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에서 ‘자리’를 찾지 못한, 좌절한 이들에게 위험한 종교와 극우 이념이 ‘자리’를 주었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이사는 20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앞세운 극우 개신교 세력의 발흥 배경을 이렇게 짚었다. 전광훈은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윤석열 대통령을 서울구치소에서 구출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12·3 내란’과 ‘1·19 폭동’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김 이사는 전광훈을 따르는 극우 개신교 세력의 한 축을 “보수 기독교에서조차 버림받은 하층계급 노년층”이라고 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개신교는 거대한 전환을 겪었는데, 강남권 대형 교회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새로운 보수주의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에 친화적이고 문화적으로는 보수적인 ‘웰빙 보수주의’다. 여기서 탈락한 이들의 목소리를 규합한 게 교계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다. 김 이사는 “보수 진영이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두번 연속 정권을 잃고 지리멸렬해진 뒤 보수연합 재건에 영향을 미친 게 개신교”라며 “한기총 시대에 개신교 보수 세력이 극우적으로 견인됐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이런 흐름에 적극 편승하며 세력을 키운 대표적 인물이 전광훈이라고 본다. 실제 전광훈은 2003년 대중 앞에 등장한 뒤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전국적 유명 인물이 됐고, 이를 동력 삼아 2018년 한기총 대표 회장에 당선됐다. 김 이사는 “당시 한기총의 위상이 다 무너져서 상근자 월급을 주기도 어려웠는데, (회생의) 계기가 된 것이 태극기 집회”라며 “전광훈은 당시 태극기 집회를 이용해 극우·보수 신자들을 모았고, 그중 하층계급 노인들은 집회가 몇 년 동안 계속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다.
“전 목사는 엘리트가 아닌 사람에게 호소력이 크다. 강남권 대형 교회의 주류 교인들에게 ‘풍요는 이미 주어진 것’이었다. 교회의 메시지는 ‘이걸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에 맞춰졌다. 그러다 보니 풍요롭지 않은 사람들에게 줄 메시지가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하층계급 청년들은 신천지 같은 신흥 소종파로 이탈했고, 하층계급 노년층은 전 목사가 흡수했다. 풍요와 웰빙의 신학에 적응하지 못한 다수가 전 목사 집회에 흡수된 것이다.”
김 이사는 “계속되는 삶의 위기 속에서 좌절하고 분노한 대중을 사회가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1980년대식 민주담론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했다.
한겨레 고한솔 기자, 김채운 기자 /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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