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여야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미 공청회에서 주요 쟁점을 논의한 만큼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지만, 여당은 기업에 대한 소송 남발과 투기 자본 세력의 경영권 공격이 우려된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22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어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상장사 전자 주주총회 도입 등이 담겼다.
민주당은 최대한 빠르게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법사위 야당 관계자는 “15일 열린 상법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 중요한 쟁점들은 어느 정도 공론화됐다”며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신속하게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하지만 국민의힘과 재계는 개정안이 담고 있는 핵심 조항들이 모두 경영 불안을 가중한다며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먼저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면 소액주주 보호라는 입법 취지와 다르게 기업의 ‘경영권 침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의 법적 책임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소송·배임 신고가 남발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경영권에 심각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법사위에서 진행한 공청회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이사의 충실 의무는 지위를 이용해 회사 재산을 편취하지 말라는 의미인데 지금 개정안에 따르면 충실 의무가 변질돼 모든 경영 활동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의도가 담겼다”며 “투기 자본의 경영권 침해에 대한 방어 수단도 없는 상태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경영 체계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도 외부 투기 자본의 공격에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현행 상법은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에서 3명 이상의 이사 가운데 1명은 대주주가 뽑은 이사 중에 선출하지 않고 분리 선출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여기서 분리 선출 감사위원 인원을 더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주주에게 대항할 감사위원을 늘려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등 투기 자본이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사 선임 시 주식 1주당 선출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도 기업들을 투기 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단기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헤지펀드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노리며 이사회 의사 결정을 좌지우지할 경우 우리 기업의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의 극심한 반발에도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끝까지 강행할 경우 국민의힘은 바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앞서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기업과 경제를 난도질할 나쁜 법안”이라며 “소액주주보다는 오히려 투기 자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상법보다 자본시장법을 통한 ‘핀셋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