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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 투자 받은 ‘겟주’도 서비스 종료… 주류 스마트오더, 대기업 중심 재편

조선비즈 조회수  

주류 스마트오더 시장에서 11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던 ‘겟주’가 오는 31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지난해 11월 업계 2위 ‘달리’가 문을 닫은 데 이어서 또 다른 주류 스마트오더 스타트업이 시장을 떠났다. 전문가들은 주류 스마트오더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2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겟주는 이달 말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겟주는 2023년 서비스를 시작한 후발 주자다. 운영사 보나캠프는 회사 설립 직후 신한캐피탈, IBK캐피탈 등으로부터 11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주류 스마트오더 단일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특히 홍콩 프리디(FreeD) 그룹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면서 해외 진출 가능성도 점쳐졌다.

주류 스마트오더 어플리케이션 겟주. /겟주 제공
주류 스마트오더 어플리케이션 겟주. /겟주 제공

서비스 초기 대규모 투자에 따른 할인 행사와 프로모션이 이어지자 초기 반응은 뜨거웠다. 2024년 7월,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한 달 주문 건수 1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기준 월간 거래 건수는 2만건을 웃돌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와인과 위스키를 중심으로 고가 주류 시장이 휘청이고, 주류 스마트오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용자 충성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정보 사이트 혁신의숲에 따르면 12개월 기준 재구매율은 22%대를 기록했다. 이용자 네 명 가운데 한 명 정도만 1년에 한 번 이상 겟주를 사용했다는 뜻이다.

한국주류종합연구소 관계자는 “겟주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투자로 단기간에 이용자를 확보했지만, 주류 스마트오더 특성상 소비자들이 여러 앱에서 가격을 비교해 제일 저렴한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강해 충성도를 확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주류 스마트오더는 2020년 주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 개정으로 시작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류 산업이 움츠러들자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술을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하는 방식이다. 주류 판매점은 매장 공간 한계로 비치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주류를 온라인상에서 팔 수 있다. 소비자 역시 매장별로 가격을 일목요연하게 비교할 수 있게 했다.

2020년을 기점으로 데일리샷과 달리, 키햐, 일킬로미터와인, 짠샵, 겟주 같은 주류 스마트오더 스타트업이 줄지어 이 시장에 발을 들였다. 업계 1위 데일리샷은 올해 8월까지 누적 투자금 125억원, 시리즈B 투자 단계까지 진출해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반면 겟주와 업계 2위였던 달리는 문을 닫았다.

한국소믈리에협회 관계자는 “주류 스마트오더는 ‘깜깜이’였던 와인이나 위스키 시장 가격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주류 시장에 획을 그었다”면서도 “치열한 가격 경쟁 때문에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독자 생존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현재 주류 스마트오더 시장은 편의점 프랜차이즈와 대형 주류 수입사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CU의 ‘CU BAR’, GS25의 ‘우리동네 GS’ 등 편의점 프랜차이즈 앱과 상장사 나라셀라가 운영하는 ‘1KM와인’ 등 대기업 계열 앱은 이용자 수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 각지 1만여곳이 넘는 오프라인 매장과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주류 스마트오더 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규모를 기반으로 수입사에 먼저 맞춤형 주류 상품을 요청하기도 한다.

브랜드 포지셔닝 전문가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주류 스마트오더 스타트업들이 초기 투자금으로 소비자를 확보했지만, 오프라인 거점 확보가 핵심인 사업 구조상 기반이 확실한 대기업과 경쟁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주류 스마트오더는 주세법이 바뀌지 않는 한, 반드시 특정 매장을 한 차례 방문해서 직접 수령해야 한다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편의점이나 대형 유통사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한 블루브릭바 바텐더는 “국내 주류 시장 규모가 2023년 기점으로 10조원이 넘었고, 주류 제조면허를 보유한 국내 사업체도 3200여곳에 달한다”며 “앞으로 주류 스마트오더 시장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프리미엄 주류 큐레이션이나 차별화한 주류 정보 제공 등 독보적인 서비스로 승부하는 플랫폼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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