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이어 헌재 탄핵 심판 직접 출석
헌재 판결 전까지 지지층 결집 주력할 듯
탄핵 되더라도 조기 대선 영향력 행사 가능
다만 진영 갈등 심화·중도층 이탈 우려도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뒤에도 ‘옥중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데 이어 21일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했다.
지지층 결집을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견제하고, 여론 재판 성격이 짙은 헌재 판결을 유리하게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만약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와 여론이 유지될 경우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옥중 정치가 강성 지지층을 자극해 보수·진보 양 진영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의 옥중 정치는 건강하지 않다. 국민의 화합을 촉구하는 게 아니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강성 지지층에게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괜찮다’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선거에 이기기 위해선 중도 외연 확장이 필수적인데,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행보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국민의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여권 관계자는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선 보수 원팀을 넘어 중도층의 마음을 붙들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을 위시한 강성 지지층이 너무 부각될 경우 중도층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헌재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탄핵소추 사유들을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남색 양복 차림에 빨간색 넥타이를 맸다. 탄핵소추된 현직 대통령이 헌재 심판정에 직접 출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변론기일이 시작되자 발언 기회를 얻어 “저는 철 들고 난 이후 지금까지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며 “헌법재판소도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재판관님들께서 여러모로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쪽지’를 전달한 적도, 국회의원들을 막으려 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계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음모론이 아닌 팩트 확인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후 변론기일에도 가능한 한 모두 출석한다는 입장이다. 헌재 변론은 생중계되지 않지만, 녹화된 영상이 공개되면, 여론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45분간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구속 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된 지난 19일엔 변호인단을 통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겠다”며 “사법 절차에서 최선을 다해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과 정당성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일부 시위대를 향해서는 “국민들의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에 체포된 지 사흘째인 17일엔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저는 구치소에서 잘 있다”며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애국심에 감사드린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1일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친필 편지를 보냈고, 체포 당일인 15일엔 영상 메시지와 올 초 작성해둔 9000자 분량의 육필 원고도 공개했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 데 이어 오차범위 안쪽이지만 국민의힘 ‘정권연장론’이 더불어민주당 ‘정권교체론’보다 더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온 만큼, 윤 대통령은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옥중 정치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17일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을 원한다는 응답은 전주 대비 7.4%p 상승한 48.6%였다. ‘정권 교체’는 6.7%p 하락한 46.2%였다. ‘잘 모르겠다’는 5.2%였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46.5%, 민주당은 39.0%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와 비교해 국민의힘 지지율은 5.7%p 상승했고, 민주당은 3.2%p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100%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찬성이 57%, 반대가 36%였다. 전주 대비 찬성은 7%p 줄었고, 반대는 4%p 늘었다. 기사에 인용된 두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