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여권 주자와 양자대결 오차범위내 접전
비명계, 지지율 하락에 “우리 자신 돌아볼 때”
원내 “걱정할 순 있으나, 얘기하는 사람 없어”
“尹에 얽매이는 것 지지층 불만…시간 우리 편”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이재명 대표 일극체제’ 아래서 숨을 죽이고 있던 비명(비이재명)계는 정치 행보 재개와 함께 이 대표만 바라봐서는 안된단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동시에 야권 안팎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 상승세 배경 중 하나로 ‘이재명 포비아(공포증)’가 언급되는 만큼, 과연 이 대표를 민주당의 유일무이한 대권주자로 기정사실화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지율 고전, 비명계의 본격 ‘물음표 붙이기’가 맞물리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여기에 동요를 할지 여부도 탄핵 정국 속 주요 관전 포인트로 자리잡았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비해 열세를 보이는 현상이 이어지자, 그동안 정치권 바깥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던 비명계 주자들의 광폭행보도 두드러지고 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인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따뜻함을 잃어버리고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임종석 전 실장은 “이제는 민주당, 우리 자신을 돌아볼 때”라고 주장했다.
비명계 잠룡으로 꼽히는 신 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 중 한 명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지난 20일 한 단체의 영화 ‘하얼빈’ 상영회에 참석한 후 “탄핵 이후 여유 있게 국정을 리드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이 작용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언급하면서 “저들(국민의힘)의 모습에서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찾는다. 극단적 증오와 타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주의, 독선과 오만. 우리는 그와 정반대로 가야 한다. 저들과 달라야 이길 수 있다”고 적었다.
국민의힘이 ‘탄핵 페널티’를 안고 가는 상황임에도, 차기 대선 ‘가상 양자 대결’ 결과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낙승은커녕 일부 여권 주자와 오차범위내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점도 역시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권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모두 이재명 대표와의 양자대결 시 오차범위 내 접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20~21일 이틀간 100% RDD 방식 ARS로 ‘차기 대선에서 만약 두 사람이 대결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시겠느냐’라고 물은 결과, ‘이재명 vs 김문수’ 가상 양자대결에서 이재명 대표가 41.5%, 김문수 장관이 38.3%를 기록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으로 두 사람의 격차는 단 3.2%p 다.
‘이재명 vs 오세훈’ 가상 양자대결 결과는 오차범위 내인 6.1%p 차였다. 이재명 대표가 41.7%, 오세훈 시장이 35.6%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에서 이뤄진 ‘정당 지지율’ 집계에서도 민주당은 37.3%로 2주 전 이뤄진 직전 조사 38.9%보다 1.6%p 소폭 하락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 41% 대비 5.4%p 상승한 46.4%의 정당 지지율을 보였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정권연장론’이 민주당 ‘정권교체론’보다 오차범위내 우세한 여론조사까지 나오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17일 무선 97%·유선 3% 혼합 ARS 방식으로 설문한 결과, ‘집권여당의 정권연장’이 48.6%,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는 46.2%를 기록했다.
탄핵 정국 속에서 ‘정권연장’ 응답률이 처음으로 ‘정권교체’ 응답률을 앞선 여론조사 결과였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런 가운데 비명계 박광온 전 원내대표가 대표로 있는 일곱번째나라LAB이 23일 오후 창립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탄핵 이후 정치권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진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비명계 인사들도 목소리를 낼 예정인 가운데, 이들이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해 어떤 쓴소리를 쏟아낼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최근 비명계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민주당의 지지율이 계속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이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 ‘이재명 대표의 연임과 2기 지도부 출범’ 등을 통해 이 대표의 이른바 ‘사당화’를 완성한 민주당 내부, 특히 원내에서는 ‘실체적인 대안, 다른 주자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소추와 직무정지, 내란 혐의 구속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진행이라는 여권의 악재 속에서도 민주당은 지지율 부진에 고심이 큰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과 별개로 이 대표의 견고한 당내 그립감에균열을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의원은 “의원들 내부에서 (비명계의 비판과 관련해) 얘기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오지 않는다”고 기류를 전했다. 이어 “요새 당 지지도가 좀 떨어지니까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당내에서 의원들을 만났을 때 그런 (비명계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별로 못 들어봤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원도 “(그런 목소리는) 정치권에 항상 있는 소리가 아니냐”고 내부의 동요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윤석열 구속·기소,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이 두가지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사실상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이견 없이 꼽히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농사를 지었으면 누구든 나올 수 있는 것이 민주정당이 아니냐. 농사를 안 짓고 나오겠다고 하면 그건 문제가 있다”고 바라봤다.
대신 최근 여론조사들에서 나타나는 민주당 지지율에 대해선 “우리 지지층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진보 세력들이 192석이나 가지고 윤석열 하나 못잡아놓고 저렇게 얽매여 다니고, 헌법재판소도 저렇게 되고 그러니까. 강하게 하라는 쪽과 온건파들이 갈등을 갖는 거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시간은 우리의 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으로선 23일 오전 신년을 맞아 마련된 이 대표의 기자회견과 여기서 나올 메시지를 통해 지지율 반등 계기를 마련한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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