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과 복종’ 지시하는 상관 책임이 더 엄중하다
상급자가 지시하는 명령은 무조건 복종해야 할까.
군생활을 했던 모든 군인들은 ‘상급자 명령은 늘 옳은 것인가’에 대하여 한번쯤 고민했을 것이다. 12.3 비상계엄 당시 명령에 복종했던 군인들이 직면한 곤란함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군대에서 명령과 복종은 계급의 위계질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명령은 상급자가 지시하고 하급자는 복종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서로의 관계를 통해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의 일방적인 권한과 의무가 아니라 상호 공감대가 필수적이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 24조는 ‘명령 발령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군인은 직무와 관계가 없거나 법규 및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반하는 사항 또는 자신의 권한 밖의 사항에 관하여 명령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군인은 자신이 내린 명령의 이행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선언하는데, 명령은 지시했다고 끝나는게 아니라 명령권자인 상급자가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한다.
반면 군인복무기본법 25조는 ‘명령 복종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도록 명시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직무상 명령’이라는 표현이 애매하다. 명령의 정당성에 대하여 의문이 발생할 경우 하급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기준이 없다.
이번 비상계엄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우리 군이 이러한 ‘명령과 복종’ 이슈에 대하여 심도깊은 토의와 고민할 수있던 기회가 두 번 있었다.
첫째, 안타까운 세월호 사고관련 당시 기무사령부 소속 6명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재판을 받고 실형을 받았다.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직권남용(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과 ‘권리행사방해(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함)’로 이뤄지는데, 군인이나 공무원들이 법령 위반을 인지하지 못하고 상급자의 지시를 이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미래의 직권남용 피의자가 될 수 있었다.
고인이 된 당시 이재수 사령관이 부하들을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지시했던 사령관이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하들은 명령이행에 따른 법적 처벌을 받아야했다.
둘째, 미국의 2020년 5~6월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던 시위대가 백악관 주변까지 몰려들자 트럼프 대통령은 군대 출동을 명령했다. 하지만 명령을 받은 밀리 대장은 자신을 합참의장으로 발탁한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미군 지휘관들에게 지휘서신을 보내 ‘미군의 임무는 수정헌법의 가치(종교·언론·청원·출판·집회의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각 부대가 독자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통합을 강조한 바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을 합참의장이 거부했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사례였고, 이후 밀리 대장은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치고 전역했다.
위에서 언급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 군인들은 명령과 복종관련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좀 더 고민하여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게 안타깝다.
군형법 제47조는 ‘명령 위반’관련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이를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당한’이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는데, 국방부는 새로운 입법예고를 통해서 군인복무기본법 25조가 군형법과 일관성을 갖도록 보완하고 있다.
명령과 복종은 동시에 발생하지만, 명령을 지시하는 상급자들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 명령이 시작되어야 복종 여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명령이 과연 적법하고 정당한가에 대하여 충분히 고민하는 것이 복종하는 부하들에 대한 배려가 될 것이다.
전평시를 막론하고, 군인들이 명령을 하고 복종하는 과정에서 주저하는 법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평시부터 부단한 교육과 함께 애매한 상황에 대한 심층토의를 반복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선택은 개인의 몫이고 판단과 선택은 매우 쉽지않을 수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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