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에서 양강구도를 형성 중인 업비트와 빗썸이 2025년 을사년을 맞아 사뭇 다른 출발을 보이고 있다.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다지고 있는 업비트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반면, 추격자 입장인 빗썸은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엇갈린 행보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판도 변화로 이어지게 될지 이목이 쏠린다.
◇ 업비트는 ‘긴장’… 빗썸은 ‘미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는 업비트와 빗썸이 양분하고 있다. 두 거래소의 합산 점유율이 98%에 이를 정도다. 다만, 업비트와 빗썸의 점유율 차이도 크다. 1위 업비트의 점유율이 70~80%에 이르는 반면 빗썸의 점유율은 20~30%로 그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2025년 새해를 맞은 두 거래소의 연초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먼저, 1위 업비트는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지난 3일, 시스템 오류에 따른 서버 점점으로 약 2시간에 걸쳐 급작스럽게 거래가 중단됐다. 가상자산 거래소에게 있어 무척 중대한 사안인 거래중단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당시에 이어 한 달 만에 또 다시 발생한 것이다.
이후에도 업비트는 예사롭지 않은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고객확인제도(KYC) 위반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데 따른 금융당국 제재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는 지난해 8월부터 업비트가 제출한 사업자면허 갱신 신고 신청에 따른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고객확인제도 위반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 불이행 혐의 사례를 수십만건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제한 조치 의무도 위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FIU는 지난 9일 업비트에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위반 관련 제재를 사전 통지했다. 이어 지난 21일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업비트의 혐의와 소명을 검토 및 논의했다. 구체적인 제재 조치는 설 연휴 이후인 2월에 나올 전망이다.
제재 조치로는 일정 기간 동안 신규고객의 가상자산 전송을 제한하는 것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또한 과태료 부과와 함께 임직원에 대한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연초부터 불미스런 잡음에 휩싸인 업비트와 달리 빗썸은 새해 들어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모습이다.
빗썸은 최근 원화 입출금 제휴은행 변경을 최종 확정지었다. 5년간 손을 잡아온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변경했다.
빗썸은 2023년 무렵부터 제휴은행 변경을 검토 및 추진했으나 거듭 무산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9월엔 금융당국 차원의 제동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이 같은 난항 끝에 결국 뜻을 이룬 것이다.
원화 입출금 제휴은행 변경은 신규 이용자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변화다. 특히 각 은행의 주요 고객층을 고려했을 때 젊은 이용자 유입 효과가 클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온 빗썸이 거듭된 난항에도 불구하고 제휴은행 변경을 지속 추진한 이유다.
이후 빗썸은 또 하나의 반가운 결과를 마주했다. 2017년 발생한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따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빗썸과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 16일 ‘면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이정훈 전 의장은 빗썸의 실질적인 최대주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면소란, 법령 개정 또는 폐지로 처벌할 수 없게 된 경우를 의미한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을 기소하며 적용된 법 조항인 정보통신망법 제75조와 제73조1항이 2020년 2월 4일 삭제됐다며 형사처벌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러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던 빗썸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업비트와 빗썸은 새해 들어 확연히 엇갈린 분위기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상자산 업계에선 양사의 이 같은 행보가 판도 변화로 이어질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압도적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는 업비트는 악재를, 2위로서 추격 의지를 다져온 빗썸은 호재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업비트에 대한 제재 추진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비상장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락한 반면, 빗썸 관련주는 급등세를 보인 바 있다.
연초부터 예사롭지 않은 변수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가 올해 어떤 변화를 마주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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