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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압박 나선 트럼프… 연준 ‘흔들기’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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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에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남긴 손 편지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에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남긴 손 편지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 나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인하에 대한 속도조절을 시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트럼프, 새해 첫 FOMC 앞두고 ‘금리인하’ 압박 발언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종식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 인하를 요청하겠다고 밝히면서, 금리 인하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가 내려가면 즉각적인 금리 하락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내려야 하며, 우리 금리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면 인플레이션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고, 자동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는 직접적인 발언도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대화하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연준이 금리인하 요구에 응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강력한 입장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느 정도의 금리 인하를 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많이 낮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준은 통화정책에 대해 독립적인 의사결정 권리를 가지고 있는 기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이 연준에 대한 최소한의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개입 의지를 보여 왔다. 

이 같은 발언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흔드는 발언이다. 독립성 훼손 논란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직후부터 압박 공세에 나선 모습이다. 

시장에선 이 같은 발언이 향후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연준은 오는 28~29일(현지시간) 새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 금리 속도조절 시사한 연준… 대통령 발언에 영향 받을까 

연준은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0.50%p(퍼센트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것을 시작으로 금리 인하에 착수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2월까지 세 차례 인하돼 4.25~4.5%로 낮아졌다. 

연방준비제도는 오는 28~29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의장이 지난해 11월 7일(현지시각) 워싱턴의 연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AP·뉴시스
연방준비제도는 오는 28~29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의장이 지난해 11월 7일(현지시각) 워싱턴의 연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AP·뉴시스

새해 첫 FOMC에선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연준이 올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3.9%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제시한 금리 전망치(3.4%) 대비 0.5%p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금리 인하 예상 횟수는 기존 4회에서 2회로 조정됐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FOMC를 앞두고 압박 발언을 가했다. 다만 이 같은 압박 발언이 곧바로 통할지는 미지수다. 파월 의장이 기관 독립성 의지를 강하게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11월 FOMC 회의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단기적으로 볼 때 선거가 우리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사퇴를 요구할 경우 그만둘 것이냐는 질의에는 “안 하겠다”라고 답했다.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할 법적 권한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국정기조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상대국엔 고율 관세정책을, 자국 기업엔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을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시장에선 이 같은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준이 금리인하에 속도조절을 시사한 것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연준이 통화정책을 놓고 마찰할 경우, 우리나라 역시 부담이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단행한 후, 이달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국내 정치 상황과 주요국 경제정책의 변화에 따라 경제전망 및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선 연준이 금리인하에 속도조절을 시사한 것 역시, 이번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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