재명”이라며 “힘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안정이 금방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도 나서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홍 씨는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를 선호한다”면서 “이 대표나 다른 국민의힘 후보들이나 거론되는 인물 중에는 대통령으로 뽑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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