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땅 굳고, 그늘에도 빛줄기
수레를 말 앞에 둘 순 없는 법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합니다. 이번 위기에서 벗어나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강해지고, 경제는 번영할 것입니다.”
‘2025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하고 있는 김동연(68·서울 덕수상고-국제대 법학과 졸업) 경기도지사가 21일(스위스 현지시간) 세계 미디어 리더그룹 앞에서 이렇게 밝혀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진통은 단지 성장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한국인의 잠재력과 회복력을 확신한다. 역사 자체가 그 증거”라고 강조했다.
22일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에 따르면 포럼 주최 측이 제안해 마련된 ‘김동연 경기도지사와의 대화 세션’엔 미국과 영국, 중국,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말레이시아 등의 방송·신문·통신사 편집장, 특파원, 외교 전문기자 등 20여개 언론이 참석했다.
대화 세션을 진행한 이주옥 WEF 아태사무국장은 “대한민국은 최근 몇 주 동안 계엄령 선포와 지도자들의 탄핵 등 중대한 정치적 도전에 직면해 왔다”며 “이번 브리핑은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황과 경제 전망에 대해 김동연 도지사와 허심탄회한 논의를 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소개했다.
김 지사는 브리핑에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진통은 단지 성장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면서 “역경이 견고함을 만든다. 저는 한국인의 잠재력과 회복력을 확신한다. 역사 자체가 그 증거”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피플파워’도 새삼 부각했다. 김 지사는 “(2024년 12·3 비상계엄 조치 저지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해) 매일 밤 응원봉으로 밤거리를 밝히던 평범한 사람들이 (탄핵 후에는) 매일 낮 일터에서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들과 함께 저는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며, 국가 경제를 회복하는 데 있어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나아가 김 지사는 “그늘에도 한 줄기 빛이 있다”며 “최소한 우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정을 2년 이상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향후 2년은 더욱 처참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는 (비상계엄 이후) 집회에 참여한 국민들과, 제도를 지탱하는 국회의 힘을 보여주었고, 이는 앞으로 더욱 견고한 민주주의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보스포럼에서 미디어리더 브리핑을 한 것은 야당 소속 인사로는 처음이며 광역단체장으로도 처음이다. 정부 여당을 포함해도 2013년(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 특사 자격으로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참석)이후 12년 만에 두 번째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혼돈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 인용 및 조기 대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경제전권대사 임명, 윤석열 정부와는 다른 새 정부의 완전히 새로운 정책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정책으로는 확장적 재정 정책, 보다 미래지향적인 산업 정책, 취약계층을 위한 더 강력한 안전망, 기후변화에 대한 과감한 조치 등을 들었다.
김 지사는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역전당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고는 “K-드라마 재밌지 않나. 한국정치도 속도나 반전이 대단하다. K-정치드라마라 할 수 있다”며 “일주일 뒤 지지율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른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는 “수레를 말 앞에 둘 순 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불법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는 것은 안된다”며 “어떤 기회가 주어지든 나는 정권교체와 민주주의 회복, 경제재건을 위해 가장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김 지사는 20일 혁신가 커뮤니티 공식 환영만찬(Innovator Communities Reception and Dinner) 참석을 시작으로 다보스포럼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글로벌 스타트업 대표들의 정보교류와 협력관계 구축의 장으로 유명한 자리다.
김 지사는 만찬에서 전기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개발로 유명한 미국 아처의 공동창립자인 애덤 골드스타인, 소형 위성 개발업체인 일본 신스펙티브의 창업자인 모토유키 아라이,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한 스웨덴의 아인라이드 로버트 팔크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 세일즈 외교에도 나섰다.
송한수 선임기자 onekor@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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