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地圖)에도 없다. 다만 뱃사람들만 알아보는 해도(海圖)에 점 하나로 찍혀 있을 뿐이다. 이름도 어스름하다. 어떤 이들은 ‘응봉도’다, ‘수리봉’이다, 혹은 ‘용아루’라고 부르지만, 그 이름의 출처는 알 길도, 알 필요도 없다. 그냥 물 고랑 창에 웅크리고 있는 바위와 흙덩어리의 모습이다.
그런 곳을 두고 때만 되면 사람들은 그저 안달한다. 못 봐서 속을 끓이고, 내딛지 못해 애를 끓인다. 자연스러움의 끝을 간직하고 있는 그곳엔 뭍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선물이 있다.
어김없다. ‘용아루’를 지키고 있는 녀석들의 자태가 훤칠하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갯바위 끝자락에서 놈들은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는 보금자리를 펼치고 있다. 산란을 준비하고 있는 저어새다.
생존의 본능일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앉아 있다가도 움찔한다. 행여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띌까 몸을 잔뜩 사린다. 혹시 눈치챌까? 숨죽여 살금살금 다가가는 쪽배의 엔진 소리에도 벼슬을 쫑긋 세운다. ‘후드득’ 노랑부리백로는 인기척을 피해 멀리 날개를 편다.
특정도서 인천시 강화군 아차도리 ‘응봉도’와 ‘용아루’(작은 응봉도). 아차도의 대빈창 해변과 볼음도의 조개골 해변 사이의 물골이 이 작은 두 섬의 본래의 터다. 분지도에서 뱃길로 10분 남짓한 거리를 두고 조용히 앉아 있는 모양새다.
응봉도의 우거진 숲보다는 풀 한 포기 자랄 것 같지 않은 갯바위 용아루에 눈이 먼저 옮겨진다. 그곳에서는 희귀 새들의 끊이지 않는 날갯짓이 있다.
인간에게는 난공불락의 요새였지만 새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휴식처가 용아루였다. 쪽배의 시동을 끈 채 조류에 배를 맡기고 용아루 주변을 한 바퀴 빙 돌았다. 바닷물 속에 가려진 암초는 이방인의 발길을 거부하고 있었다.
아무리 용을 써도 발을 내디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저어새 6마리와 노랑부리백로 2마리가 용아루 바위의 꼭짓점에서 부드러운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용아루 바위 옆면은 물리·화학적 풍화작용을 받은 U자형의 타포니(Taffoni)가 뭍에서 보지 못하는 흔치 않은 풍경을 연출한다.
용아루는 인천시의 ‘인천 연안 도서 해양환경 조사 및 보전·관리 계획수립’ 용역보고서에 등장한 섬이다. 그전에는 도서목록에조차 없던 섬이었다. 환경조사를 벌인 용역팀의 눈에는 ‘충분히 보존가치가 있는 섬’으로 평가됐다.
희한한 것은 응봉도다. 더 많은 희귀 새들이 찾을 것 같았지만 응봉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3천157㎡ 면적의 응봉도는 일명 ‘수리봉’이라 불린다.
수리봉은 산봉우리가 독수리 형상과 같다 해서 매 ‘응’(鷹)자와 봉우리 ‘봉 ‘(峰)자를 써 ‘독수리 봉’으로 일컬어진다. 암석해안과 자갈, 모래가 뒤섞인 해안은 여느 무인도와 다를 것이 없다.
밀물 때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시간이 되면 몸을 드러내는 펄 습지와 암반은 역시 외지인의 발길을 거부한다. 절벽이 허리를 곧추세우고 있는 터라 섬은 위쪽에만 풀꽃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분꽃나무, 갯질경이, 팥배나무, 붉나무, 갈퀴꼭두서니, 노랑원추리, 음나무 등도 터를 잡고 있다. 그다지 수리봉만의 특징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갯바위 틈에는 조무래기따개비와 고랑따개비 갯강구, 무늬발게 등 7종의 해양생물들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역시 여느 갯바위와 차이점이 없다.
전문가들은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인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다고 보고서를 내고 있지만, 확인할 길이 여의치 않았다.
/박정환 선임기자 hi21@incheonilbo.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