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통합’을 정책 아젠다로 던졌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저출산 문제, 1인 가구 증가 등에 따른 ‘고립’ 문제 해소에 초점을 맞춰 사회 통합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이를 통해 경제 구조도 생산성 있게 바꿔 나가야 한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조기 대선을 겨냥해 ‘중도 지지층’ 민심을 잡기 위한 몸풀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21일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이하 경제특위) 첫 회의를 열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경제특위는 탄핵 정국에서 국정 불안정 요소가 많아진 가운데, 당이 올해 경제정책방향의 원활한 시행을 점검하고 민생 경제를 안정시킬 실효성 높은 방안을 마련하자는 차원에서 꾸려졌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선 실생활에 밀접한 민생경제 지원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경제특위는 ‘통합’ 아젠다를 제시하며 ‘외로움, 고립, 단절’을 해소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윤희숙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굉장히 생산성이 높은 나라가 돼야 하지만 그늘진 곳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고 통합 아젠다가 필요하다”며 “통합의 아젠다 중 (외로움, 고립, 단절이) 우리 옆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사회적 아픔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사람 하나하나가 귀해지는 세상이다. 모든 사람들이 활력 있고 자기 일을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스스로 연결해 자기를 돌보고 남도 돌보는 사회를 통해 사회 운영 시스템을 변화해야 한다는 문제를 던지는 게 필요하다”고 아젠다를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로움, 고립, 단절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악, 규명해 통계를 만들고 사회적 목표를 설정하며 이를 위한 협업을 어떻게 만들지를 담당할 국가적인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논의됐다”며 “국민 모두가 능동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사람으로 우리 사회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총리실 내에 사회적 고립과 단절, 외로움을 다루는 대책단을 꾸려 재원과 조직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특위 위원인 박수민 의원은 “양극화, 저출산, 정치 갈등, 100세 시대, 노후 빈곤 등 많은 사회 문제가 있다. 이런 큰 문제를 관통하는 기저에 잠복 요인이 고립과 외로움”이라며 “기존의 복지정책이 고립과 단절 속에서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는 만큼 이제 새로운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 외로움과 단절을 넘어 통합과 포용의 경제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특위가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춘 정책 아젠다를 제시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정치 스케줄과는 관계없다. 당의 정신을 새롭게 하고, 시대에 맞는 시대의 급소를 찾아내려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선거 때문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당 지도부가 중도 지지층을 겨냥한 정책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날 특위가 제시한 아젠다도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했다고 한다. 또 권 원내대표는 최근 당내 경제통 인사들에게 ‘상시로 정책을 발굴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김상훈 정책위의장 산하에 ‘정책어젠다발굴(태스크포스)TF’도 신설할 방침이다.
특히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보수 정당의 정체성 재정립과 새로운 비전을 요구받을 것에 대비해 ‘국민 통합’이라는 큰 틀에서 정책적 고민을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 의제로 간주돼온 ‘약자와의 동행’ 이슈를 선점해 정책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윤 위원장은 “보수당의 정체성은 나라가 활력을 가지면서도 그늘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라며 “인구도 줄고 생산가능 인구도 줄기 시작해서 모든 국민이 귀해져야 사회통합도 만들 수 있다. 그동안 보수정당이 이 문제를 등한시했다. 이런 정체성을 상기시키는 단계”라고 했다. 특위 부위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개인의 자유와 성과만 강조하는 게 아니고 공동체를 지키고 유지하는 게 보수정당의 이념이고 가치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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