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믿고 싶었던, 죄를 지었으면 그만큼의 죗값을 받는다는 당연한 법은 우리나라에 없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건축업자에게 징역 7년이 확정됐다. 파기 환송을 촉구해 왔던 사기 피해자들은 “정의는 죽었다”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등은 23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대법원 1부는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A(63)씨 등 10명에 대한 피고인·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각각 징역 7년과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피해자 등은 ‘정의는 죽었다’가 쓰인 피켓을 들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연대 발언에 나선 세입자 114 운영위원장 김태근 변호사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전세 사기판을 열어준 대법원의 공인중개사법 위반 무죄 확정 판결에 대해서 국민과 시민, 그리고 전세 사기 피해 가족들이 한탄할 것”이라며 “한국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서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져 전세 사기의 문을 열면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라고 물었다.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장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전 재산을 잃고 하소연할 데가 없어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그런 사람들에게 법원이 ‘죽어라’라고 한 것이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상식적이지 않다”고 토로했다.
A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 등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 보증금 148억 원을 세입자들에게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공범들에 대해서도 징역 4~1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7년을, 나머지 9명에 대해서는 무죄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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