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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제동장치 망가진 폭주 기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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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언론, 대통령보다 강한 초갑(超甲)”

정부 작동 중단시키는 게 정치인가

이재명 위상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로베스피에르 다음엔 당신 차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웃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웃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정오(한국 시각 21일 오전 2시) 미 의회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제47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민선 대통령으로 임기가 정해져 있지만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통치권자다. 제국 황제의 취임식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겠다. 그는 이번에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내세워 승리했다.

많은 정치리더들이 구사했던 구호이지만 트럼프에 와서 특별한 인상을 준 것은 배타성이 과시되는 국가 이기주의의 강력한 표현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국가 통치자로서는 당연한 책무일 수도 있다. 문제는 배타성이다. 세계 질서와 협력의 유지와 관리를 책임지던(그렇게 인식되던) 미국을 ‘자국 이익’의 틀 속으로 완전히 불러들여 버리겠다는 구호로 바꿔놓았다. 그것이 트럼프의 MAGA다.

같은 날 대한민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서 발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달 3일 밤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인 다음 날 새벽 이를 해제했다. 국회가 새벽 1시에 해제 요구안을 가결한 데 따른 조치였다.

“국회·언론, 대통령보다 강한 초갑(超甲)”

민주당이 비상계엄에 대한 국민들의 충격과 공포감을 등에 업고 밀어붙인 탄핵소추로 윤 대통령은 그 즉시 업무가 중지되고 정부는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한덕수 대행이 민주당의 쌍특검법 (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공포 및 헌법재판관 임명 요구를 거부하자 또 탄핵소추의 칼을 휘둘렀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닌 국무총리 탄핵소추 기준을 적용했지만,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의 효력을 인정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내려앉았고, 민주당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민주당은 갑자기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란죄’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고 나서는 이를 철회하겠다는 것도 어이없지만, 그게 헌재 측의 권유 때문이었다고 알려져 국민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탄핵 결정을 앞당기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해서 반발 여론이 들끓었다.

헌재는 명확한 입장표명이나 결정도 없이 변론기일을 주 2회씩으로 정하고 강행했다. 그 3번째 기일에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40분쯤 문형배 재판관이 증거 채부(採否) 관련 일정을 설명한 뒤 “이상으로…”라며 심리를 마치려 하자 “잠시만요”라며 다시 발언에 나섰다. 네 번째로 행한 이 발언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국회 의결을 방해했다고 하는데, 설령 군을 투입해 방해했더라도 그 이후 더 이상 계엄 해제 요구를 못 하는가?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대한민국에서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더 강한 ‘초갑(超甲)’이다. 이후에도 얼마든지 계엄 해제 요구를 할 수 있고, 그것을 막았다면 그건 정말 뒷감당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와 언론은 초갑(甲)’이라고 한 말이 뒤통수를 후려친다. 지난 2년 반 동안의 정치과정에서 최고 권력자 대통령이 느낀 바가 그랬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윤 대통령 자신은, 적어도 정치에서는 갑이었던 적이 없었다는 토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가 말한 국회는 ‘더불어민주당+기타 야당들’과 동의어다. 21, 22대 국회 동안 국민의힘은 존재가치를 상실해 버렸다. 국회는 거의 전적으로 민주당에 장악돼 있었다. 그들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대통령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 상시 권력투쟁의 정치를 이어왔다. 그런 민주당의 정치행태에 대통령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달려왔다는 뜻 아니겠는가.

정부 작동 중단시키는 게 정치인가

의회는 정당 간, 의원 간의 숙의(熟議)를 본질적 속성으로 하지만 민주당은 그에 구애되는 빛이 없었다. 일방적 입법행위만 있었을 뿐이다. 그들의 행패는 이에서 끝나지 않았다. 소나기처럼 탄핵소추안과 특검법안을 쏟아냈다. 이 대표 취임 후 지금까지 29건의 탄핵소추안 발의, 20건의 특검법안 발의를 민주당은 자행했다. 그래도 윤 대통령이 버티자 ‘정부 예산안 칼질’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정부의 동력원을 아예 끊어버리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자랑삼아 드러낸 것이다.

헌법상 대통령과 여당이 이에 대응해 휘두를 무기는 전혀 없다고 할 정도다. 야당의 파상공격을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는데 무슨 수로 반격하겠는가. 윤 대통령의 ‘국회 언론 초갑론(超甲論)’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을 것이다. 언론의 경우 비상계엄 파동 이전엔 야당의 정치적 행패를 비판하는 매체가 적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자 태도가 돌변했다. 강자의 편에 재빨리 편승하는 기민함을 뽐내고 있다. 박 전 대통령 때 익히 목격한 행태 그대로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민주당 덕분에 만들어졌다는 보은 의식에서 그러는지 윤 대통령을 체포하고 수사하는 과정이 사납기 그지없다. 현직 대통령을 군사 작전하듯 해가며 체포해서 구속했다. 공수처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 직권남용죄의 연장선상에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하는 모양인데, 명백한 억지다. 직권남용죄라 한다고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현직 대통령은 재임 중에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 완장을 차면 이를 과시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가? 어제는 윤 대통령이 헌재 변론 후에 허가받아 병원에 갔는데도 공수처는 이를 모르고 강제구인을 시도하는 황당할 정도의 부지런함을 자랑했다.

욕심껏 챙기려 들면 그만큼 잃게 된다. 어느 날부터 여론조사 결과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여당 지지율도 동반 상승하는 현상을 보인 것이다. 민주당은 극히 일부의 예인데다 보수 과표집 결과라고 했지만, 그 같은 추세는 계속됐을 뿐만 아니라 확산현상까지 나타났다.

이재명 위상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민주당이 각성할 법도 한데 그 당의 제동장치는 망가져 버린 것인가. 민주당은 하다 하다 개인의 카카오톡 메시지까지 감시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섰다. 내란 동조나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람은 일반인이라도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당내 여론조사 검증 기구를 만들겠다고 한다. 여론조사 검열을 하겠다는 것이다. 조지 오웰의 《1984년》, 그 ‘대형(大兄)의 나라’로 가는 게 이들의 궁극적 목표인지도 모르겠다.

이 대표 자신은 표정과 언사 관리에 들어간 것 같다. 그는 지난달 9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나를 한국의 트럼프라 부른다”라고 했던데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더욱이 ‘한국의 트럼프’는 코미디로서도 수준 미달이다. 트럼프가 권력의 사유화, 권력의 사적 행사라는 비판을 받아오긴 했지만, 소속 정당의 의원들을 자신의 사법적 족쇄를 푸는데 동원했다는 말은 들은 바 없다.

트럼프는 ‘거래적 정치’의 전형적인 리더로 인식되고 있으나 ‘국익 증대’라는 목표, ‘미국을 더 위대하게’라는 비전이 확고하다. 이 대표에게 정치는 그저 사적(私的)인 직업일 뿐이다. 국가 목표와 비전 하나라도 제대로 제시한 바 있는가?

측근들이 온통 충성심으로 뭉쳐진 것 같지만 자유민주국가에서 태어나 출세한 사람들이 남의 종으로 평생을 살려고 할 까닭이 없다. 국회의원쯤 되면 마음속으로 자신도 대통령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여길 것이다. 보스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가 흔들리면 측근들의 심지도 흔들리기 쉽다.

같은 맥락에서 볼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15일(윤 대통령이 체포된 그날) 한남동 의장공관에서 가졌다는 전·현직 의원들의 부부동반 만찬 뉴스가 눈길을 끈다. 20대 국회 시절 당의 원내대표로서 같이 일했던 부대표단이라고 하지만 아주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달 3일 밤 비상계엄령을 155분 만에 무력화시키는데 역량을 발휘한 점을 자랑하고 싶었을까?

상관없는 이야기이긴 한데 책을 읽다가 눈에 띄는 부분이 있어 이어 붙인다.

“로베스피에르 다음엔 당신 차례”

프랑스 대혁명 당시의 자코뱅 리더 중 한 사람이었던 자크 르네 에베르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단두대’라고 주장할 정도로 과격했다. 상대적 온건파인 조르주 당통과 대립하면서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와 손을 잡았다. 그러나 로베스피에르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쿠데타를 기도하다가 발각됐다. 1794년 3월 13일과 14일에 에베르파 간부 18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21일 재판에 회부되어 24일 처형당했다. 단두대를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떠들었던 그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것이다.

조르주 당통은 변호사로서 혁명에 참여했다. 군중을 선동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게 한 인물로 알려졌다. 자코뱅에 가입, 혁명재판소를 설치하고 수많은 왕당파를 처형했다. 그는 공포정치의 적극적인 옹호자였다. 그러나 여성 편력이 심하고 향락을 즐긴 부패 정치인이었다. 도덕의 화신이던 로베스피에르와 마찰을 빚었고 결국 체포됐다.

4월 2일부터 3일간 당통파 14인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이들이 완강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재판 진행이 어려워졌다. 4일 의회는 “국가의 재판에 저항하거나 재판을 매도하는 피고에게는 변론을 금할 수 있다”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음날, 그러니까 5일 변론의 기회를 봉쇄당한 이들 전원은 단두대로 보내졌다. 당통은 처형장으로 가던 중 로베스피에르의 집 앞을 지나가면서 외쳤다.

“로베스피에르, 다음은 당신의 차례요.”

이해 6월 10일의 ‘프레리알 22일 법’은 혁명재판에서 피고의 변호와 예비신문을 폐지하고, 배심원의 결정은 심증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혁명의 적’ 범위를 확대했다. 걸면 걸리는 법으로 만든 것이다. 이 법이 제정되면서 공포정치는 극단적인 상태로 치달았다. 의회 의원들의 로베스피에르에 대한 두려움도 부풀어 올랐다.

테르미도르 9일, 의회에서 자크니콜라 비요바렌이 등단해 격렬하게 로베스피에를 비난하면서 “한마디로 폭군이다”라고 외쳤다. 여기저기서 “폭군을 죽여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로베스피에르는 말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체포당하는 신세가 됐다. 그는 “공화국은 망했다. 악당이 이겼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오후 5시였다.

이튿날 날이 밝자 로베스피에르와 그 일파 22명은 곧바로 형장으로 끌려가 처형당했다. 로베스피에르를 구출하려 의회에 몰려갔다가 체포된 코뮌파 70명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이상 노명식, 《프랑스혁명에서 파리코뮌까지》 인용·참고).

급진파가 제동력을 상실하고 관성에 끌려 폭주를 하게 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의 장면들이다.

ⓒ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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