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백악관에 있는 대통령 공식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도 새롭게 단장했다. 오벌 오피스는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만나는 ‘미국의 힘’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공간이자,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그들의 철학과 가치가 반영되는 곳이다.
2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취임식 직후 트럼프 보좌진이 공개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2기 행정부에서 사용할 오벌 오피스에 대해 보도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벌 오피스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달라진 점으로 미국의 제3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 초상화의 등장을 꼽았다. 트럼프의 첫 임기에서도 앤드루 잭슨 초상화가 걸려 있었으나, 이번에는 백악관 미술품 컬렉션에서 새롭게 가져온 작품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은 백악관 컬렉션, 스미스소니언의 소장품 등을 대여할 수 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포퓰리즘과 반기득권 물결을 타고 집권한 후 당을 자신의 이미지로 재탄생시킨 잭슨을 특히 좋아한다”고 전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 때 걸려있던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대형 초상화는 사라졌다. 영국의 전 총리 윈스턴 처칠의 흉상은 재등장했으며, 벽난로 위에 미국의 국조(國鳥)에 해당하는 은색으로 된 독수리 장식물이 새롭게 추가됐다. 윈스턴 처칠의 흉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벽난로 근처 테이블에 있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치웠다가 이번에 다시 돌아왔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오벌 오피스에서 들였던 벤자민 프랭클린 초상화는 그대로 유지됐다. 앞서 바이든 전 대통령은 과학에 대한 행정부의 집중을 상징화하기 위해 벤자민 프랭클린 초상화를 오벌 오피스에 걸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바이든 시절 제거됐던 군의 각 지부 깃발도 오벌 오피스에 다시 걸렸다.
그림과 조각상뿐만 아니라 대통령들은 종종 다른 디테일로 자신을 드러낸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벌 오피스에는 그의 아이콘인 ‘다이어트 콜라 버튼’도 다시 생겨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책상에 빨간색 콜라 버튼을 두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다이어트 콜라를 하루에 12캔 정도 마시는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이 버튼을 누를 때마다 보좌진이 콜라를 가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콜라 버튼을 없애고, 집무실 밖에 초코칩 쿠키를 두었는데 다시 콜라 버튼이 책상에 돌아온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벽난로 근처 커피 테이블에 사과를 놓아두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오벌 오피스는 단순한 업무 공간을 넘어, 각 대통령의 행정부 철학과 가치를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국 정상과의 회담, 의회 지도자들과의 논의, 그리고 역사적인 순간에 국민들에게 연설하는 장소로 오벌 오피스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각 대통령은 오벌 오피스를 개인화하며, 그들의 가치와 목표를 반영한 예술품과 유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WSJ은 오벌 오피스가 새로운 대통령이 집권할 때마다 행정부의 변화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직이 바뀔 때 오벌 오피스의 재단장은 몇 시간 만에 이루어진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부터 바뀌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기 약 1시간 전에 오벌 오피스의 카펫 교체와 같은 작업이 진행됐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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