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연재] 한강하구 이야기(18)

인천일보 조회수  

하루에 두 번, 우도는 극과 극의 얼굴을 불쑥 내민다. 수평선에 걸친 석양빛에 붉게 물들었던 바다는 새벽 나절 오간 데 없이 사라진다. 대신 그 자리엔 지평선에 닿은 대지(臺地)가 펼쳐진다. 끝 모를 모래땅이다.

▲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으로 강화도 섬 중 가장 서쪽에 치우친 유인도 우도 전경. /인천일보DB
▲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으로 강화도 섬 중 가장 서쪽에 치우친 유인도 우도 전경. /인천일보DB

인천시 강화 외포리에서 뱃길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오지의 섬. 이곳의 군부대로 자대배치를 받은 신참들은 귀신에 홀린 표정으로 근 한 달을 보낸다. 분명 ‘철렁’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취침 점호를 하고, 망망대해 외딴 섬에서 가족과 떨어져 있는 서러움을 삭이며 잠이 들었건만….

어라! 기상나팔 소리에 깬 우도의 세상은 흡사 끝이 가물거리는 사막 한가운데 봉곳이 솟은 오아시스의 모습이라…. 신참들은 서해 앞바다의 조화(造化)에 혼을 빼앗긴다.

인천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 88, 90의 96 우도(21만1천537㎡). 강화도 섬 중에서 가장 서쪽으로 치우친 유인도이다. 그래서 강화군보다는 옹진군 연평도가 더 가까운 섬이다.

▲ 북방한계선과 가깝게 위치해 군인만 출입할 수 있는 우도 위치도 /인천일보DB
▲ 북방한계선과 가깝게 위치해 군인만 출입할 수 있는 우도 위치도 /인천일보DB

유인도라지만 민간인은 살지 않을뿐더러 출입도 엄격히 통제된다. 다만 이 섬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만이 오갈 뿐이다.

군인들은 이 섬에 ‘모로도(毛老島)’라는 별칭을 붙인다. 그 유래는 알 길 없지만, 장병들의 얘기로는 머리(毛)가 허옇게 세(老)도록 나이를 먹어도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는 섬(島)이라 해서 일컬었다는 것이다.

여하튼, 지금이야 군인들만 있지만, 민간인들이 이 섬에서 살았던 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었다. 군인들이 지금 사격장으로 쓰는 곳을 포함해 섬 여기저기에는 누군가가 화전(火田)으로 땅을 고르고 농작물을 길렀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 우도 해안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조개무덤. /인천일보DB
▲ 우도 해안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조개무덤. /인천일보DB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이 터를 잡고 살았었다고 짐작하고도 남을 만한 증좌가 또 하나 있었다. 흙 속에 덮인 조개더미, 패총(貝塚)이었다. 해안선을 따라 섬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 지르는 진지 통로의 땅속에 숨어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섬, 우도에서 패총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예견하지 못할 일이다.

북방한계선에 인접한 유인도에서 조개 무덤인 패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은 생뚱맞은 일만은 아니다.

인천시립박물관 측은 강화군 교동면 대룡리에서 패총 발굴 작업을 한창 벌였다. 지금이야 반듯하게 경지를 정리해 논으로 변했지만 이곳은 주민들 사이에서 ‘조개 맨들’이라고 부른다.

실제 8.4㏊에 이르는 발굴현장에서 상당 규모의 조개 무덤이 발견됐다. 좀 더 조사가 이뤄져야 확실하겠지만, 마한·진한·변한 때인 원삼국시대의 유물로 추정되고 있다.

패총에 있어 서해5도도 예외는 아니다. 백령도 용기포와 연평도 연평우체국 뒤 능선, 소연평도 등지에서도 신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패총이 발견됐다.

어찌 됐건 시대 불분명의 패총이 자리한 데는 드넓은 우도의 모래 해안과 떼어 놓을 수 없다. 북한 해주만에 닿을 정도로 너른 우도의 해안 사구는 조개류가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내어줬고, 이를 쫓아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우도에 터를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우도가 특정 도서로 지정되기까지는 모래펄인 간석지의 영향이 가장 컸다. 범게의 대량 서식지로 대표될 만큼 무수히 많은 해양생물이 우도의 모래 해안에서 살을 찌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참여정부는 서해평화협력지대 조성을 놓고 남북 합의를 하면서 서해 접경지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공동 학술조사를 피력했다. 남북이 공동으로 북방한계선 인근 해양 생태계를 조사도 하고, 역사와 문화 분야의 학술교류도 성사시킬 작정이었다.

이런 취지에서 우도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섬이다. 물때를 잘 맞춘다면 드러난 사구를 걷다가도, 그리 넓지 않은 갯골을 헤엄쳐 넘으면 북한 해주를 오갈 수 있는 지척의 거리가 우도다. 북한과 연계성이 그만큼 깊다. 우도의 패총이 남북 학술교류의 고리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우두의 특징 중에 하나인 소사나무 군락. /인천일보DB
▲ 우두의 특징 중에 하나인 소사나무 군락. /인천일보DB

우도의 또 하나 특징은 강화의 여느 특정도서와 달리 식물상이 그런대로 잘 발달해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한국 특산종인 소사나무 군락이 서쪽 해안을 가득 메울 정도다. 여기에 군(軍)이 섬을 관리하면서 괜찮은 생육상태를 보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 가지 아쉬움 점은 우도를 특정도서로 지정한 이유로 들고 있는 희귀식물 ‘석위’의 대단위 분포지다. 석위는 서해안 섬에서 웬만하면 볼 수 있는 난대성 식물이다. 쉽지 않게 볼 수 있는 식물도 아닐뿐더러 자생지 역시 흔치 않은 것도 아니다. 

▲ 특이한 수형을 뽐내고 있는 우도의 소나무. /인천일보DB
▲ 특이한 수형을 뽐내고 있는 우도의 소나무. /인천일보DB

차라리 한국특산종인 소사나무의 대규모 군락지라는 명분이 더 나을 뻔했다는 감마저 든다. 그것도 아니면 괭이갈매기의 서식지를 특정도서 지정의 이유로 내세웠더라면 하는 어설픈 아쉬움도 지울 수 없다.

/박정환 선임기자 hi21@incheonilbo.com

인천일보
content@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뉴스] 랭킹 뉴스

  • 창원특례시 기후환경국 ‘1분기 정례브리핑’
  • ‘화성 개척’ 공 들여온 머스크 보은(報恩)?…트럼프, “화성에 보내 성조기 꽂겠다”발언에 우주기업 주식↑
  • 금융당국, IPO‧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 살펴봤더니…2회 연속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시 “좀비기업 나가세요”
  • 폴킴 “팬들과는 가깝게 지내고 싶어”
  • 공수처장, ‘尹대통령 구속영장 친날’간부들과 와인한잔...네티즌들 ‘부글부글’
  • 마이크 4번 잡은 윤 대통령, 헌재서 격앙된 어조로 “내가 (계엄 해제 의결을) 막았다고 하면 그건 정말 뒷감당할 수 없는 일”

[뉴스] 공감 뉴스

  • 마이크 4번 잡은 윤 대통령, 헌재서 격앙된 어조로 “내가 (계엄 해제 의결을) 막았다고 하면 그건 정말 뒷감당할 수 없는 일”
  • 혁신벤처업계 신년인사회 개최…'지속가능성'에 방점 “규제 철폐·투자 활성화해야”
  • [연세사랑병원 줄기세포연구실 정형외과 칼럼] 무릎 굽힐 때 통증 반복된다면 슬개대퇴관절염일 수 있어요
  • 하이브리드 아닌데도 연비가 15.9km/L…2486만원에 사는 국민 세단
  • [대학소식] DGIST 장경인 교수팀, 만능 스마트 패치 개발
  • “결국 이렇게까지”, 사치품이 되어버린 현실에 서민들은 ‘한숨’

당신을 위한 인기글

  • “포크레인으로 경찰서 부수게?” 음주운전자, 경찰한테 걸리니 되려 난리?
  • “롤스로이스급 벤츠 나오나?” 마이바흐, AMG 버전 S클래스 2도어 쿠페 유출!
  • “3천만원대 수입 SUV!” 티구안 동생, 국산차 가격으로 국내 출시되나?
  • “제네시스 타는 트럼프 목격?” GV80, 트럼프 일가 책임지게 된 이유
  • “싼타페·쏘렌토에 질린 아빠들” 3천만원대 정통 프레임 바디 SUV로 넘어갈까?
  • “독삼사 왜 사냐” 제네시스, GV70 EV로 벤츠, 아우디 때려잡는다!
  • “가격 올린 팰리세이드 비상!” 국산차 가격 7인승 SUV 몰려온다
  • “한국, 이러다 세계 1등?” KGM, 현대차 따라잡는 신기술 연구 들어간다!
//php echo do_shortcode('[yarpp]'); ?>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또 베를린 초청 홍상수​‧김민희의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어떤 이야기?

    연예 

  • 2
    '현역가왕2' 투표순위 6주차… 1위는 누구?

    연예 

  • 3
    발렌타인데이 '이것'으로 미리 준비하세요

    연예 

  • 4
    '느좋' 스멜 부르는 헤어 퍼퓸 7

    연예 

  • 5
    트럼프가 취임식 마치자마자 처음으로 서명한 행정 서류

    연예 

[뉴스] 인기 뉴스

  • 창원특례시 기후환경국 ‘1분기 정례브리핑’
  • ‘화성 개척’ 공 들여온 머스크 보은(報恩)?…트럼프, “화성에 보내 성조기 꽂겠다”발언에 우주기업 주식↑
  • 금융당국, IPO‧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 살펴봤더니…2회 연속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시 “좀비기업 나가세요”
  • 폴킴 “팬들과는 가깝게 지내고 싶어”
  • 공수처장, ‘尹대통령 구속영장 친날’간부들과 와인한잔...네티즌들 ‘부글부글’
  • 마이크 4번 잡은 윤 대통령, 헌재서 격앙된 어조로 “내가 (계엄 해제 의결을) 막았다고 하면 그건 정말 뒷감당할 수 없는 일”

지금 뜨는 뉴스

  • 1
    '검은 수녀들'과 '트리거' 관통하는 두 얼굴, 10대 문우진의 도약

    연예&nbsp

  • 2
    tvN 예능도 침체기…차은우→나영석PD 라인업이 고작 2%대 '약세' [MD포커스]

    연예&nbsp

  • 3
    [리뷰: 포테이토 지수 81%] '아수라처럼' 고레에다 감독이 포착한 '가족의 균열'

    연예&nbsp

  • 4
    [데일리 핫이슈]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부활하나·'성덕' 된 박지현·"연애중" 고백한 황우슬혜

    연예&nbsp

  • 5
    '21점' 김연경 미쳤다! 흥국생명 승점 50 선점, IBK 패패패패패 어쩌나…마테우스 다친 한전 완승, OK 7년 만에 7연패

    스포츠&nbsp

[뉴스] 추천 뉴스

  • 마이크 4번 잡은 윤 대통령, 헌재서 격앙된 어조로 “내가 (계엄 해제 의결을) 막았다고 하면 그건 정말 뒷감당할 수 없는 일”
  • 혁신벤처업계 신년인사회 개최…'지속가능성'에 방점 “규제 철폐·투자 활성화해야”
  • [연세사랑병원 줄기세포연구실 정형외과 칼럼] 무릎 굽힐 때 통증 반복된다면 슬개대퇴관절염일 수 있어요
  • 하이브리드 아닌데도 연비가 15.9km/L…2486만원에 사는 국민 세단
  • [대학소식] DGIST 장경인 교수팀, 만능 스마트 패치 개발
  • “결국 이렇게까지”, 사치품이 되어버린 현실에 서민들은 ‘한숨’

당신을 위한 인기글

  • “포크레인으로 경찰서 부수게?” 음주운전자, 경찰한테 걸리니 되려 난리?
  • “롤스로이스급 벤츠 나오나?” 마이바흐, AMG 버전 S클래스 2도어 쿠페 유출!
  • “3천만원대 수입 SUV!” 티구안 동생, 국산차 가격으로 국내 출시되나?
  • “제네시스 타는 트럼프 목격?” GV80, 트럼프 일가 책임지게 된 이유
  • “싼타페·쏘렌토에 질린 아빠들” 3천만원대 정통 프레임 바디 SUV로 넘어갈까?
  • “독삼사 왜 사냐” 제네시스, GV70 EV로 벤츠, 아우디 때려잡는다!
  • “가격 올린 팰리세이드 비상!” 국산차 가격 7인승 SUV 몰려온다
  • “한국, 이러다 세계 1등?” KGM, 현대차 따라잡는 신기술 연구 들어간다!

추천 뉴스

  • 1
    또 베를린 초청 홍상수​‧김민희의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어떤 이야기?

    연예 

  • 2
    '현역가왕2' 투표순위 6주차… 1위는 누구?

    연예 

  • 3
    발렌타인데이 '이것'으로 미리 준비하세요

    연예 

  • 4
    '느좋' 스멜 부르는 헤어 퍼퓸 7

    연예 

  • 5
    트럼프가 취임식 마치자마자 처음으로 서명한 행정 서류

    연예 

지금 뜨는 뉴스

  • 1
    '검은 수녀들'과 '트리거' 관통하는 두 얼굴, 10대 문우진의 도약

    연예 

  • 2
    tvN 예능도 침체기…차은우→나영석PD 라인업이 고작 2%대 '약세' [MD포커스]

    연예 

  • 3
    [리뷰: 포테이토 지수 81%] '아수라처럼' 고레에다 감독이 포착한 '가족의 균열'

    연예 

  • 4
    [데일리 핫이슈]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부활하나·'성덕' 된 박지현·"연애중" 고백한 황우슬혜

    연예 

  • 5
    '21점' 김연경 미쳤다! 흥국생명 승점 50 선점, IBK 패패패패패 어쩌나…마테우스 다친 한전 완승, OK 7년 만에 7연패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