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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1번지 하동… 안정 정착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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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어야 농사를 짓지”, “마을에 빈집이 수두룩 해” 인구감소로 지역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자체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하동군도 마찬가지다.

2024년 말 하동 인구는 4만 765명인데 한 해 사망자가 700명이 넘고, 출생아는 80여 명에 지나지 않아 자연 감소만 600명 이상이다. 

귀농귀촌지원센터 전경.(사진=하동군)
귀농귀촌지원센터 전경.(사진=하동군)

다행히 하동군은 귀농·귀촌 열기가 뜨겁다. 한 해에 인구 4% 이상이 들어온다. 2023년 1652명, 2024년에 1673명이 들어와서 인구감소 폭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해마다 약 2%, 800명 이상이 줄고 있다. 들어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다.

지역소멸 위기 지자체의 지상과제는 나가는 사람을 줄이는 것이다. 하동군이 앞장서 이 과제를 헤쳐가고 있다. 하동군의 귀농·귀촌 정책과 현황을 취재해 지역소멸 극복의 시사점을 살펴본다. 

◇귀농·귀촌은 민선8기 핵심 정책, 전 군민이 중요성 공감 = 하동군은 2022년 하승철 군수 취임 후 귀농·귀촌인 안정 정착에 사활을 걸고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41%인 고령사회인 하동은 귀농·귀촌인 유입, 정착만이 지역소멸을 막는 유일한 길로 인식했다.

군수가 앞장서 정책을 다양하게 만들고, 예산을 확대하며 귀농귀촌을 강조했다. 지역민들 사이엔 “토착민들을 역차별한다”는 푸념까지 나왔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에 지역 활력이 떨어지고, 빈집이 늘어나고, 마을에 사람이 없는 현실을 겪으며 귀농·귀촌인의 중요성을 공감했다. 

귀농·귀촌의 걸림돌로 이야기되던 지역민의 ‘텃세’는 거의 사라지고 귀농·귀촌인들의 역할은 커졌다. 이장을 비롯한 마을 리더에 귀농·귀촌인들이 많아졌다. 펜션, 식당, 카페 등 소상공인은 귀농·귀촌인이 많다. 시설하우스 농사나 농산물 가공 유통에 성과를 내는 사람들도 귀농·귀촌인이 다수다.

◇귀농귀촌지원센터 지원체계 구축 = 우선 농업기술센터 내에 상담창구로 존재하던 귀농귀촌지원센터를 2023년 9월에 별도 건물로 독립시켰다.

새로운 건물로 이전시키며 상담 인력을 보강하고, 일자리종합센터를 합류시켜 귀농·귀촌과 일자리 상담을 연결했다. 2024년에는 귀농·귀촌 플랫폼인 홈페이지를 만들고, 오픈채팅방과 채널을 개설하여 소통을 강화하고, 민간 전문가를 귀농귀촌지원센터장으로 임용하여 지원체계를 확립하였다. 

◇귀농·귀촌인 원탁토론회, 귀농·귀촌인이 직접 만드는 귀농·귀촌 정책 = 귀농·귀촌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펼쳤다. 활동의 중심에는 귀농·귀촌인이 있게 했다.

2024년에 귀농·귀촌 정책과 현안을 다룰 운영위원을 공개 모집해 “하동군 귀농귀촌운영위원회”를 16명으로 만들었다. ‘정책개발을 위한 귀농·귀촌인 원탁토론회’.도 처음으로 열었다.

귀농·귀촌인 60여 명이 참석한 원탁토론회에서 정책을 만들었다. 여기서 제안된 ‘귀농·귀촌 네트워크 강화’, ‘로컬푸드 활성화’ 등은 2025년 사업으로 확정해 진행한다. 

귀농·귀촌 운영위원회 회의를 분기별로 개최해 귀농·귀촌인의 의견을 모으고, 원탁토론회로 정책을 만들어서 다음 해 사업을 펼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었다. 정책 수립 과정과 운영체계가 확립되면서 다양하고 실효성 높은 귀농·귀촌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안정 정착의 최대 과제는 소득, 주거, 생활여건(편의, 문화시설) 순 = 하동군이 2023년에 하동을 떠난 귀농·귀촌인 272명에게 떠난 이유를 조사해 보니 소득, 주거, 생활여건 때문으로 나타났다. 하동군은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했다.

◇농업소득 높여 귀농귀촌인 정착 도와 = 시골 생활 안정의 핵심은 소득이다. 하동에서 벌이가 가능해야 한다. 귀농인은 농업소득이 높아져야 하고, 귀촌인 상당수가 카페, 민박 등 자영업을 하고있는 만큼 이들이 소득을 올릴 수 있어야 정착한다.

하동군은 두 축으로 소득 정책을 펼쳤다. 기본 축은 각 읍면의 농업소득을 올리는 일이다. 하동군은 옥종면의 딸기, 화개면의 녹차, 악양면의 대봉감, 하동읍의 배와 같이 13개 읍면마다 주요 작물이 뚜렷하다. 각 면의 특산물 생산, 가공, 유통을 지원해 농업소득을 획기적으로 높여내고 있다. 

옥종면은 2024년 기준 615농가가 339ha의 농사를 지어 약 930억 원 이상 매출을 달성했다. 한 농가가 대략 1억 5천만 원 정도 매출을 올린다. 각종 농자재비를 제외하더라도 먹고살 만하다. “농사지어 살만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귀농인들이 몰리고 있다.

화개면은 녹차 시배지로서 녹차 특구로 지정하여 특화했다. 하동군은 차앤바이오진흥원과 녹차가공공장을 운영하며 찻잎을 직접 수매, 가공, 수출하여 녹차산업을 키워내고 있다.

녹차가공공장의 2024년 찻잎 수매량은 전년 대비 342%, 수매금액 275%가 늘어났다. 수매 대금의 상승은 곧바로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지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녹차밭의 아름다운 풍경이 관광객을 불러들여 자영업자들에게 활력을 넣고 있다. 녹차 농사를 짓거나 펜션, 식당, 카페를 운영하려는 귀농·귀촌이 늘고 있다.

이처럼 각 읍면의 특작물 중심으로 농업소득을 높여내 농민들을 살리고, 귀농·귀촌인 정착을 지원했다. 1읍면 1농산물 특화 정책인 북천면 고구마, 금남면 산딸기, 금성면, 진교면 마늘 등은 다른 읍면으로도 확장 중이다.

◇좋은 일자리로 지역도 살리고, 정착률도 높여 = 소득을 올리는 또 하나의 축은 좋은 일자리 만들기다. 하동군은 공공영역부터 일자리 만들기에 애쓰고 있다.

2024년 하동군이 직접 채용하는 지역 일자리 3,053개를 만들고 308억 원을 썼다. 기존의 취약계층 중심 공공근로사업은 ‘하동형일자리사업’으로 개편하여 청년과 귀촌인들에게도 취업 기회를 제공했다.

2024년 일자리 현황은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1,760명, 산불감시요원과 진화대 인원 152명, 하동형일자리사업(구 공공근로사업) 99명 등이다. 2025년에도 하동군은 하동형 일자리 전략을 4개 분야, 45개 단위사업, 170명을 대폭 확대하여 지속 추진한다.

그중 인상 깊은 사업은 “청년(마을)협력가 파견 사업”이다. 2023년부터 귀농·귀촌한 청년들을 뽑아 파견했다. 마을 자원 발굴, 마을 가꾸기, 마을 축제 등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24년 11개 마을에 협력가가 들어갔고, 2025년에는 16개 마을로 확장할 계획이다. 

◇빈집 활용으로 마을을 살리고, 귀농귀촌인 주거안정 효과 이끌어 = 귀농·귀촌인 정착의 필수 요소는 살림집이다. 하동군은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대대적인 사업을 펼쳤다. 그 중심에 ‘빈집 활용사업’이 있다. 마을도 살리고, 귀농·귀촌인 살림집도 마련하는 사업이다.

하동군은 2023년에 자체적으로 빈집을 전수조사하여 1,361동을 발굴하여 활용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2024년에는 이 빈집을 대상으로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빈집실태조사’를 하여 바로 입주가 가능한 집 136동, 수리해야 할 집 884동, 철거해야 할 집 88동으로 나누어 정책을 펼쳤다.

활용 가능한 빈집 중 소유자의 동의를 받은 110동은 하동군 누리집에 공개하고 귀농·귀촌인과 연결해 주고 있다. 철거해야 할 집은 행정안전부의 ‘빈집정비사업’에 선정돼 100동의 철거 예산을 확보하고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진행했다. 수리해야 할 집은 귀농·귀촌인 주택수리비 지원사업으로 활용 가치를 높였다.

귀농귀촌 사관학교 운영 모습.(사진=하동군)
귀농귀촌 사관학교 운영 모습.(사진=하동군)

◇주택수리비 지원사업, 경남도 내 최대액 지원 인기 최고 = 주택수리비 지원사업은 3년 이내 귀농·귀촌한 사람이 빈집을 사서 수리할 때 120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 금액으로 경남도 내 최대 규모다. 수요가 폭발적이었다. 2024년 62가구를 지원했다. 집을 5년 이상 임대한 경우에도 주택수리비 700만 원을 지원하여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2025년에는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게 두텁게 지원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예비 귀농·귀촌인이 1년 동안 살아보면서 정착할 수 있게 하는 귀농인의 집 16개소를 운영한다. 또 신규 주택 건축 시 설계비 지원사업도 있다.

귀농귀촌인 5가구 이상이 모여서 귀농·귀촌 단지를 지으면 기반시설 조성사업으로 가구마다 2000만 원을 지원한다. 장기적으론 각 읍면별 귀농·귀촌 단지를 조성해 귀농·귀촌인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안정정착을 돕는 단계별 교육 시스템 구축, 귀농귀촌지원센터에서 직접 운영 = 귀농·귀촌 확대와 정착을 위해서는 농·귀촌 교육도 필수다. 지역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시골 생활에 필요한 기술도 익히며, 귀농·귀촌인 간의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는 게 교육이다.

귀농·귀촌 교육을 3단계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1단계는 전국의 예비 귀농·귀촌인 대상으로 농·귀촌 길잡이와 하동 알기 교육이다.

‘하동형 농촌에서 살아보기-하동에서 1주 어때?’ 사업이다. 2024년에 100명이 수료했다.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대단히 높다. 2025년에도 10회 100명을 대상으로 교육한다.

2단계는 귀농귀촌 직전 단계 교육이다. 하동으로 귀농귀촌을 결심한 도시민들에게 귀농귀촌에 따른 실무와 현장 교육으로 ‘귀농귀촌 사관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3단계는 귀농귀촌 후 농촌생활에 꼭 필요한 ‘신규농업인기술교육’과 ‘생활기술교육’이다. 생활기술은 2025년에 경남 최초로 실시할 계획이다. 농촌 생활에 꼭 필요한 용접, 배관, 전기, 목공을 비롯해 날갈기, 예초기 사용, 짐을 싣거나 묶을 때 꼭 필요한 매듭 등을 배운다. 

◇정착률과 마을 기여도가 높은 귀향인에 주목, “귀향시대” 열어 = 하동군은 귀향인 확대에 적극적이다. 통계청이 2023년에 귀농인, 귀촌인 각 3000명을 대상으로 귀농·귀촌 형태를 조사한 결과 귀농인 75.6%, 귀촌인의 44.8%가 “농촌에서 태어나 도시생활 후 연고지로 이주한 경우”였다. 압도적 수가 고향을 선택한 것이다.

귀향인은 고향에 있는 땅과 집에서 무엇을 할지, 마을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미리미리 준비하는 데다 마을주민들과 이질감이 없어 안정적으로 정착한다. 고향 마을을 살리는 큰 역할을 한다. 

하동군은 2023년에 전국 최초로 ‘귀향인 특별 지원 조례’를 제정해 귀향인 개념을 정립하고 안정정착을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2024년부터 각종 보조사업과 지원사업에 귀향인을 포함해 지원했다. 하동군이 앞장서 “귀향시대”를 열어내고 있다.

이외에도 도시지역 귀농귀촌단체와 업무협약, 예비 귀농귀촌인 초청행사, 귀농귀촌박람회 참가 등 다양한 활동으로 귀농·귀촌인 열기를 이어가는 한편 안정정착에 집중하고 있다. 

하동군은 “귀농·귀촌인이 행복하면 귀농귀촌인을 불러온다”는 믿음으로 소득, 주거, 생활 여건 개선에 역량을 모아 ‘귀농귀촌 별천지, 하동’을 만들어가고 있다.

뉴스프리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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