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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강자와 약자가 바뀌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구속 국면에서 뒤바뀐 국민의힘 내부의 인식이다. 최근 국민의힘은 반등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며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역전했다. 윤 대통령 지지층의 서울 서부지방법원 난입이 반영된 이번 주 전국지표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보수 정당의 약점으로 손꼽히던 2030 세대의 지지율 급상승을 두고 보수층 결집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지율 골든크로스와 함께 국민의힘이 지켜온 마지막 ‘선’이 흐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계엄 정국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며 “계엄 옹호는 아니다”, 대통령 관저 앞을 지키며 “대통령 개인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변명처럼 덧붙였다. 하지만 대통령 체포·구속 상황에 과열된 지지층 앞에서 국민 정서를 의식했던 말들은 차츰 사라지고 있다. 서부지법에 난입한 피의자들에게 훈방 조치를 약속하고 계엄 정당화를 주장한 보수 유튜버들에게 설 선물을 보내는 등 극우 노선을 선택한 탓이다. 일부 의원들은 공공연히 확인되지 않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철저히 민주당 ‘강공 모드’에 의한 반사이익일 뿐이다. 29차례에 달하는 민주당의 탄핵 시도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감 등은 계엄 한 달 만에 지지율 역전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급격한 우경화 전략에 대한 중도층 반발은 이미 예견된 결과다. 여전히 절반이 넘는 국민들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강성 지지층의 환호에 취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상대 정당의 실책에 기댄 지지율은 언제든 다시 뒤집힐 수 있다. 당 일각에서는 “예상 못한 지지율 역전이 오히려 선거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될 경우 윤 대통령과 ‘결별’은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과 계엄을 옹호하는 극우 세력과의 거리 두기도 마찬가지다. 지지층에 편승하다 선거가 다가오면 급하게 중도층 공략 방안을 택한다 해도, 계엄 정국부터 지켜본 국민들의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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