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 기업들은 불확실성과 위기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 주요국 간 무역 분쟁,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와 고물가 등 지난해의 어려움이 새해에도 여전하다.
설상가상 여기에 국내 정치적 불안정까지 더해져, 해외 무역 기업들의 생존 환경은 더욱 척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생존을 위한 해답은 여전히 ‘수출’이다. 우리기업들은 반도체·자동차·조선·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으로 국가 경제의 중심축을 책임져 왔다. 이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집중력으로 위기를 극복해 온 경험을 갖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에 필요한 수출 전략은 무엇일까?
의료 장비를 제조해 수출하는 코스닥 상장 기업인 원텍은 아시아 시장 확장을 위해 태국 방콕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레이저 의료기기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피부미용 관련 기기의 수요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데 2023년 1156억원의 매출과 4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수출 덕분이다. 국내 매출(2023년 국내 563억원)만큼, 해외 매출(553억원)이 상승했다. 2024년 실적이 주춤한 것도 수출 비중이 감소 탓이다. 원텍은 향후 해외 수출국의 다변화를 통해 매출처 균형을 이루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원텍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자사 의료기기 6종에 대한 인증을 마쳤다고 한다. 윈텍을 이를 계기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시장을 적극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윈텍의 사례에서 우리 기업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찾아보자.
첫째,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
전통적인 수출국인 미국, 중국, 유럽 외에도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 원텍처럼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전략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동남아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동시에 갖춘 제품이 필요하며, 중동 시장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및 인프라 분야에서의 협력이 중요하다. 해외 진출은 시장의 진입부터 성장 그리고 관리까지 어렵지 않은 것이 없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은 중국 비중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2024년 3분기 기준 62조5000원의 매출액 중 19%인 11.8조원이 중국에서 발생한다. 한때 SK하이닉스의 중국 비중은 32%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동나비엔은 북미 지역의 수출 비중이 높다. 해당지역에 대한 매출은 5820억원으로 총 매출액의 61%를 차지한다. 2013년 미국법인의 1032억 원 매출액, 7억원의 영업이익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발전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처럼 해당 국가의 정부 정책에 따라 시장환경이 급변할 수 있어 장기적인 대응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둘째,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단순 제조업에서 벗어나 연구개발(R&D)과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인 제품과 서비스를 수출해야 한다. 특히, 친환경 기술, 바이오 헬스, 미래 모빌리티, 인공지능(AI) 분야 최첨단 기술붆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바이오와 2차전지 등 우리나라가 밀고 있던 수출 산업은 2024년을 기점으로 변곡점을 맞이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4년 3분기 누적 약 3조3000억원의 매출액과 약 1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25%다.
2차전지 대표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 기간 19조원의 매출액과 800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2022년에 비해 영업이익 56% 줄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기반 기술력을 인정받은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에 도전했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로봇, AI, 양자컴퓨터 등 최첨단 테크 기술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모든 산업 영역에 적용될 거 같은 AI 기술에 대한 관심은 일부 대기업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적극적인 투자나 성과를 아직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AI 연구소인 네이버 클로바(Clova)를 통해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번역 등 다양한 AI 기술을 개발 중이다. 카카오(Kakao)는 AI 기반 플랫폼 카카오i를 통해 음성인식, 추천 알고리즘, 챗봇 등의 기술 개발한다고 한다. 그 외 삼성전자는 빅스비(Bixby)와 같은 AI 기반 음성비서 서비스 제공하거나, LG AI 연구원 역시 AI모델 엑사원(EXAONE)을 개발해 AI 기술 연구와 활용에 집중한다.
Open AI 기술을 이용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 GPT 등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지만, 원천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고 이를 활용할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세계 수출 6위의 무역 강대국인 대한민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지만, 기술력 1위 제품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늘 중국의 추격을 경계해야 한다.
첨단 계측 장비인 원자현미경을 만드는 파크시스템스는 B2B 중심의 기술 제품을 제조 판매한다. 전문성 및 기술력이 중요한 산업으로, 글로벌 기술 강국인 독일·일본·미국에 법인을 설립해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파트너십과 신뢰 구축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독일과 일본에 설립된 종속회사에서 실질적인 매출액과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
파크시스템스는 첨단 연구기관, 대학, 기업 연구소 등과의 B2B 중심 거래가 주요 매출원이기에 3년 이상의 장기간의 연구개발을 버티기 위해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소비자 중심의 해외시장(B2C)에 진출할 경우 신흥 시장 중심, 현지 법인 설립 및 적극적인 자금 조달로 확장이라면 기술 중심의 해외수출 기업은 선진 시장으로 중심, 기술력 기반의 신뢰를 구축하고 내부 자금으로 안정적 성장 전략을 고수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높은 중소기업이 해외진출을 할 때 펼쳐야 할 모범적인 전략이다.
셋째, 글로벌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쟁점에 대해서 다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SG 경영이 무역 조건으로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유럽은 ESG를 강력히 지지하며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정치적 변화에 따라 ESG의 중요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유럽 시장에는 이에 부합하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동시에 변화하는 미국 정책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동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유럽 시장에서는 ESG 규제를 철저히 준수하고, 지속가능성을 마케팅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야 하며, 미국은 대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한 시장 확대를 목표로 해야 양 시장에서의 수출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외 수출은 국가 간의 거래이기에 정부의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무시 못한다. 특히나 방산산업의 경우 정부의 금융보증이 없다면 계약 자체가 어렵다. 또 최근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무역 장벽 해소, 통상 외교 강화 등 다각적인 정부 지원이 동반돼야만 수출이 가능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변화와 다면화를 해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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