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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맥주 1위’ 오비맥주, 대리점·노동자 갈등부터 관세 회피 의혹까지 …위기의 본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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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가 대리점과 소비자, 정부 당국으로부터 연달아 불신을 사고 있다.

대리점 연대보증 강요, 관세 회피 의혹 등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가운데 오비맥주의 글로벌 대주주 AB인베브 이익 극대화라는 경영 구조가 본질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논란은 단순히 기업 운영의 문제를 넘어 소비자와 대리점, 노동자 모두에게 피해를 전가하며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대주주 중심 경영의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은 이에 반발해 지난해 총파업 출정식을 열기도 했다.

특히 대주주 관련 자금 유출 문제는 한국 주류 시장에서의 신뢰를 크게 저하시킬 뿐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비자 중심의 경영 전략을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대리점과의 불공정 거래?…공정위, 제재의 배경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17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가 연이은 논란에 휩싸이며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 대주주의 이익 극대화라는 경영 구조가 본질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부터 관세청의 관세 회피 의혹, 대규모 배당금을 통한 국부 유출 문제까지, 다양한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오비맥주는 벨기에 다국적 기업 AB인베브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매년 막대한 배당금을 대주주에게 지급하며 국부 유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배당금이 순이익을 초과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며, “오비맥주는 한국 소비자들이 낸 돈을 글로벌 대주주의 금고로 보내는 통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익 극대화를 우선시하는 구조는 대리점과의 거래 관행에서도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월 최근 오비맥주가 대리점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대리점 계약 시 모든 대리점에 연대보증인을 설정하도록 강제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연대보증을 요구받은 대리점들의 상당수가 이미 물적 담보와 채권한도를 통해 대금 미회수 위험을 충분히 관리하고 있었음에도, 오비맥주가 이를 무시하고 보증인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오비맥주는 연대보증인의 채무 최고액 한도를 설정하지 않아, 보증인들이 사실상 무한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였다. 이로 인해 대리점의 가족들이 보증인이 되는 사례가 많았으며, 조사된 연대보증인 622명 중 591명(95%)이 대리점 소속 직원의 배우자 등 가족으로 구성됐다. 이와 같은 구조는 대리점주들의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위험에 노출시키며 기업과 대리점 간 불평등한 거래 관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부 대리점이 가족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서명을 위조해 연대보증인을 설정하는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오비맥주의 요구 조건이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오비맥주의 이러한 관행이 ‘갑질’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등에서는 “대리점주 가족까지 담보로 삼는 기업과 거래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오비맥주의 이러한 경영 방식이 한국 사회의 공정성과 상식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철회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정위는 이를 명백한 법 위반으로 판단하며 오비맥주에 △위반행위 금지 △연대보증 조항의 수정 및 삭제 △대리점과의 공정한 계약을 위한 조치 등 시정명령을 내렸다.

오비맥주, 관세 회피 의혹까지…반복되는 법적 위기

공정위 제재와 더불어 오비맥주는 관세청의 조사로 또 다른 법적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관세청이 오비맥주가 맥주의 주요 원료인 맥아를 수입하며 배정된 쿼터 외 물량을 다른 수입업체를 통해 들여온 정황을 포착한 상황.

관세청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쿼터를 초과한 물량에 대해 국내 수입업체와의 거래를 통해 관세를 회피한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900억 원에 달하는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맥아는 맥주 생산에 필수적인 원재료로, 한국의 주류업체들은 대다수의 맥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관세청은 맥아 수입 시 쿼터를 초과한 물량에 대해서는 최대 269%의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으며, 쿼터 내 물량에 대해서만 30%의 낮은 관세율을 적용한다.

오비맥주는 이러한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수입업체를 통해 맥아를 추가로 들여오고, 이를 정상적으로 수입된 물량처럼 처리해 높은 세율을 피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과 추가 조사는 단순한 행정적 처분이 아닌, 형사범죄 여부를 살피는 단계로 검찰 고발과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비맥주는 이에 대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하며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시장과 소비자들의 신뢰는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2019년에도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300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어, 반복되는 논란에 경영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오비맥주, 순이익 넘어선 배당금…대주주 AB인베브 배불리기?

이 같은 오비맥주의 경영 행태는 대주주의 이익 극대화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오비맥주는 2014년 AB인베브에 인수된 이후 매년 1000억원에서 최대 4000억원에 이르는 배당금을 지급하며, 지금까지 총 2조2000억원 이상이 해외로 유출됐다. 문제는 배당금이 순이익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2023년 연결기준 매출 1조 5500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2348억원으로 전년 대비 35.1%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36.6% 줄어든 1535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배당금은 오히려 1900억원으로, 이는 전년(1350억원) 대비 40.7% 증가하며 실적 악화와 무관한 고배당 정책을 이어갔다.

특히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오비맥주의 배당금은 당기순이익을 초과했다. 해당기간 배당총액은 1조5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9916억원)을 5084억원 초과했다.

AB인베브는 단순한 배당금 외에도 오비맥주를 통해 이자와 로열티 등 다른 방식으로 추가 수익을 거두고 있다. 2022년 오비맥주는 대주주 AB인베브와의 고정금리 사채(5.17%) 거래를 통해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2017년 발행한 고금리 사채 상환을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향후 만기까지 1034억원의 이자를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구조다.

로열티 비용도 급격히 증가했다. 같은 해 약 54억원의 기술사용료를 AB인베브의 벨기에 법인(SPRL InBev Belgium BVBA)에 지급했다. 기술사용료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약 15억 원 수준에서 3.5배 이상 증가한 금액으로, 오비맥주의 매출 증가와 비례하지 않는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오비맥주의 2022년 매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 및 2022년 배당금 규모는 전년 대비 50% 이상 줄어들었지만, AB인베브는 이자를 통한 수익을 여전히 누려, 성과 대부분이 배당 감소분을 상쇄하려는 ‘꼼수’ 지적을 받고 있다.

오비맥주, 가격 인상·희망퇴직 강행…경영 투명성 시험대 올라

오비맥주 이천공장 총파업 출정식에서 오비맥주 노조원들이 대주주의 이익 극대화와 노동 여건 악화를 규탄하고 있다.(2024.07.02)[사진=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보도자료]
오비맥주 이천공장 총파업 출정식에서 오비맥주 노조원들이 대주주의 이익 극대화와 노동 여건 악화를 규탄하고 있다.(2024.07.02)[사진=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보도자료]

대주주의 이익 극대화 논란은 고스란히 소비자와 노동자들에게 돌아갔다. 오비맥주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켰다. 2023년에는 ‘버드와이저’, ‘호가든’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8% 이상 인상했다.

오비맥주는 희망퇴직을 정례화하며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지난해 10월에는 1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최대 34개월치 임금을 조건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노사 협의를 통해 선순환 차원에서 정례화했다”고 밝혔다.

같은해 노동자들은 총파업 출정식을 열기도 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오비맥주지회와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오비맥주노조는 “AB인베브가 주인이 된 후 노동 여건은 갈수록 악화됐다”며 “공정한 분배와 정당한 임금 인상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오비맥주의 지속적인 실적 악화에도 대주주 배당금 지급과 소비자 가격 인상이 반복되는 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길현 오비맥주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어려울 때 노동자들은 고통을 분담했지만, 회사는 실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어렵다며 노동자들을 외면했다”고 규탄했다.

김 위원장은 투쟁사에서 “AB인베브로 주인이 바뀐 후 우리의 삶과 노동 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현장 설비는 40도가 넘는 열기 속에서 언제 멈출지 모르고, 소모품조차 제대로 구입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은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고통을 분담하며 사측에 협조해 왔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사측은 실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늘 어렵다는 말만 반복해왔다. 이제 더 이상 사측의 허황된 주장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즉각 수정된 제시안을 내놓으라. 그렇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오비맥주의 경영 방식을 두고 전문가들은 “대주주의 이익 극대화만을 목표로 삼은 단기적 전략이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AB인베브는 2019년 한국 시장에 3년간 1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질적인 투자 이행은 이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오비맥주의 연도별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액은 2019년 약 898억원, 2020년 약 495억원, 2021년 약 1130억원, 2022년 약 5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총 약 3070억원으로, 약속한 투자 금액 1조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반면, 대주주로 유출된 자금은 그 수십 배에 달한다.

이로 인해 오비맥주가 대주주 이익만을 중시하고 장기적인 경영 안정성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오비맥주는 카스로 국내 맥주시장 1위를 지켜왔지만, 경영진의 단기적 이익 중심 전략이 계속된다면, 소비자와 시장에서 완전히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

잇따른 논란은 오비맥주가 소비자 신뢰와 경영 투명성을 회복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오비맥주가 AB인베브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지역 경제와 소비자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변화가 요구된다. 소비자 신뢰를 잃은 기업은 더 이상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실제 오비맥주 최근 4년간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영업이익이 ▲2945억원 ▲2620억원 ▲3618억원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2023년 ▲2348억원으로 2022년 대비 35% 감소했다.

특히 국부 유출 논란을 잠재우고, 대리점과의 상생 모델을 강화하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오비맥주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과제로 꼽힌다. 오비맥주가 이번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 퍼블릭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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