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2024년 4분기 적자를 냈다. 2017년 1분기 이후 처음 적자 전환한 것이다.
24일 삼성SDI는 2024년 4분기 영업손실이 2567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이익 2953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생산 세액공제(AMPC) 249억원이 포함된 수치다. 4분기 매출과 순손실은 각각 3조7545억원과 2427억원이다.
삼성SDI는 올해 기술 경쟁력 강화, 사업 체질 개선이라는 핵심 전략을 통해 지속 성장 기반을 구축할 방침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차별화된 기술력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상반기에 실적 회복의 전기를 마련한다.
올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약 2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SS용 배터리 시장은 AI 산업 영향 등으로 전력용·UPS용 수요가 증가하며 북미를 중심으로 약 14%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소형 배터리 시장은 인도 등을 중심으로 전기이륜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동공구 등은 고객의 재고 조정이 지속되며 수요 회복이 지연될 전망이다. 전자재료 부문은 AI용 고부가 제품 수요의 확대에 따라 반도체 소재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일부 시설투자와 배당 미실시 등으로 군살을 빼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비(非)전기차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24일 2024년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방 수요 불확실성으로 여러 업체가 투자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며 “당사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보수적 기조로 투자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 생산라인을 활용해 신규 라인 증설 비용을 줄이거나 일부 투자는 시기를 조절하며 효율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올해 시설투자는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 GM 합작법인, 전고체 배터리, LFP 및 46파이 배터리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는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전기차용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등 ESS 생산능력을 2024년 말 대비 20%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성SDI는 “ESS는 높은 안전성과 차별화된 성능을 바탕으로 생산 능력의 90% 수준에 해당하는 수주를 이미 확보한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미주 지역 ESS 수요는 AI 산업 및 신재생 재생에너지 확대로 향후에도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3년 간 현금배당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SDI는 24일 “중장기 성장을 위한 시설투자 지속으로 배당 재원인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적자 지속이 전망된다”며 “2025~2027년 3년간은 현금 배당을 미실시 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또 향후 경영성과, 잉여현금흐름 및 투자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2028년에 주주환원정책을 재수립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수요 둔화와 정책적 불확실성 영향으로 주요 고객사가 재고조정을 우선 진행하고 있다”며 “단기간 내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하반기부터 실적이 본격 개선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어 “올해 경영여건이 쉽지 않지만 고객과 긴밀히 협의해 매출과 수주 확대, 기술 경쟁력 강화, 사업 체질 개선 등으로 실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미래 성장 준비를 착실히 하겠다”며 “올해 실적은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 점진 개선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