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성한 집무실을 떠나면서 나는 향후 4년간 당신과 당신의 가족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미국 국민,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은 역사의 피할 수 없는 폭풍 속에서 백악관이 안정을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나는 앞으로 몇 년이 미국에 번영과 평화, 은혜의 시기가 되기를 기도한다. 미국이 건국된 이래 신이 미국을 축복하고 안내했던 것처럼 그가 당신을 안내하고 축복하길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전통에 따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남긴 편지 전문을 22일(현지 시각) 폭스뉴스를 통해 공개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인 20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동안 바이든이 자신에게 편지를 남겼는지 물은 뒤 제47대 미국 대통령을 의미하는 ‘47′이라는 숫자가 겉면에 적혀 있는 흰색 봉투를 발견했다.
당시 트럼프는 바이든이 남긴 편지에 대해 “매우 좋은 편지였고 영감을 주는 편지였다”며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즐기면서 좋은 일을 하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공개된 편지는’친애하는 트럼프 대통령께’라고 시작하고, 날짜는 트럼프 취임일인 2025년 1월 20일이라고 적혀 있다.
전임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손 편지를 남기는 것은 백악관의 전통이다. 1989년 로널드 레이건 후임인 조지 H.W.부시에게 편지를 써서 책상 서랍에 넣어두면서 시작됐다. 이후 모든 전임 대통령이 전통을 이어받았다. 지금까지 빌 클린턴, 조지 W.부시, 버락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으로 이어졌다.
AP통신은 레이건이 조지 H.W.부시에게 편지를 쓴 것은 8년 동안 재임하면서 두 사람이 친구와 같은 협력 관계가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레이건은 만화가 샌드라 보인턴이 그린 편지지에 편지를 썼다. 해당 편지지에는 공화당을 상징하는 코끼리가 칠면조에 둘러싸여 있고, “칠면조 때문에 낙담하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레이건은 1989년 1월, “친애하는 조지”로 편지를 시작해 두 문단으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레이건은 조지 H.W.부시와의 추억과 함께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목요일 점심이 그리울 거다”라며 “론”이라고 서명했다.
조지 H.W.부시도 후임인 클린턴에게 편지를 남겼다. 조지 H.W.부시는 클린턴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비판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겪을 것임을 경고했고, “비판자들이 당신을 낙담시키거나 진로에서 벗어나게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어 “지금 당신이 거둔 성공이 미국의 성공이다. 나는 당신을 열렬히 응원한다”고 했다.
클린턴은 8년의 임기를 마치고 후임인 조지 W.부시에게 “미국 시민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모험과 가장 큰 명예가 시작됐다”며 “성공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했다. 이어 “당신이 지금 짊어지고 있는 짐은 크지만, 종종 과장돼 있을 것이다. 당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하는 순수한 기쁨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8년 후 조지 W.부시는 오바마에게 “인생의 환상적인 장이 열렸다”고 축하하면서도 “격노하는 비판자들, 실망을 안겨줄 친구들과 함께 앞으로 힘들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당신을 위로해 줄 전능한 신이 있을 것이고 당신을 사랑하는 가족이 있을 것이며 나를 포함해 당신을 응원하는 나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는 트럼프에게 “우리 모두 행운을 타고났다”며 “미국의 리더십은 세계에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미국은 민주주의 전통의 수호자로서 가족과 친구들이 피할 수 없는 힘든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백만 명이 당신에게 희망을 걸었고, 당파에 관계없이 우리는 모두 당신의 임기 동안 번영과 안보를 바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트럼프도 2021년 1기 대통령 임기를 마치며 바이든에게 편지를 남겼다. 바이든은 2021년 취임 후 백악관 직원 몇몇 사람에게 트럼프가 남긴 편지를 보여줬지만, 읽게는 하지 않았다. 당시 바이든은 트럼프의 편지에 대해 “아주 관대한 내용이었다”고 평가했으나, 지금까지 트럼프가 쓴 편지 내용에 대한 공개는 거부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2023년 9월 NBC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편지를 대중에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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