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해외직구 시장 규모가 거대해지면서 지난해부터 식품‧화장품‧어린이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해로운 성분이 검출되는 등 위해 제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통합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해외직구 제품서 위해성분 검출 ‘비일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22일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해외직구 식품 중 겨울철 소비자 관심 제품 50개에 대해 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겨울철 외부 활동 감소로 발생할 수 있는 불면증‧수면장애와 우울증‧불안증 개선‧치료 등을 효능으로 내세운 제품이 대상이 됐다.
검사 결과, △불면증·수면장애 개선 효능·효과 표방 제품(8개) △항우울·항불안효능·효과 표방 제품(6개) 등 총 14개 제품에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일반의약품 성분,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위해 성분이 확인됐다.
세부적으로는 신경안정제 등 의약품에 사용되는 ‘5-하이드록시트립토판(5-HTP)’과 소화기·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후박’ 등이 확인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5-하이드록시트립토판(5-HTP)’은 전문가 처방 없이 과다 복용할 경우, 구토‧메스꺼움‧행동장애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멜라토닌 없음’으로 표시된 제품 2개에서는 수면유도제에 주로 사용되는 전문의약품 성분인 ‘멜라토닌’이 검출됐다.
식약처의 이번 검사 결과와 같이 해외직구로 들어온 제품에서 위해 성분이 검출되는 경우는 지난해부터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해외직구를 악용하는 사건도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관세청이 지난해 9월까지 단속한 해외직구 악용 사건은 608억원(14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자가사용을 가장한 상용품 밀수입 등 관세사범 530억원(110건), 지재권침해 사범 19억원(4건), 불법 식의약품 밀수입 등 보건사범 58억원(11건), 마약사범 1억원(18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8억원(7건) 늘어난 수치다.
◇ 산업부 “KC미인증 제품 유통 단속 강화”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지난해 발간한 ‘2024 유통물류 통계집’에 따르면 2014년 1조6,000억원이었던 온라인을 통한 해외직구 규모가 2023년 6조7,000억원으로 4.1배 늘어났다.
관세청은 2024년 1~8월 해외직구 건수가 1억2,010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2%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액으로는 39억1,700만달러(지난해 10월 기준 약 5조1,300억원)로 같은 기간 17.2% 증가했다.
특히 2023년 말부터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해외직구 시장에서 중국 비중이 대폭 커졌다. 중국발 직구액은 21억2,100만달러(약 2조8,000억원)로 전년 대비 51.5% 급증한 것이다. 해외직구 전체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4.4%로 과반을 넘겼다.
해외직구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위해 제품이 들어올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이에 정부도 단속 강화 등 대책 발표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이번 달 위해 제품으로부터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2025년 제품 안전성 조사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조사한 450개 대비 2배 이상 확대한 1,000여개 해외직구 제품을 조사해 해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위해제품의 국내 유입을 방지할 계획이다. 또한 KC미인증 등 불법 제품의 시중 유통 방지를 위해 경찰청·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합동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는 ‘2025년 식약처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AI 캅스를 활용해 불법 제품을 신속히 탐지‧차단하고, 해외 쇼핑몰‧SNS 개인 거래 과정의 불법행위를 모니터링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위해 우려 해외직구 식품 구매검사도 지난해 3,400건에서 올해 6,000건까지 확대하고, 위해성 확인 제품 국내 반입 차단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해외직구로 위해 제품이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섣부르게 정책을 발표했다가 소비자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던 가운데, 이번에 내놓은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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