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응원봉을 든 청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청년들도 제각각 분석을 내놓으면서 함께 ‘계엄 이후’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의원과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청년, 계엄 이후의 민주주의를 말하다’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청년이 겪은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정국을 돌아보며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청년의 역할을 모색했다.
이날 간담회는 비록 민주당 당원으로 국한됐지만 그동안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표현해 왔던 청년들의 생각이 여과없이 쏟아져 나왔다. 기성세대가 형형색색 응원봉에 놀라고 있는 동안, 이들이 갖고 있던 고민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대학생 당원인 서하빈씨는 “개인적으로 친구들과 응원봉을 들고 대통령 탄핵 집회에 많이 참가했다”라며 “언론 등에서 2030세대 청년이라며 여성을 지우는 면이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발언했다. 그는 “여성들이 탄핵 정국을 이끈 점이 보다 더 정책 등에 많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광운대학교 학생인 김태헌씨는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경찰이거나 군인인 친구들과 서로 몸 조심하라는 얘기가 오갔다. 내 친구가 내 선후배들이 어쩌면 나를 제압하거나 구금할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을 느꼈다”라며 당시의 심정을 떠올렸다. 그는 “당연한 얘기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다만 이 이상의 정쟁이 필요한지는 많은 의문을 품고 있다. 여야의 끝없는 다툼이 국민의 삶에서 어떤 부분을 나아지게 하는지 의문”이라며 “이제 민생 안정을 위해 모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치권이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고 ‘이런 비전을 갖고 있으니 우리를 지지해달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중앙대학교 캠퍼스지부 표지훈 지부장은 “학내에서 계엄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시위에 참여하는 등 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주로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은 탄핵 찬성이나 민주당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면서 “정치 무관심 내지는 정치 혐오로 점철된 여론을 돌리는 데 기여하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지역 민주당 대학생 당원인 김준영씨는 “역설적으로 탄핵 집회에 2030세대 남성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다”라며 “이를 2030세대에게 찾아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청년의 보수화 현상은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생과 청년 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2030 남성들의 보수화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는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강원도 강릉지역에서 대학생 당원 활동을 하는 최미정씨는 “활동하면서 교수님에게 많이 불려갔고 경찰서 전화도 많이 받았다”라며 “대학생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커뮤니티에 집회 관련 글을 올렸다가 신고 누적으로 30일 정지를 받기도 했다”고 경험담을 얘기했다. 그는 “지역은 힘들게 사람을 모으고 있지만 화제가 되지 않고 있다”라며 “대학생위가 서울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함께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민주당 대학생위 봉건우 위원장은 “광장의 민주주의는 촛불 혁명부터 응원봉 혁명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됐다”라며 “2030 세대가 응원봉을 들고 집회로 나온 이유는 계엄 반대가 주요하겠지만 나아가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노동 등 여러 사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광장의 열정을 정치의 현장으로 이어갔으면 한다. 광장에서 탄핵에 그칠 게 아니라 일상을 변화시키는 일상의 혁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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