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한국인의 고유 DNA(디옥시리보핵산) 해독에 성공, 미지의 영역에 가까웠던 인간 유전체 진화의 비밀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그간 치료가 불가능했던 희귀 난치성 유전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제시, 인류 수명 증대 등 다양한 인간 유전체 연구 분야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김선영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장 연구팀이 한국인 고유의 유전체 데이터를 생산·활용해 그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던 인간 유전체 진화 관련 구조 변이를 밝혀냈다고 21일 전했다. 이번 연구는 박지환 아주대 교수팀, 김준·여민경 충남대 교수팀과 공동 진행했다.
인간 DNA 해독 기술은 긴 DNA 서열을 한 번에 읽어낼 수 있는 기술인 ‘롱리드 시퀀싱(Long-read Sequencing)’이 사용된다. 이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유전체의 약 8%에 해당하는 복잡한 영역까지 해독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머지 영역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인 고유의 DNA 구조 변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생명연 연구팀은 한국인 고유 DNA 구조 분석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한국인 3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유전체 초안지도 작성(드노보 어셈블리)’ 방법으로 조립했다. 그 다음 한 사람당 어머니 쪽의 핏줄 계통과 아버지 쪽의 핏줄 계통의 유전체 지도 2개씩, 총 6개의 고품질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
연구자들은 새롭게 제작한 유전체 지도를 활용, 한국인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다수의 구조 변이들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기존에 확인이 어려웠던 돌연변이를 검출하는 성공했다. 이를 통해 염색체 끝에서 수천 개에서 수십만 개의 DNA가 손상되고 복구하는 반복과정에서 형성된 구조변이 19개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생명연 연구진에 따르면 총 19개의 돌연변이 중에서 8개는 한국인 3명 중 2명에서 확인됐다. 이는 인류의 공통조상에서 이미 발생한 유전변이 정보가 마치 화석처럼 한국인의 DNA에 남아있다는 증거다. 즉, 한국인 고유 DNA 구조를 분석해 인류 진화의 역사를 밝혀낸 셈이다.
이와 함께 생명연 연구자들은 세포 내 존재하는 다양한 DNA의 복구 과정을 재구성하는데도 성공했다. 세포에는 거대한 돌연변이가 인근에 남긴 흔적들이 존재한다. 연구진은 이 흔적을 따라 어떤 방식이 각각의 거대 돌연변이를 형성해낸 것인지 그 진화 과정을 역으로 추정했다.
생명연은 “이번 연구성과는 인간 유전체 진화 원리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낸 것”이라며 “염색체의 가장 끝부분을 보호하는 구조물인 텔로미어 영역에서 DNA의 대규모 구조 변이 형성에 대한 원리를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생산한 고품질의 한국인 유전체 지도는 향후 희귀질환 연구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 분야에 널리 활용될 수 있다”며 “한국인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 논문 제1저자인 조수복 생명연 전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한국인 고유의 유전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갔다”며 “대규모 한국인 유전체 정보의 체계적 구축은 향후 전 세계 유전체 연구와 정밀의료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든든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 ‘산업부 시스템 산업거점기관 지원사업’,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헹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엑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1월 8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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