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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따라 오른 세뱃돈, 누구에게 얼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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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 영향으로 세뱃돈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와 국내외 정국 불안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져 주머니가 가벼운 채 설 연휴를 맞았지만 자녀와 조카들의 기대에 찬 눈길을 외면하기 어렵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2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숭의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세배 예절을 배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2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숭의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세배 예절을 배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설에 세뱃돈 봉투에 얼마를 담아야 적당할까. 어른들의 식사 자리, 또 온라인 대화 공간에도 세뱃돈 논란이 한창이다. 몇 살까지 줘야 하는지, 나이에 따른 적정 금액은 얼마인지 여러 의견이 쏟아진다. 

카카오페이는 24일 송금봉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설 연휴기간 중고등학생들이 받은 세뱃돈 평균은 7만4천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평균 5만4천원과 비교하면 1.4배나 올라간 액수다. 

카카오페이는 물가가 오른 영향으로 10만원 이상 세뱃돈을 받는 중고등생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부모님께 드리는 명절 용돈 평균은 약 2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카카오페이 설날 송금봉투 이용 건수는 4배 이상 늘어났고, 주고받은 금액 역시 5.3배가 늘었다고 카카오페이는 전했다.

이 회사는 또 ‘중고등학생에게 주는 세뱃돈은 얼마가 적당할까’를 주제로 22부터 23일까지 투표를 진행했다. 이에 참가자 7만8천여명 중 65%가 5만원이 적정하다고 답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도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설날 용돈 적정 금액’을 조사했다. 이 결과 조카 용돈으로 적합한 금액은 5만원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만원(28%), 3만원(14%) 순이었다.

부모님 등 웃어른에게 드리는 설 용돈은 30만원(31%)이 적당하다는 답변이 1위였고 50만원(22%), 20만원(20%) 등이 뒤를 이었다.

인공지능(AI)에게도 설 세뱃돈의 적정액을 물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모델 코파일럿(Copilot)은 우선 세뱃돈을 주는 사람의 경제적 상황, 받는 연령 그리고 지역이나 가족의 전통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는 1만원에서 2만원 정도가 적당할 수 있고, 좀 더 큰 아이들에게는 3만원에서 5만원 정도가 적절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어린이집 아이들이 서울 송파구 엘스 아파트 노인정에서 어르신들께 세배한 뒤 세뱃돈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설 연휴를 앞두고 어린이집 아이들이 서울 송파구 엘스 아파트 노인정에서 어르신들께 세배한 뒤 세뱃돈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뱃돈은 몇 살까지 줘야 할까.

지난해 2월 롯데멤버스가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20대 이상 남녀 2천명을 조사했다.

세뱃돈을 주는 시기로 대학생(34.7%)과 고등학생(34.7%)까지가 많았다. 취업 전 성인(16.5%)이나 결혼 전 성인(5.1%)에게 준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편의점 CU도 같은 시기에 자체 커머스앱인 포켓CU를 통해 8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취업 전까지 세뱃돈을 준다’는 답변이 3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성년자는 모두 준다'(30.4%), ‘나이와 관계 없이 세배만 하면 모두 준다'(18.4%), ‘어린이까지만 준다'(6.7%) 순으로 답했다. 응답자의 2.1%는 ‘많이 버는 사람이 적게 버는 사람에게 준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응답자들은 세대별로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취업 전까지 준다’고 답한 이들 가운데 48%는 20대였다. 취업준비생 비중이 높은 20대의 희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30대에서는 ‘많이 버는 사람이 적게 버는 사람에게 준다'(39%)는 지극히 현실적인 답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안정적인 40대는 ‘미성년자는 다 준다'(44%)가 다수였다.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장수경로당을 찾은 지역 어린이집 어린이들이 어르신들에게 안마를 해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장수경로당을 찾은 지역 어린이집 어린이들이 어르신들에게 안마를 해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받을 땐 즐겁고 주자니 세금 같은 세뱃돈은 언제 어떻게 생겼을까. 

민속학자들에 따르면 세뱃돈에 가까운 풍습이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조선시대인 18세기 후반이다.

실학자 유득공이 정조 때 쓴 것으로 추정되는 세시풍속지 ‘경도잡지'(京都雜志)에 ‘문안비’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문안비는 ‘문안 인사를 전하는 노비’다. 

먼 곳에 살아 직접 명절 인사를 갈 수 없는 윗어른에게 아랫사람이 노비나 집안의 어린아이를 보내 인사를 대신 전했다는 기록이다. 이때 아랫사람은 문안비에게 음식이나 과일을 들려 보냈고 윗사람은 답례 및 여비 차원에서 소정의 돈을 건넸다. 이 돈을 세뱃돈의 유래로 보기도 한다.

조선후기 문신이자 서예가 최영년의 칠언절구 시를 실어 일제강점기인 1925년 발간한 ‘해동죽지’에도 아이들이 어른에게 세배하면 ‘세뱃값’을 줬다는 기록이 있다. 이 책에 실린 시에는 민속놀이와 음식, 풍속, 의복 등 민중 생활사가 담겨 있다.

이웃 나라인 중국에서는 11세기부터 붉은 봉투에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있었고, 일본도 17세기부터 세뱃돈 풍습이 있었다. 19세기 후반 조선이 개항한 뒤 일본인과 중국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살면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성의를 가득 담는 것도 세뱃돈을 주는 이의 지혜다. 손이 베일 듯한 신권을 깔끔한 봉투에 담아 건네는 것이다. “새해엔 좋은 책을 읽어라” 등의 부담스럽지 않은 손글씨를 봉투에 적어 주면 한층 유쾌한 설날을 보낼 수 있다.

뉴스프리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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