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로부터 이번 사건을 이첩받은 지 36일 만이다.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이후 그렇다 할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며 씁쓸한 마침표를 찍게 됐다.
◇ 사실상 ‘빈손’… 수사력 한계 노출한 공수처
공수처는 23일 오전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은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 요구 처분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이번 사건에 대한 기소 권한이 없는 만큼, 검찰에 사건을 넘겨 마무리 수사 및 기소를 하도록 했다는 의미다. 당초 공수처는 1차 구속기한을 28일로 계산하고 이르면 25일경 사건을 송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사건은 예상보다 빠르게 검찰로 넘겨졌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합의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 검찰과 논의를 통해 체포 기간을 포함해 최대 20일인 구속 기간을 10일씩 나누어 쓰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서류 정리 등 시간을 고려해 조금 일찍 검찰에 송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공수처가 검찰에 넘긴 사건 기록은 총 69권, 약 3만 페이지가 넘는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궁극적으로는 윤 대통령이 조사를 전면 거부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수사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공수처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 체포 직후 대면조사를 진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추가 대면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첫 대면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조서 열람·날인을 거부하며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수사가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가 역력했지만, 이 역시도 무위에 그쳤다. 지난 20일과 21일, 22일 시도한 강제 구인 및 현장 조사는 모두 실패했고 전날(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도 불발됐다. 심지어 공수처는 지난 21일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변론기일에 참석 후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향한 것을 모르고 강제 구인을 시도하다 철수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공수처도 이러한 부분을 인정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저희는 공수처에 와서 조사받기를 원칙적으로 요구했고 힘든 경우 구치소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받자고 계속 설득했지만 (윤 대통령 측) 변호사들이 접견권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많은 시간을 빼앗았다”며 “사흘이나 그런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바꾸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어 “대치 상황을 길게 가져가기보다는 결국 기소해야 하는 검찰에 조속히 넘겨 검찰이 추가 조사하는 게 사안의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에 대한 체포·구속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계를 드러내면서 출범부터 이어진 ‘수사력 부족’ 꼬리표도 떼지 못했다. 일각에선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수사 기간 내내 계속된 ‘내란죄 수사권’ 논란이 윤 대통령의 조사 거부 명분이 됐음에도 공수처는 ‘보여주기 수사’에 치중하다 보니 제대로 된 수사가 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수사가 원활하게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공수처는) ‘존재감만 보여주면 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사실상 ‘빈손’으로 사건을 검찰로 송부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공수처를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공수처는) 수사할 능력이 전혀 없다”며 “1년에 200억원이라는 예산을 낭비하는 공룡 조직이고 필요 없는 조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본인들이 도입한 공수처가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공수처 폐지를 위한 여야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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