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처음으로 출석해 직접 변론에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은 헌재 흔들기에 나섰다. 탄핵 심판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해 헌재를 향한 공세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힘, 헌재 향해 ‘정치적 편향성’ 지적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헌재가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짬짜미식 고의 지연 전술을 펼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의 변호인단에는 증거자료와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얼마나 닥달했냐”며 “박 법무부 장관은 2번에 걸쳐 신속재판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는데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에 대한 판단을 사법부의 권한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안의 중요도와 상관없이 사건 진행속도를 맞추라며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어 “무엇보다 거야의 줄탄핵은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거론된 만큼 대통령 탄핵 결정 이전에 민주당의 ‘탄핵소추 독재’에 대한 판단을 먼저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12·3 비상계엄 선포와 야당의 ‘줄탄핵’을 두고 어떤 사안이 더 위헌적인지 먼저 판단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그는 “(판단이 선행되어야) 대통령 탄핵 심판이 완결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헌재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10건의 탄핵소추를 동시에 진행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탄핵 인용과 기각을 결정할 권한이 헌재에 있음에도 탄핵 심판의 ‘완결성’을 거론했다. 헌재가 헌법에 따라 대통령의 탄핵을 공정하게 심판할 것이라는 믿음보다 민주당과 정치적인 연관성을 제기하며 ‘정치적 판결’의 가능성에 방점을 둔 셈이다.
권 원내대표는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의 사적인 친분을 언급하며 이러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으면 헌재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탄핵 심판에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 권한대행이 이 대표와 과거 연수원 시절 동기로서 노동법학회를 함께하며 호형호제하는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법조계에 파다한 이야기”라며 “문 권한대행이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이자 대통령에 대한 실질적인 탄핵소추인인 이재명 대표의 절친이라면 헌재 소장 대행으로서 탄핵심판을 다룰 자격이 과연 있겠냐”고 반문했다.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헌재가 대통령 탄핵에만 몰두한 나머지 다른 분들의 탄핵사건을 지연시키는 것은 헌재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될 경우 헌재가 정치적 편향성 갖고 있다,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에 그건 헌재에도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밝혔다.
박수민 원내대변인도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 권한대행과 이 대표 간 친분 관계에 대한 이야기의 출처가 어디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며 “권 원내대표가 아실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에게는 해당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 다음 일정을 이유로 이석했기 때문이다.
◇ 국민의힘, 헌재 비판으로 ‘탄핵 흔들기’
최근 국민의힘은 극우 발언과 폭력까지 동원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결집으로 당 지지율이 상승세에 올라탄 모습을 보이자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새벽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이에 반발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겠다며 서부지법을 습격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들의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사법 절차 진행 과정의 문제점들,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너무나 잘 안다”며 폭도로 낙인찍거나 마녀사냥하지 말라고 비호했다.
국민의힘은 시위대의 분노한 마음을 이해한다는 발언을 한 바로 다음날 헌재에 대해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한 메시지를 냈다.
이에 서부지법 폭력사태 이후 시위대가 헌재로 향하는 상황에서 원내대표의 ‘헌재소장 대행이 이재명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짬짬이 하고 있다’는 발언은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런 지적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연계해서 보는 것 같다”며 “개별 심판사건에 대해선 헌재에 맡겨져 있다고 믿으나 이해상충에 대해선 목소리를 낼 수 있고 헌법적 절차와 원칙이 이상하게 뒤틀릴 수 있다는 여지가 있다고 하는 것은 저희의 역할”이라고 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