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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전례 없는 한파가 국내 먹거리 물가에 또 한 차례 상승 압박을 가할 조짐이다. 국산 과일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대체제로 주목받던 수입 농산물 가격마저 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북극발 한파가 미국 전역을 강타하며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CNN은 “이번 주 미국 전역의 75% 이상이 영하권에 접어들 것”이라며 경고했고 미 기상청(NWS)은 평소 온화한 날씨로 알려진 텍사스, 조지아, 플로리다 지역에까지 겨울 폭풍 경보를 발령했다.
이례적 추위는 미국 농업 생산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대두와 오렌지 생산지가 위치한 남동부 지역에 기후 악재가 이어지며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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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3월물 대두 선물은 부셸(27.2kg)당 10.56달러로 전주 대비 1.27% 올랐다. 전월 대비로는 8.92%, 연초 대비로는 5.65% 상승한 수치다.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대두 생산국인 미국은 한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대두 공급국 중 하나다. 특히 한국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대두 물량의 약 40%를 들여오고 있어 해당 지역의 기상 상황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루이지애나에는 역대 최초로 눈보라 경보까지 발령되면서 파종 지연과 생산 차질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구자룡 충남대 농업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파로 인해 땅이 얼면 파종 시기가 늦춰지고 이후 농사 일정도 순차적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오렌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오렌지 최대 산지인 플로리다주 역시 한파 피해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욕 ICE 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4.84달러로 전주 대비 0.64% 상승했다.
이미 플로리다는 감귤녹화병과 기후 변화로 인해 오렌지 생산량이 줄어든 상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2024~2025 시즌 플로리다 오렌지 생산량이 1200만 상자(약 41kg)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930년 이후 최저치다.
기후 변화로 인한 ‘기후플레이션’은 국내 식탁 물가에도 불똥을 튀길 가능성이 크다. 대두는 라면이나 빵, 과자 등 가공식품 원재료로 사용되고 오렌지는 신선 과일과 주스 원료로 활용된다. 식품업계에서는 고환율에 기후 악재까지 겹치며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값이 오른다고 바로 가격을 올리기는 어렵지만 현재 고환율 상황에 한파까지 더해져 원가 압박이 심화될 것 같다”며 “이로 인해 가공식품뿐 아니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밥상 물가 상승세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수입 농산물 가격은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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