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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카톡 검열’로 민주당 비판할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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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에 걸린 현수막. 사진=정민경 기자.
▲ 21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에 걸린 현수막. 사진=정민경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을 선전하는 ‘가짜뉴스’를 담은 대화에 법적대응하겠다고 밝히며 논란이 됐다. 개개인의 대화를 대상으로 경고에 나섰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여당이 민주당을 규탄하고 나섰는데 실제 카카오톡 사찰은 박근혜 정부 때 발생했고, 국민의힘이 ‘대통령 명예훼손’ 영상을 유포한 시민까지 고발한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사찰 문제와 허위정보 대응 등이 ‘공방’의 소재로 쓰이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생산적 논의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이 내란을 옹호하는 유튜브 콘텐츠 등에 대응 계획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촉발됐다. 그는 “카카오톡 등을 통해 내란 선전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퍼 나르면 충분히 처벌받을 수 있다”며 “일반인이라도 단호하게 내란 선전으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여당에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 침해 행위라며 피고발인 모집 캠페인을 벌였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당신의 카톡도 보겠답니다’ 문구의 현수막을 대대적으로 내걸었다.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쟁점이 됐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 자유에 굉장히 큰 침해가 될 수 있다”며 결의문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카카오톡 대화를 예로 들었지만 이는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의미가 아닌 관련 신고나 고발에 있으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야당인 민주당이 사찰을 할 수도 없다. 다만 일반 시민의 입장에선 정치권이 나서 사적인 대화까지 고발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는 점을 문제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정치권이 주도하는 ‘가짜뉴스 대응’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여야의 관련 공방이 주로 보도되지만 실제 ‘카카오톡 사찰’ 사건은 크게 조명되지 않고 있다. 2014년 경찰이 정진우 노동당 당시 부대표의 카카오톡에 감청영장을 청구해 2300여명의 대화명과 전화번호 등까지 싹쓸이 수사를 해 사이버사찰 논란이 커졌다. 특정인에 대한 영장을 받으면 단체방에 참여한 사람들의 사적인 대화내용까지 유출된 것이다. 

논란은 해외메신저 텔레그램 망명으로 이어졌고, 당시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감청영장 협조 거부”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검찰이 감청영장을 ‘실시간 감청’이 아닌 ‘카카오톡 서버에 저장된 과거 대화를 받아오는 방식’으로 편법적으로 집행했기에 저항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후  2016년 10월 대법원이 “카카오톡 감청영장으로 얻은 증거는 효력이 없다”고 판결하면서 카카오톡 사찰 문제는 일단락됐다.

▲ 2015년 10월20일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이 검찰 수사 관련 감청 협조 재개를 결정한 카카오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2015년 10월20일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이 검찰 수사 관련 감청 협조 재개를 결정한 카카오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공개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 따르면 카카오가 보복을 당했을 정황도 보여준다. 감청영장 협조거부 선언을 한 직후 “다음카카오 동향” “이석우 대표, 실시간 감청 불가, 대응” 등 그를 언급하는 메모가 많았다. 2014년 11월14일에는 “개인정보보호 개인비리 온라인뱅킹 대행” 등 카카오의 약점을 언급하는 메모가 쓰였고 공교롭게도 이 대표는 직후 ‘카카오가 아동음란물 유통을 방치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가짜뉴스’와 관련한 과잉 심의나 규제 시도는 여러 정부에 걸쳐 논란이 됐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더욱 심각한 행태를 보였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연설을 짜깁기한 풍자 영상이 대통령 명예훼손을 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이 고발에 나섰다. 그 결과 제작자는 물론 유포자들도 검찰에 송치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에 나섰다. 매우 이례적인 일로 시민사회의 반발이 잇따랐다.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도 가짜뉴스 규제를 추진했고, 문제적 심의 사례도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 방통위는 2년 간 논의 끝에 가짜뉴스(허위정보)를 별도로 규제하지 않는 결론을 냈는데  윤석열 정부에선 이를 엎고 강한 규제를 추진했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의 ‘언론 오보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대표적이다. 방통위는 2025년 업무계획을 통해 허위정보의 단계별 규제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당시 포고령에는 언론의 사전검열을 명시하는 위헌적인 내용까지 담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통신감시가 증가하고 관련 자료 공개가 축소되는 점에서 의구심도 제기된다. 2024년 상반기 통신감시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에 제공된 통신사실확인자료(통화내역·인터넷 IP주소 등)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급증했다. 감청 건수는 2023년 상반기 4845건에서 2024년 상반기 5278건으로 늘었다. 감청은 주로 국정원에 의해 이뤄지는데 2024년 1월부로 국정원의 수사권이 폐지됐음에도 외려 통신감시가 늘었다. 법원 영장을 받지 않은 감청이 다수로 나타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이 구성한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지난 2일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는 대통령 승인 감청이나 긴급감청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비상계엄 전후로 법원의 허가 없이 위법한 감청이 시행되지는 않았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국정원의 감청 건수와 통신사실확인자료가 예년에 비해 대폭 줄기는커녕 급증하다시피 했으니, 깊은 의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법적인 의미에서 ‘카톡 검열’은 아니지만, 비유적인 의미에서 프레임 씌워져 비판받을 수 있는 행태”라면서도 “이는 국민의힘이 정부여당에 불리한 가짜뉴스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아 국민의힘이 ‘카톡 검열’, ‘표현의 자유 침해’ 프레임으로 비판할 자격은 없다고 보인다”고 했다. 그는 “모든 진영에서 쓰일 수 있는 이런 기조는 국민의 정치적 소통, 언론,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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