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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도울 것’ 서부지법 폭동에도 공유된 그들만의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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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세력의 세계관에는 ‘결국 트럼프는 우리 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이후에도 “우리에겐 트럼프라는 강력한 패가 있다”며 “조금만 믿고 기다려보자”는 글이 공유됐다. 부정선거 음모론 등 미국 내 극우 세력과 선을 긋고자 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와 괴리된 인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극우 성향 ‘신남성연대’가 운영하는 텔레그램방에서 한 관리자는 “우리에게는 트럼프라는 강력한 패가 있다. 트럼프도 지금 상황과 똑같이 겪었다”며 “부정선거에 의문을 품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로 쳐들어갔고 부수는 걸 좌파와 기자들이 미친 듯이 보도했다. 투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이성이 마비된 ‘트럼프에 미친 지지자들’ 프레임을 씌우면서”라고 했다.

관리자는 “트럼프도 겪었던 일”이라며 “트럼프는 머그샷까지도 찍고 대통령이 됐다. 조금만 믿고 기다려보자. 기대 안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구속영장 기각된 거 예상 못한 바 아니니, 우리 모두 힘내보자”라고 했다.

서부지법 폭동이 정치적 빌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들의 편이니, 조바심 갖지 말고 침착하게 기다리자는 취지의 글이다. 약 2만9000명이 참여하고 있는 이 텔레그램방은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하는 쪽으로 댓글 작업을 펼치기 위해 개설됐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flickr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flickr
▲ 20일 올라온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게시물.
▲ 20일 올라온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게시물.

보수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반복된다.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서 한 누리꾼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을 언급하며 “내일부터 상황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계엄 이후 드러난 사실들을 보면 윤석열과 트럼프 측은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트럼프가 취임을 하게 되면 자신이 피해자였던 부정선거를 언급하면서 중국간첩들이 선관위에서 조작하고 있었다는 걸 언급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도 “트럼프 개입은 확정이네 게임 끝났다”라면서 “윤 대통령이 서부지법에 시정할 마지막 기회를 줬는데 서부지법은 받아들이지 않음. 결국 응징이 가해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편을 들 것이라고 볼만한 확실한 근거는 없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20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 공화당 내 가장 큰 정파인 ‘공화당 연구위원회’라는 모임의 의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굉장히 애를 쓰는 중”이라며 “극단적인 이념 세력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국의 거리 세력에 관심을 기울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내 확산됐던 부정선거 음모론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열기가 식은 상태다. 박인휘 교수는 “과거에 트럼프가 제기했던 부정선거 주장은 미국 내 정당한 사법 체계에 의해 수용되지 않았다. 한국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광철 미주민주참여포럼 대표는 지난 16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미국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가능했던 건 매우 많은 수의 유권자가 광대한 지역에 퍼져 있고 선거제도가 주별로 다 달라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실제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했던 정치인들이 최근 선거에서 다 낙마해 음모론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최광철 대표는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윤석열 대통령이 벌인 이 상황이 아주 기가 막히고 싫을 것이라 보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그간 바이든 전 대통령에 지나치게 쏠리는 외교를 펼쳤다.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를 홀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가 극도로 경계하는 건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와 2021년 미국 연방의사당 폭력 사태를 동일시하려는 정치적 시도”라고 덧붙였다.

▲ 지난 17일자 스카이데일리 1면
▲ 지난 17일자 스카이데일리 1면

극우 성향의 매체 스카이데일리도 윤석열 대통령 지지 세력의 세계관을 확고히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신남성연대’ 관리자는 글에서 “몇 안 되는 믿을만한 언론”이라며 “스카이데일리에서 선관위를 털기 위한 이번 계엄령이 한-미 연합작전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보도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으며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미국과 연합작전을 펼친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조정진 스카이데일리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스카이데일리의 보도를 암묵적으로 인정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조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의지에 따라 초청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미국 의회 합동취임식준비위원회 위원장 이름으로 발행된 초청장만 22만여장으로 각 상·하원 의원실이 배분하는 것이지 트럼프 행정부 차원에서 개별 초청장을 보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사를 직접 관람하는 인원은 600명에 불과하다.

박인휘 교수는 “각 종교단체, 시민단체, 기업 등 관행적, 의례적으로 보내는 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 수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알고 초청하는 것라고 볼 수 없다. 초청장을 받았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하는 건 억측”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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