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가 무거운 발걸음을 떼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면서 부진한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최 대표가 올해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지난해 영업적자 5,102억원… 전기차 캐즘에 직격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엘앤에프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9,075억원으로 전년 대비 58.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엘앤에프는 영업손실 5,10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223억원) 대비 적자규모가 대폭 증가한 것이다. 당기순손실 역시 전년(-1,949억원) 대비 크게 증가한 3,675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 기준으로는 매출 3,654억원, 영업손실 1,498억원, 순손실 1,045억원을 기록했다.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4% 줄었다. 영업손실은 전년 같은 기간 46.6%, 순손실은 63.3% 감소했다.
엘앤에프 측은 지난해 실적 악화 배경에 대해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재고자산평가손실 이 반영되고 전기차 시장 업황 둔화에 따른 판매량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엘앤에프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양극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2021년부터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여온 곳이다. 2020년까지만 해도 3,500억원대 수준이었던 매출은 2021년엔 9,700억원대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2022년엔 3조8,873억원, 2023년엔 4조6,441억원까지 매출이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2,663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주가가 한때 크게 뛰기도 했다. 2021년부터 가파르게 오르던 주가는 2023년 4월 7일 장중 34만9,500원을 오르며 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 여파로 실적이 점차 악화되면서 주가도 점차 주저앉기 시작했다. 이달 3일에는 7만6,700원까지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엔 소폭 회복해 9만원대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초 주가와 비교하면 58%가량 급락한 상황이다.
전방시장 둔화와 함께 부진한 실적이 지속되면서 엘앤에프에 대한 목표주가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17일 엘앤에프에 대해 성장 동력 확보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목표주가를 16만원에서 13만원으로 낮췄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테슬라 신모델 출시 효과가 기대되지만 중장기 성장 모멘텀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 공급 계약한 노스볼트는 파산 신청 후 대규모 인력 이탈이 이어지고 있어 회생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방 수요 및 투자도 축소되고 있어 엘앤에프 또한 구지 3공장 이후 투자 계획은 부재하다”며 “성장이 정체되면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를 반영해 기업가치는 이미 크게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본업이 개선되면 LFP 양극재 개발 및 LLBS, CNGR과의 협력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이는 추가 업사이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중장기 성장 모멘텀 필요”
엘앤에프는 올해 2분기부터 서서히 실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 연구원은 “테슬라 New Model Y(Juniper)가 공개됐다. 향후 듀얼 모터 버전에는 LGES의 신규 2170 배터리가 적용될 예정이며, 엘앤에프는 2월 말부터 신규 배터리향 NCMA95 제품의 첫 출하가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2분기에는 2023년 분기 평균 출하량(약 2만 톤)에 근접한 판매량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2분기 손익분기점 BEP 달성 이후 하반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수익성 회복이 점쳐지고 있지만 최수안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전기차 등 전방산업 수요 정체 우려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업계의 한숨은 더 깊어진 모양새다.
최수안 대표는 올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위한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지난 2일 대구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2025년은 마지막 위기를 돌파하고, 우리 회사가 위기를 넘어 성장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올 한 해 준비를 마쳐 2026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성장 실현을 위한 3대 핵심 전략으로 △혁신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 △시장 입지 강화 △인재 투자를 제시했다.
올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엘앤에프는 LFP 양극재 파일럿 라인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2026년 본격 양산을 준비 중이다. 올해 3월 코엑스 ‘인터배터리 2025’ 전시회에서 관련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과연 엘앤에프는 전방시장 둔화 위기를 극복하고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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