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달받았다는 ‘비상입법기구 쪽지’는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소수 병력만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신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취지로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최 권한대행에게 쪽지를 건넨 사실이 있느냐’는 윤 대통령 대리인의 질문에 “있다. 최 대행이 늦게 와서 직접 만나지 못해 실무자를 통해 줬다”고 답했다.
‘쪽지를 누가 작성했냐’는 질문에는 “제가 (했다)“라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이후 윤 대통령 측이 전달한 해당 쪽지를 직접 살펴보면서 답변을 이어갔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이 발령되면 예상치 못한 예산 소요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해 예비비 확보를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것”이라며 “국회 보조금·지원금 차단은 정치적 목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보조금·지원금을 차단하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 내 긴급재정 입법권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하면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엄 포고령 작성 과정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작성한 포고령을 건네주니) 윤 대통령이 쭉 보고는 ‘통행금지 부분은 시대에 안 맞다. 국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겠냐’라고 해 이건 삭제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포고령 1호가 국회의 입법이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는 목적이었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부대가 모두 들어와야 하고 군 병력이 1만∼3만에서 최대 5만∼6명은 동원해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윤 대통령이 경고용이라며 소수만 동원하라고 한 게 맞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제 생각하고 달랐지만 윤 대통령의 지시라 존중하고 준비했다”며 “간부 위주 초기 병력 정도만 투입하라고 하니 계엄을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어 대통령에게 ‘이게 계엄이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직접 민주당사와 ‘여론조사 꽃’에 병력 투입을 지시했고, 윤 대통령이 중지하라고 지시해 병력 투입을 중단했다고 진술했다.
국회 봉쇄 지시와 관련해선 “질서유지에 반하는 인물이 접근하는지 잘 보고, 선별해서 출입시키라는 취지였다”며 “침투하라는 지시는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국회로 진입하라’, ‘두 번, 세 번 계엄을 선포하면 된다’고 지시했다는 이진우 수방사령관의 진술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이어서 먼저 30분간 신문에 나선 윤 대통령 대리인 송진호 변호사의 신문에 손짓을 해가며 적극적으로 답했다.
그 뒤 국회 대리인단이 반대신문을 하려 하자 “건의 사항이 있다. 개인적으로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반대신문에 응하면 사실이 왜곡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증인 신문을 거부하고 싶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 측 증인 신문에는 응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자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헌법에 보장된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증언해드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서 거부권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문 대행은 “본인이 하지 않겠다면 할 수 없는데 그럴 경우 일반적으로 판사는 증인의 신빙성을 낮게 평가한다”고 경고하고 5분 가량 휴정해 재판관들과 논의했다.
속개된 심판에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증인 신문에 응하는 게 좋겠다고 설득하자 김 전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후 국회 측 장순욱 변호사의 질문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답했다.
답하는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이 중간중간 귓속말로 증언에 조언하는 듯한 행위를 반복하자 문 대행이 이를 제지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조력권을 허용해달라”고 했으나 문 대행은 “증언 중에 조언할 수는 없다”며 불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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