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보수 진영 안팎에서 제기된 ‘부정선거론’에 대해 “근거가 없다”며 선을 그엇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사법부 등이 ‘근거없다’고 판단한 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측이 비상계엄 선포의 핵심 이유로 부정선거 의혹을 키우고 있어 난감해 하는 기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정선거론’을 일축했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증거 발견된 것이 없지 않나”며 “당은 부정선거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윤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에 대해 ‘무죄 추정의 원칙’을 들며 엄호하면서도 부정선거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도 부정선거론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석열계’인 김민전 의원이 최근 의원 단체대화방에서 부정선거를 연일 주장하자, 다수의 의원들이 “자중해달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지난 19일 자신의 유튜브에 “수개표가 아닌 전자개표 방식을 고집하니, 대통령은 의혹 덩어리라고 생각되는 선관위에 대해 전면적인 강제 수사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부정선거론’에 제대로 선을 긋지 못하면 지지층 확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선관위와 수사기관, 법원 모두 부정선거의 근거가 없다고 밝힌 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10월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부정선거 고발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대법원도 2022년 7월 민 전 의원이 제기한 선거무효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로 부정선거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윤 대통령 측이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부정선거론’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체포된 후 공개한 편지를 통해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며 계엄 이유로 부정선거를 지목했다. 선관위가 ‘전산시스템 해킹 무방비’ 주장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 변론 과정에서 관련 의혹을 거듭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당내 기류는 난감한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해선 절차적 공정성 등을 강조하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측) 핵심 주장인 ‘부정선거론’은 거리를 둬야 하기 때문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 채용 등으로 인해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고, 국정원과의 합동 점검 결과, 선거관리 시스템과 서버에 보안이나 방어가 취약하단 부분이 있었다. 선거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는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정선거론’과 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사이에서 당의 난처한 상황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수도권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에 대해 심각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으니 그런 부분도 무시할 수 없지 않겠나. (당 지도부로선) 고심해서 나온 메시지인 것 같다. 당도 그냥 (부정선거 의혹을) 없는 것처럼 넘어갈 수는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다만 향후 조기 대선이 가시화할 경우 당 지도부가 ‘부정선거론’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는데 선을 그으면 윤 대통령을 털어낸다는 인상을 주니 당 지도부로선 적극적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는 것 아닌지 우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계속 안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당은 부정 선거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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