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가해자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최말자(78) 씨의 재심 청구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22일 부산고법에서 열렸다. 재심을 청구한 지 5년 만이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재욱)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최 씨 측 변호인은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처럼 (최 씨가 수사기관에) 체포·구금된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검찰 측은 “대법원이 재심 청구인 진술 그 자체가 재심 이유 존재를 뒷받침하는 핵심적 증거로 신빙성이 크다고 보고 파기환송 한 만큼 재심 개시 의견을 낸다”” 밝혔다.
이어 진행된 증인 신문에서 재심 청구인인 최 씨는 “1964년 7월 초 아버지와 함께 검찰청을 찾았다가 그날로 1평짜리 쪽방에 가둬졌다. 죄수복을 입고 조그만 방에서 조사받았고, 교도소에서 총 6개월12일간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 조사나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 조력을 받았느냐”는 재판부 질문에는 “아버지가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는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이어 “가장 중점적으로 볼 부분은 불법 체포, 감금 부분”이라며 변호인 측에 추가 제출할 자료가 있으면 내라고 요청했다.
|
최 씨는 18세이던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 노모(당시 21세) 씨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절단되게 한 혐의(중상해죄)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노 씨에게는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돼 최 씨보다 가벼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최 씨는 성폭행에 저항한 정당방위임을 주장했으나 당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면 주위 집에 들릴 수 있었고, 범행 현장까지 따라나섰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명명된 이 사건은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형법 교과서에서도 다뤄졌다.
최 씨는 사건이 있은 지 56년 만인 2020년 5월께 2018년부터 사회적으로 대두된 ‘미투운동’을 계기로 용기를 내 재심을 청구했고,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시대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판결”이라며 ‘검사가 불법 구금을 하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최 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최 씨 주장이 맞는다고 볼 정황이 충분하고, 당시 재심 대상 판결문·신문 기사·재소자 인명부·형사 사건부·집행원부 등 법원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며 파기환송 했다.
|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