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삼각동에 있는 ‘청계천 한빛공원’이 앞으로 5년간 공사장으로 변할 전망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 서울 도심 구간 환기구를 이 곳에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공원은 미래에셋증권 등이 입주해 있는 미래에셋센터원빌딩 바로 앞에 있다. 면적 2105.7㎡ 공원에 잔디가 원형으로 깔려 있어 인근 빌딩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앞마당’처럼 이용하고 있다. SK텔레콤, 하나금융그룹, 교원그룹, 하나투어 등 여러 회사들의 직장 어린이집도 가까이 있어 아이들이 뛰어 놀기도 한다. 공원이 빌딩 자산가치 상승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환기구 공사를 둘러싸고 미래에셋이 서울 중구, 국가철도공단(KR)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미래에셋 측은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어 GTX-B 공사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 조선비즈가 취재했다.
◇미래에셋센터원 빌딩 앞 공원에 5년간 GTX-B 공사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청계천 한빛공원에서 GTX-B 용산~상봉 구간 제2공구 노반 공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24일부터다. 90m 깊이로 땅을 파 환기구가 설치되며, 공사가 진행되는 5년 간 공원 이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공사인 한신공영은 다음 달 3일 공원 부지 3분의2 정도에 높이 7m 정도의 울타리를 칠 예정이라고 한다. 공사는 2030년 1월에나 마칠 예정이다.
미래에셋 측은 현재 이 공원 소유주가 서울 중구이지만 자신들도 일종의 ‘지분’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일대가 재개발되어 미래에셋센터원빌딩이 지어질 때 시행사는 40억원을 들여 이 땅에 ‘한빛미디어파크’를 만들고 중구에 기부채납했다.
이후 미래에셋은 공원과 관련한 재원을 한 차례 더 부담했다고 한다. 한국전력공사는 이곳에서 2017년 11월부터 약 3년간 청계천로 전력구 공사를 벌였다. 서울 중구는 공사가 마무리 된 2019년 9월 미래에셋 측에 “공원을 재조성하겠다”며 사업비 지원을 요청했다. 미래에셋 측은 입주사들이 낸 돈을 합쳐 총 사업비 6억원의 70%에 해당하는 4억2000만원을 중구에 전달했고, 공원이 재조성됐다.
◇미래에셋 측 “자산가치 손해 예상… 법적 대응도 검토”
미래에셋 측은 자신들의 자금 지원으로 공원이 만들어졌는데, 중구가 공사 시작 16일 전인 지난 8일에서야 ‘GTX-B 환기구를 공원에 설치하는 공사를 5년 간 진행한다’고 통보해왔다고 했다. 미래에셋 측은 중구와 KR에 사전 논의 없이 환기구 공사가 진행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환기구를 다른 장소로 이동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고충 민원 신청을 한 상태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직원과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재조성 비용까지 냈는데 5년간 건물 바로 앞에서 7m 펜스를 마주하게 됐다”며 “소음, 진동, 분진, 공사 차량 통행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산가치 손해가 예상되어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중구 “GTX-B는 국책 사업” KR “공사 신속히 추진”
중구 관계자는 “KR이 이곳에 환기구를 짓겠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시민 불편을 고려해 반대했으나, GTX-B 신설은 국책 사업이고 환기구는 법률상으로 공원 점유가 가능해 허가했다”면서 “지상에 환기구가 최소한으로 돌출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곳이 아닌 다른 땅은 사유지여서 환기구를 설치하려면 추가로 토지 매입 비용이 발생한다고도 했다. KR 관계자는 “공사를 신속히 추진하고 인근 직장인과 시민이 공원을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5년 간 공원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인근 직장인 최모(33)씨는 “점심을 먹고 날이 좋으면 공원을 돌면서 기분 전환을 하고는 했다”며 “환기구를 다른 곳에 설치하면 좋겠다”고 했다. 미래에셋센터원빌딩에서 일하는 김모(48)씨는 “어린이집 원아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활기를 얻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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