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제 맥주를 생산하는 중·소규모 맥주 사업자의 생산·유통 규제를 완화해 온 결과, 과거 5년간 맥주 제조사는 2.5배, 맥주 브랜드는 4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맥주 선택권이 넓어지면서, 수제 맥주가 시장에서 모두 철수했을 경우와 비교해 캔맥주 한캔(500mℓ)당 825원 인하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측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이런 내용의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 효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그간 정부의 규제 개선을 통해 실제 시장에서 나타나는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로, 이번 분석 대상이 된 시장은 ‘맥주 시장’과 ‘면세점 시장’이다.
국내 맥주 시장은 과거 ‘국산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형편없다’는 혹평에 더해 국내 시장에서의 수입 맥주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2016년부터 규제 개선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소규모 맥주 사업자의 생산량을 제한하던 담금·저장조의 시설 규제가 완화되고, 소규모 사업자들이 편의점·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됐으며, 중소 맥주 사업자가 이용할 수 있는 유통업자가 확대되는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또 맥주의 조세 부과 체계가 출고가 기준의 ‘종가세’에서 생산량 기준의 ‘종량세’로 전환되고, 국세청장의 주류가격 명령제가 폐지되기도 했다.
일련의 규제 개선은 2020년 이후 수제 맥주의 유통 확대로 나타났다는 것이 공정위의 결론이다. 2019~2023년 국내 맥주 제조사는 33개에서 81개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수제 맥주의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2019년 0.2%에서 2022년 2.8%로 10배 이상 증가했다가 다음 해엔 1.7%로 감소했다. 전체 맥주 브랜드 수는 81개에서 318개로 4배나 늘었다.
이처럼 수제 맥주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주세 제도까지 완화하면서, 가격 측면에서도 안정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A 맥주의 2019년 1분기 출시 가격은 3524원이었는데, 2020년엔 2767원으로 내려갔다. 다만 2023년엔 2854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또 특정 맥주 제조사가 시장을 독·과점 지배한다고 가정했을 때와 비교해 확연한 소비자 후생 효과가 있는 것으로 측정됐다. 점유율 1위인 ‘카스’ 제조사인 오비맥주에 국내 수제 맥주사가 모두 인수되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재작년 기준 수제 맥주 가격은 mℓ당 3.59% 상승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위는 “공급자 간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캔맥주 가격 인하가 가능해졌다는 추론을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했다.
국내 수제 맥주가 모두 시장에서 철수했다고 가정했을 때 ‘소비자 후생’(철수 전 소비자 후생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보상해 줘야 하는 효용의 가치를 금액으로 산출)을 측정해 본 결과, 2023년엔 825원 인하된 효과가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런 소비자 후생은 2019년 135원에서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측정됐는데,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시장 다양성 증가에 따른 효과가 매년 상당함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공정위는 이밖에 면세점 주류 판매 관련 규제 개선이 불러온 효과도 분석했다. 2012년 공정위는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주류 판매 사업에 대한 호텔롯데의 독점사업권 폐지를 권고하고, 2015년부터 호텔롯데·호텔신라·경복궁·에스엠·시티플러스 면세점 등 복수업체를 선정한 바 있다.
그 결과 주요 주류 제품의 경우 해당 규제 개선 전(2012~2014년)엔 총 38회의 가격 인상이 있었지만, 개선 후(2016~2018년)에는 18회로 그 빈도가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평균 가격 인상률도 기존 9.4%에서 3.8%로 감소했다. 판매촉진 행사 2배 증가, 주류 선택권 확대 등의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번 규제 개선 효과 분석은, 그간 공정위가 추진해 온 경쟁제한 규제의 개선 이후 실제 시장에 나타난 효과를 실증 분석을 통해 살펴본 첫 번째 사례로, 특히 실제 판매자료를 확보하여 개선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도출한 것에 그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관계부처와 면밀히 협의해 개선안이 실제 효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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