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자 국민의힘은 ‘야권 1위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때리기에 일단 당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다만 조기 대선에 가까워지면서 결국 윤 대통령과 ‘거리 두기 시점’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는 여권 지도부가 ‘극렬 지지층’에 올라탄 모습이지만, 중도층 지지 없이 선거에서 승리하긴 어렵다는 점에서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주말이 지나고 열린 20일 비상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는데 공력을 쏟았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수사와 탄팩심판을 재촉하면서 정작 본인은 재판에서 조퇴했다”며 “조기 대통령선거로 범죄를 덮겠다는 이 대표 의도를 온 국민이 알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날 리얼미터가 공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46.5%)은 오차범위 밖에서 민주당(39.0%)을 앞질렀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약 6개월 만에 역전한 셈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를 염두에 둔 듯 “민주당이 살려면 ‘이재명을 손절해야 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고 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불법 대북 송금, 대장동, 백현동 개발 비리, 허위사실 유포, 위증교사 이재명 피고인”이라고 직격했다. 임이자 비대위원은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불법 대북송금, 대장동 사건 등 이 대표가 기소된 사건을 일일이 나열하면서 “범죄 피의자 이재명이 법 앞에 평등을 말했는데 적어도 범죄 피의자 이재명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라고 맹공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는 고심하는 모양새다. 한동훈 전 대표 체제에서 추진했던 당 윤리위원회의 윤 대통령 제명·출당 조치 논의는 멈춘 상태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이후 폭력 사태를 부추기는 듯한 여권 인사들의 발언이나 강성 지지층을 향해서도 명확히 선 긋기를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우리 당에서도 폭력 선동하거나 비호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각별히 말과 행동을 주의해 달라”며 당내 인사들에게 언행 자제를 호소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강성 지지층에 대해 비판을 삼가는 기류에는 최근 당 지지율 상승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진영 대결이 격해지면서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원로 인사는 “국민이 40%대 이상 지지하고 있으니 그 탄력을 받아서 대통령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대통령과 함께 가는 여당의 몫”이라며 “(대통령과 선 그을 경우) 탄핵도 안 됐는데 대선 준비한다고 하면 지지자들이 뭐라고 하겠나. 사법부 판단이 나오면 그때 승복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보수 진영) 국민들은 마음을 둘 데가 없다”고 했다.
반면 당내 소수인 친한계는 당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을 향해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6선의 조경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서부지법 폭력 사태에 대해 “사법권능을 정면으로 부정한 이 행위에 대해 우리 여당이 먼저 조금 더 단호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다면 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결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구속된 상황에서 당이 좀 더 민심을 헤아리고 보다 더 결연한 성찰과 의지를 다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성찰을 해야 중도층이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잘못한 부분은 잘못했다고 인정하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을 잘못 모신 점에 대한 책임을 당이 같이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거리두기 시점을 실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여당 지도부가 먼저 메시지를 내야 하는데 지금은 강성 지지층에 올라타거나 뒤따라가고 있다”며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결단하는 시점을 당기는 게 중요하다. 여당이 지금부터라도 극렬 지지층을 진정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당내에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성 지지층 목소리에 끌려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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