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혼잡이 계속되면서 입점 면세점들도 연쇄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국 수속이 3시간 이상 걸리는 바람에 공항 이용객들이 면세점 등 부대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자 매출이 줄어든 것이다.
25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공항 출국장 혼잡이 가시화된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입점 면세점들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작년 12월부터 인천공항 출국장 이용객들의 수속 시간이 길어지면서 입점 면세점들의 매출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20~3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안다”면서 “공항 시설과 프로세스 문제로 고객들이 쇼핑할 여유 없이 출국하고 있어 대목이어야 할 연말·연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항 입점 면세점들은 인천공항에 여객 수에 따라 임대료를 산정해 지불한다. 이에 따라 공항 이용객이 늘어나는 여름휴가나 명절 연휴 등에는 더 많은 임대료를 내야 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배치되지 않은 제2여객터미널 4단계 확장 구역에 입점한 일부 면세점의 경우 매출액 기준으로 임대료를 내고 있지만, 나머지 면세 구역은 여객수에 비례해 임대료를 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기간인 이달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10일간 인천공항을 이용할 여객 수는 총 214만1000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 기간보다 13%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출국장 혼잡이 계속되는 가운데, 공항 이용객이 늘어날 거란 소식에 면세점들의 근심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면세업체 관계자는 “매출은 안 느는데, 여객 수는 늘어난다고 하니 임대 수수료 걱정부터 앞선다”면서 “말 그대로 손해 보며 장사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 사업자들은 공항 혼잡으로 인해 영업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게 되자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에 개선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실적이 회복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면세점협회가 집계한 면세점 총매출액은 2019년 24조8600억원에서 코로나가 발생한 이듬해 15조5000억원으로 꺾인 후 2023년 13조76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런 기조는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지난해 매출이 3조94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으나, 면세사업 부문의 부진으로 5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등 경쟁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실적 부진으로 희망퇴직을 시행 중인 롯데면세점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수수료가 많이 드는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에게 물건을 팔지 않기로 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비용 절감을 위해 시내 면세점인 부산 센텀시티점의 운영을 12년 만에 중단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줄어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한 공항 면세점에 집중하던 차였는데, 공항 시설 문제로 영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라면서 “인천공항은 하루빨리 영업을 정상화하거나, 정상화 전까지 임대료를 낮추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이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조선비즈에 “공사는 출국 소속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와 보안 검색 업무 시작 시간을 앞당기고 관련 인력도 최대한 확보하는 등의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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