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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탄핵심판 기각에 MBC 내부 “尹 방송장악 눈감은 결정”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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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직무 복귀하게 된 이진숙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 23일 오전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직무 복귀하게 된 이진숙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기각하자 MBC 내부에서 “윤석열 정권의 위헌적 방송장악 음모의 맥락을 외면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야당 위원들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2인 의결이 합법이라고 결정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이진숙 위원장을 향해 “경거망동 말라”고 경고했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오전 방통위원장 임명 당일 공영방송 이사를 임명하는 등의 이유로 탄핵 소추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기각의견과 인용의견 각각 4대4 동수로 의견이 엇갈렸으나, 헌재법에 따라 파면 결정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탄핵소추가 기각됐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권의 위헌적인 방송장악 음모의 맥락을 외면하고 그로 인해 벌어질 위헌적 상황에 대한 고려도 부족했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이라며 기각 결정을 규탄했다. MBC본부는 “이 결정으로 이진숙이 방통위원장으로 복귀하게 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망령을 다시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짓밟고 극도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에서,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선봉이자 극우 편향성의 끝판왕인 이진숙의 복귀는 심각한 사회적 비극을 야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이번 탄핵심판의 주요 쟁점은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의 위법성 여부’였다. 방통위법은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인용을 주장한 4인은 “2인 의결 그 자체가 방통위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반면 기각을 주장한 4인은 “재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단체에 적을 두고 있는 것이므로, 방통위법의 재적위원은 문제되는 의결의 시점에 방통위에 적을 두고 있는 위원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며 “재적위원 전원의 출석 및 찬성으로 이뤄진 이 사건 의결이 방통위법상의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은 법규범의 문리적 한계를 넘는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기각 의견에 대해 MBC본부는 “방통위를 합의제로 설계한 헌법적·법적 의미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편협한 문언 해석”이라고 비판하며 2인 체제 위법성을 인정한 판례를 예로 들었다.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한 MBC ‘PD수첩’에 부과된 과징금 제재를 취소하며 “방통위가 2인의 위원으로만 구성된 상태에서 그 둘의 의결만으로 한 제재 조치는 의결 정족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서울행정법원은 MBC의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인용 보도와 자사 전용기 탑승 불허 보도에 내려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법정제재를 취소하며 “‘재적’의 사전적 의미에만 의존해 방통위법에서 규정한 재적위원을 현재 존재하는 위원의 의미로만 한정하고, 현재 존재하는 인원 수의 절반 이상이 출석한 경우 언제나 의사 정족수가 충족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방통위의 지위, 다수결 원리의 취지 등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MBC본부는 “이번에도 탄핵 인용 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은 ‘단순히 문언의 형식적 의미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방송의 자유는 물론 방통위를 독임제가 아닌 합의제 기관으로 설치한 입법 의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며 “결과적으로 헌재의 이번 결정은 지금까지의 사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동시에 법률 해석에 대한 혼란만 키우게 됐다”고 비판했다. 

▲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탄핵이 기각된 직후 이진숙 위원장은 “2인으로도 최소한 행정부에서 업무를,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판단을 내려 주신 의미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관련해 MBC본부는 “방통위 2인 의결에 대한 위법성 판단이 미궁에 빠진 사이, 이진숙 탄핵이 기각됐다는 것만으로 2인 체제가 합법인 양 호도하는 말들이 벌써부터 나온다”며 “이진숙, 김태규 방통위는 이 혼란을 악용해 말도 안 되는 의결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MBC본부는 “이진숙은 탄핵 후에도 극우 유튜브에 출연해 보수 여전사라며 자신의 극우 편향성을 자랑스럽게 드러내왔다. 윤석열의 내란 이후에도 자신의 SNS에서 윤석열을 옹호해왔다”며 “이런 이진숙이 내란이 끝나지 않은 작금의 혼란 속에 방송을 통제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헌재의 결정은 이진숙의 위법 행위와 방통위 2인 체제에 대한 면죄부가 결코 아니다”라며 “이진숙이 2인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며 또다시 MBC 장악 음모를 획책한다면, 윤석열-이진숙 내란 세력의 영구적인 종식을 위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위원들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법에 따라 탄핵 인용에 필요한 6인에 이르지 못한 것이지, 2인 의결이 합법이라고 결정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법원은 이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임명과 방심위 법정 제재 관련 판결을 통해 여러 차례 방통위 2인 구조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고, 서울고등법원도 1심 결정을 유지했다”고 했다.

야당 위원들은 이진숙 위원장을 향해 “경거망동 말라. 이번 헌재 판결은 이진숙 파면을 기각한 것이지 방송장악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만약 합의제 행정기구로서의 성격을 망각한 채 또 다시 지난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같이 2인만으로 불법적인 직무에 나선다면 다시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미디어오늘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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