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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시계 전쟁 중…중국, 수년 내 美 추월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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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이버전과 전자전에서는 수 ms(밀리초) 만에 성패가 갈린다. 미국 사이버 사령부 요원들이 2021년 4월 2일 메릴랜드주 포트 조지 G. 미드의 통합 사이버 합동 작전 센터에서 벽면에 설치된 상황판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DoD 2 원자시계를 포함한 고정밀 시간 유지 시스템은 항공기와 선박 운항은 물론 현대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2024년 11월 중국 주하이에서 열린 차이나에어쇼에서 관람객들이 중국항공공업집단(AVIC) 부스에 전시된 J-20S(오른쪽)와 J-35A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EPA연합
1 사이버전과 전자전에서는 수 ms(밀리초) 만에 성패가 갈린다. 미국 사이버 사령부 요원들이 2021년 4월 2일 메릴랜드주 포트 조지 G. 미드의 통합 사이버 합동 작전 센터에서 벽면에 설치된 상황판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DoD 2 원자시계를 포함한 고정밀 시간 유지 시스템은 항공기와 선박 운항은 물론 현대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2024년 11월 중국 주하이에서 열린 차이나에어쇼에서 관람객들이 중국항공공업집단(AVIC) 부스에 전시된 J-20S(오른쪽)와 J-35A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EPA연합

미사일을 정밀하게 유도하고 촌각을 다투는 사이버전을 수행하는 군에서 시간은 금이다. 최근 중국이 미래전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정밀한 원자시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영국도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국방연구소에서 양자 기술을 이용한 군용 원자시계를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국방 분야에서 정확하고 정밀한 시간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 지량대와 중국계량과학연구소, 첨단추적기술혁신센터 연구진은 1월 18일(이하 현지시각) 1.5m의 단문형 냉장고 크기의 소형 세슘 원자시계(NIM-TF3)를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세계 각국은 시간 표준을 유지하기 위해 정밀한 원자시계를 보유하고 있다. 원자시계는 원자 껍질의 전자가 일정하게 진동하는 성질을 이용하는 시계다. 전자가 진동하는 횟수를 세는 방식으로 시간을 잰다. 원자시계에는 대부분 안정적인 세슘이 사용된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된 1초의 길이는 세슘 원자시계로 정의된다.

군용 트럭에 싣는 아웃도어 원자시계

원자시계는 복잡하고 비싸며 철저한 유지 관리가 필요하다. 진동과 자기장 같은 외부 환경에 매우 취약하다. 대부분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특별히 설계된 시설에서 운용된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된 시계가 트럭에 실릴 정도로 작고 장거리 운송을 해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만큼 견고하다고 설명했다.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린 뒤에도 5000조분의 1초 미만의 정밀도를 유지한다. 미국에서 운용하는 이동식 원자시계와 비교해 정밀도가 10배 이상 높다. 이 원자시계는 분수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시계는 레이저를 사용해서 세슘 원자를 식힌 다음 공기 중으로 쏘아 올린다. 이 원자는 중력의 영향을 받아 다시 떨어지는데 마이크로파 에너지장을 통과하면서 빛을 방출한다. 이 깜박임을 세면 정확한 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원자시계 외에도 레이저, 마이크로파 시계도 정밀한 시간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거나 조금만 거칠게 다뤄도 오작동을 일으킨다. 연구진은 “새 원자시계는 최소한의 유지 관리와 감독만 필요하며 장기간 자율적으로 작동한다”며 “군사적으로 활용하기에 매우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큰 실험실이 아닌 야전에서 사용하기 위해 시계의 이온 펌프를 재설계하고 위치를 옮기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이런 노력은 결과적으로 원자시계 부피를 극적으로 줄이는 데 이바지했다. 연구진은 시스템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지금은 거의 쓰지 않은 컴퓨터 언어를 사용했다. 1980~90년대 개발자가 사용하던 컴퓨터 용어인 어셈블리 언어로 원자시계를 가동하는 프로그램을 짜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도쿄대 공학연구과와 시마즈 코퍼레이션 연구진은 2024년 11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광격자 원자시계(사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원자시계는 장치 용량이 250L로 기존 원자시계(920L)의 4분의 1 크기다. /사진 시마즈 코퍼레이션
도쿄대 공학연구과와 시마즈 코퍼레이션 연구진은 2024년 11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광격자 원자시계(사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원자시계는 장치 용량이 250L로 기존 원자시계(920L)의 4분의 1 크기다. /사진 시마즈 코퍼레이션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

중국은 정밀한 시간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정확한 원자시계는 미국이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인 연구자가 이끄는 팀이 만들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국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이들 과학자 중 일부는 중국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자체적으로도 NIM-TF3와 같은 혁신적인 원자시계를 잇달아 내놓으며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중국판 GPS(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로 불리는 베이더우 위성의 원자시계는 미국 위성에 들어가는 시계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의 우주정거장 텐궁 2호에 실린 수소 원자시계는 우주에서의 시간 정확도 유지에서 세계 기록을 깼다. 2024년엔 중국에서 세계에서 가장 길고 정확한 시간 동기화 광섬유 네트워크도 가동을 시작했다.

과학계에서는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중국이 수년 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전자전과 레이저 무기, 무인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누르고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자전·사이버전의 핵심

실제 정밀한 시간 유지 시스템은 현대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수천㎞ 떨어진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하는 레이더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면 정확한 시간 정보는 필수적이다. 레이저나 마이크로파를 적을 파괴하는 에너지 무기로 쓰려면 매우 정밀한 시간 정보가 필요하다.

군에서 쓰는 통신은 고도로 동기화한 시간에 의존한다. 유도 미사일 같은 첨단 무기 시스템의 궤적을 계산하고 정확성을 높이는 데도 정밀한 시간 정보가 필요하다. 수 ms (밀리초)에 성패가 갈리는 사이버 작전에서도 정밀한 시간 정보가 사용된다.

미국은 중국의 도전에 원자시계를 넘어서는 ‘핵(nuclear) 시계’로 응수하고 있다. 핵 시계는 전자의 전이에 의존하는 원자시계와 달리 외부 힘의 영향을 덜 받는 원자핵이 전이될 때 발생하는 주파수를 활용한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과 콜로라도볼더대는 동위원소인 토륨-229를 이용해 수십억 년에 1초의 오차도 발생하지 않는 핵 시계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진은 2024년 9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토륨-229 결정을 사용하는 핵 시계 장치를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과학계는 2~3년 내에 핵 시계가 원자시계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한다.

미 국방부는 이와 별도로 국방 분야, 은행과 전력 시스템 같은 국가 인프라에 적용할 발전된 원자시계를 확보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작은 칩 크기지만 성능은 1000배 끌어올린 칩 스케일 원자시계(CSAC)를 개발하고 있다.

핵 시계, 양자 시계도 개발 중

국방 분야에서 정밀 시간 체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1월 2일 영국군의 정보와 정찰 작전을 강화할 양자 시계를 개발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영국 국방과학기술연구소(DSTL)가 개발 중인 이 시계는 실험적 양자 기술을 통해 수십억 년 동안 1초의 오차도 생기지 않을 정도로 정밀하다. 영국 국방부는 “양자 시계가 적국의 방해를 받는 GPS에 대한 의존을 줄이며 통신망을 보호하고, 첨단 무기의 정확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며 “향후 5년 내 군사 작전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주 국방부와 애들레이드에 본사를 둔 퀀트엑스랩스(QuantX Labs)도 2024년 9월 호주군에 양자 시계를 공급했다고 발표했다. 양자 기술은 미국과 영국, 호주로 구성된 3국 안보 협력체인 오커스(AUKUS)가 공유하는 8개 핵심 기술 중 하나다. 호주군은 GPS 신호가 재밍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무기 운용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양자 시계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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