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여론조사 기관·단체의 등록 요건을 법률로 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는 중앙선관위가 규칙으로 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넘어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민주당이 그 책임을 여론조사 업체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전날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선관위가 규칙으로 정하는 여론조사 기관·단체의 등록 요건을 법률로 정하고,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정기 점검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한 의원은 “지속적인 여론조사 제도 개선과 선거문화의 성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거여론조사 결과에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며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또 “선거 여론 조사 기관 등록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편법 동원 등 사각지대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잘못된 여론조사로 민심이 호도되는 일이 없도록 허점이나 제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여론조사는 사실상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했다. 황 대변인은 “특정 업체가 아닌 여론조사 전반을 들여다볼 예정”이라며 “여론조사 수행 기관의 자격 요건을 갖췄는지를 비롯해 응답률 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민주당은 각종 여론조사 지표상 국민의힘에 뒤처지는 등 지지율 하락 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지난 6일 선거여론조사심의위(여심위)에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민주당은 해당 여론조사 문항이 편향적으로 설계돼 응답자에게 특정 응답을 유도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현행법에 따라 조사 결과를 언론에 공표하기 전 선관위에 신고하는 등의 절차를 지켰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여심위는 “일반 정치현안으로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오는 23일에는 여론 조작에 대한 대응 및 제도 개선을 주제로 토론회도 개최한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민 여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라며 강력 비판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여론조사까지 검열하겠다는 민주당은 민주정당이 맞느냐”라며 “민주당의 ‘내로남불’에 국민들은 숨이 막힌다”라고 말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최근 지지율 하락을 이유로 여론조사까지 문제 삼으며 특위를 출범시킨 것은 국민 여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며 “지지율이 높을 때는 침묵하더니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보수 결집 과표집’ 같은 변명을 내세워 여론조사를 부정하려는 모습은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의원 일동은 이날 ‘여론조사 검열까지 시도하는 민주당을 강력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상이나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국가보안법 폐지 등도 주장했던 사람들이, 정작 자신들에 대해선 전체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국민의 생각이나 표현을 검열하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포와 감시가 일상을 지배하는 빅브라더의 잿빛 미래를 꿈꾸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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