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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법은 재정적 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법적 장치이다. 이 과정에서 ‘채무자관리인(DIP·Debtor-In-Possession)’ 제도는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하며 회생절차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필자가 최근 수행한 채권자 대리 사건에서, 법원은, 채권자도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그것이 채무자관리인의 의사에 반하는 M&A를 내용으로 하더라도 유효하다는 판단을 확정하였다.
통상적인 회생절차에서는 M&A가 이루어지더라도 채무자 관리인이 주도하여 이를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사안은, 채무자 관리인이 독자적인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가 채무자관리인의 의사에 반하여, 제3자를 인수인으로 하는 M&A를 내용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였던 경우였다. 이로 인해 채무자와 채권자가 각각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동시에 채권자집회의 의결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 채권자들은 제3자 인수인이 지급하는 인수대금을 통해 채권자들이 일시에 현금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채권자 제출 회생계획안에 손을 들어주어, 위 계획안이 법원의 인가를 득하였다.
이에 채무자관리인은 크게 반발하여, 기존 경영권을 유지한 상태에서도 충분히 회생이 가능하므로 이와 같은 법원의 인가결정은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채무자회생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하며 즉시항고 및 재항고를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채권자 제출 회생계획안이 공정하고 형평에 맞으며 수행이 가능할 것 등의 채무자회생법상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면 유효하고, 인가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번 결정은 도산법이 이번 결정은 도산법이 채무자 보호에 국한되지 않고, 이해관계자인 채권자들에게도 회생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채무자관리인의 의사에 반하는 M&A가 법원의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은 채권자 중심의 회생계획안이 도산법 체계 내에서 가지는 가능성과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즉, 회생절차상의 M&A는 단순히 채무자 기업의 부채 해결을 넘어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채권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M&A를 활용한 회생계획안이 회생절차에서 더욱 자주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이해충돌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법원은 이러한 충돌을 조율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심리절차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도산절차는 단순히 부실기업의 구제를 넘어 도산절차의 이해관계인 모두에게 중요한 경제적 안전망으로서 기능하고, 기업의 가장 효율적인 생존 방안을 도모할 수 있는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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