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연재] 한강하구 이야기(16)

인천일보 조회수  

지도(地圖)에도 없다. 다만 뱃사람들만 알아보는 해도(海圖)에 점 하나로 찍혀 있을 뿐이다. 이름도 어스름하다. 어떤 이들은 ‘응봉도’다, ‘수리봉’이다, 혹은 ‘용아루’라고 부르지만, 그 이름의 출처는 알 길도, 알 필요도 없다. 그냥 물 고랑 창에 웅크리고 있는 바위와 흙덩어리의 모습이다.

▲ 물 고랑 창에 웅크리고 있어 바위와 흙덩어리가 한데 뭉친 모습을 한 수리봉. /인천일보DB
▲ 물 고랑 창에 웅크리고 있어 바위와 흙덩어리가 한데 뭉친 모습을 한 수리봉. /인천일보DB

그런 곳을 두고 때만 되면 사람들은 그저 안달한다. 못 봐서 속을 끓이고, 내딛지 못해 애를 끓인다. 자연스러움의 끝을 간직하고 있는 그곳엔 뭍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선물이 있다.

어김없다. ‘용아루’를 지키고 있는 녀석들의 자태가 훤칠하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갯바위 끝자락에서 놈들은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는 보금자리를 펼치고 있다. 산란을 준비하고 있는 저어새다. 

▲ 용아루 갯바위 끝자락에서 산란을 준비하고 있는 저어새다. / 인천일보DB
▲ 용아루 갯바위 끝자락에서 산란을 준비하고 있는 저어새다. / 인천일보DB

생존의 본능일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앉아 있다가도 움찔한다. 행여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띌까 몸을 잔뜩 사린다. 혹시 눈치챌까? 숨죽여 살금살금 다가가는 쪽배의 엔진 소리에도 벼슬을 쫑긋 세운다. ‘후드득’ 노랑부리백로는 인기척을 피해 멀리 날개를 편다.

특정도서 인천시 강화군 아차도리 ‘응봉도’와 ‘용아루’(작은 응봉도). 아차도의 대빈창 해변과 볼음도의 조개골 해변 사이의 물골이 이 작은 두 섬의 본래의 터다. 분지도에서 뱃길로 10분 남짓한 거리를 두고 조용히 앉아 있는 모양새다.

▲ 작은 ‘응봉도’로 불리는 용아루 전경. /인천일보DB
▲ 작은 ‘응봉도’로 불리는 용아루 전경. /인천일보DB

응봉도의 우거진 숲보다는 풀 한 포기 자랄 것 같지 않은 갯바위 용아루에 눈이 먼저 옮겨진다. 그곳에서는 희귀 새들의 끊이지 않는 날갯짓이 있다.

인간에게는 난공불락의 요새였지만 새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휴식처가 용아루였다. 쪽배의 시동을 끈 채 조류에 배를 맡기고 용아루 주변을 한 바퀴 빙 돌았다. 바닷물 속에 가려진 암초는 이방인의 발길을 거부하고 있었다.

아무리 용을 써도 발을 내디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저어새 6마리와 노랑부리백로 2마리가 용아루 바위의 꼭짓점에서 부드러운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 바위에 앉아있는 저어새와 그 주위를 날고 있는 노랑부리백로. /인천일보DB
▲ 바위에 앉아있는 저어새와 그 주위를 날고 있는 노랑부리백로. /인천일보DB

용아루 바위 옆면은 물리·화학적 풍화작용을 받은 U자형의 타포니(Taffoni)가 뭍에서 보지 못하는 흔치 않은 풍경을 연출한다.

용아루는 인천시의 ‘인천 연안 도서 해양환경 조사 및 보전·관리 계획수립’ 용역보고서에 등장한 섬이다. 그전에는 도서목록에조차 없던 섬이었다. 환경조사를 벌인 용역팀의 눈에는 ‘충분히 보존가치가 있는 섬’으로 평가됐다.

희한한 것은 응봉도다. 더 많은 희귀 새들이 찾을 것 같았지만 응봉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3천157㎡ 면적의 응봉도는 일명 ‘수리봉’이라 불린다.

수리봉은 산봉우리가 독수리 형상과 같다 해서 매 ‘응’(鷹)자와 봉우리 ‘봉 ‘(峰)자를 써 ‘독수리 봉’으로 일컬어진다. 암석해안과 자갈, 모래가 뒤섞인 해안은 여느 무인도와 다를 것이 없다.

▲ 바위에 앉아있는 저어새들 사이로 날아드는 또다른 저어새. /인천일보DB
▲ 바위에 앉아있는 저어새들 사이로 날아드는 또다른 저어새. /인천일보DB

밀물 때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시간이 되면 몸을 드러내는 펄 습지와 암반은 역시 외지인의 발길을 거부한다. 절벽이 허리를 곧추세우고 있는 터라 섬은 위쪽에만 풀꽃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분꽃나무, 갯질경이, 팥배나무, 붉나무, 갈퀴꼭두서니, 노랑원추리, 음나무 등도 터를 잡고 있다. 그다지 수리봉만의 특징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갯바위 틈에는 조무래기따개비와 고랑따개비 갯강구, 무늬발게 등 7종의 해양생물들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역시 여느 갯바위와 차이점이 없다.

전문가들은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인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다고 보고서를 내고 있지만, 확인할 길이 여의치 않았다.

/박정환 선임기자 hi21@incheonilbo.com

인천일보
content@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뉴스] 랭킹 뉴스

  • [호텔 Inside] 파르나스호텔, 크리스마스트리 캠페인 역대 최고 모금액 기부 外
  • K-식품, 웰빙 혁명 중심에 '우뚝'
  • 진병영 함양군수 ‘새로운 비전’ 제시
  • [여수시 소식] ‘생활폐기물 불법투기 근절 종합대책’ 마련
  • “엄마의나라 베트남 처음 왔어요”
  • 거창사과 도입 100년, 대한민국 사과산업 선도

[뉴스] 공감 뉴스

  • 거창사과 도입 100년, 대한민국 사과산업 선도
  • '전광훈 尹 구출' 묻자 교정본부 "가능성 없다"
  • 尹, 체포 전 "총 쏠 수 없나" 묻자 김성훈 "알겠습니다"…경찰, 진술 확보
  • “어머, 이게 된다고?” .. 시든 채소, 거짓말같이 싱싱하게 만드는 ‘방법’
  • 조근제 함안군수, 설 앞두고 전통시장서 현장 목소리 청취
  • 에버트레져 “여성 특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글로벌 도약 발판”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설 연휴에 운전할 아빠들 필독!” 서울시, 연휴 정체 막기 위해 내린 결단
  • “10년째 불륜 속 임신” 김민희, 임신 중에도 64세 홍상수 위해 운전하는 미니쿠퍼
  • “한국에서 이러지 마 제발”불법체류 무면허 운전자와 사고 났을 때 대처법
  • “2천만원대 그랜저급 하이브리드 세단!” 국내 출시하라 난리난 이 차
  • “KGM이 울고 토요타가 깜짝 놀랐다” 기아 타스만 드디어 공개!
  • “현대차 일본에서 망했다던데..” 한정판 코나로 만회하나
  • “안 팔린다는 1억짜리 제네시스” GV80 블랙으로 독일차 넘는다
  • “원조 갤로퍼의 귀환” 싼타페가 이렇게 나왔어야지!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나만 혼자였다” … 왕종근, 방송국 떠난 이유

    연예 

  • 2
    정선 하이원리조트 스키장 리프트권 할인 렌탈샵 스타스키

    여행맛집 

  • 3
    원어스, 'IKUK' 컴백 첫주 활동 성료! '강렬+파워풀' 안무

    연예 

  • 4
    홍상수 혼외자 출생신고는?…김민희 단독으로, 인지절차 거쳐야 [MD이슈]

    연예 

  • 5
    '나폴리는 김민재를 잊을 수 없다'…나폴리 시장가치 역대 베스트11 선정

    스포츠 

[뉴스] 인기 뉴스

  • [호텔 Inside] 파르나스호텔, 크리스마스트리 캠페인 역대 최고 모금액 기부 外
  • K-식품, 웰빙 혁명 중심에 '우뚝'
  • 진병영 함양군수 ‘새로운 비전’ 제시
  • [여수시 소식] ‘생활폐기물 불법투기 근절 종합대책’ 마련
  • “엄마의나라 베트남 처음 왔어요”
  • 거창사과 도입 100년, 대한민국 사과산업 선도

지금 뜨는 뉴스

  • 1
    이미 세터 4명인데, 패패패패패패 꼴찌 감독 파격…日 2부리그 세터가 봄배구 승부수? 왜 韓 왔을까 "감독님이 해보자고"

    스포츠 

  • 2
    800억 영입 3년만에 ‘이적료 887,000,000,000’역대 최고된 스타…10년 연장 계약→EPL 최다골 경신 시간문제→‘레알 꿈’은 접었다

    스포츠 

  • 3
    ‘모태 미녀’ 한지민, “이 사람은 못 이겨”

    연예 

  • 4
    유통기한 지난 커피믹스, '200%' 유용하게 사용하는 방법

    여행맛집 

  • 5
    상상도 못 한 방법… 집안 냄새 제거를 위한 '5가지' 실용 팁

    여행맛집 

[뉴스] 추천 뉴스

  • 거창사과 도입 100년, 대한민국 사과산업 선도
  • '전광훈 尹 구출' 묻자 교정본부 "가능성 없다"
  • 尹, 체포 전 "총 쏠 수 없나" 묻자 김성훈 "알겠습니다"…경찰, 진술 확보
  • “어머, 이게 된다고?” .. 시든 채소, 거짓말같이 싱싱하게 만드는 ‘방법’
  • 조근제 함안군수, 설 앞두고 전통시장서 현장 목소리 청취
  • 에버트레져 “여성 특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글로벌 도약 발판”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설 연휴에 운전할 아빠들 필독!” 서울시, 연휴 정체 막기 위해 내린 결단
  • “10년째 불륜 속 임신” 김민희, 임신 중에도 64세 홍상수 위해 운전하는 미니쿠퍼
  • “한국에서 이러지 마 제발”불법체류 무면허 운전자와 사고 났을 때 대처법
  • “2천만원대 그랜저급 하이브리드 세단!” 국내 출시하라 난리난 이 차
  • “KGM이 울고 토요타가 깜짝 놀랐다” 기아 타스만 드디어 공개!
  • “현대차 일본에서 망했다던데..” 한정판 코나로 만회하나
  • “안 팔린다는 1억짜리 제네시스” GV80 블랙으로 독일차 넘는다
  • “원조 갤로퍼의 귀환” 싼타페가 이렇게 나왔어야지!

추천 뉴스

  • 1
    “나만 혼자였다” … 왕종근, 방송국 떠난 이유

    연예 

  • 2
    정선 하이원리조트 스키장 리프트권 할인 렌탈샵 스타스키

    여행맛집 

  • 3
    원어스, 'IKUK' 컴백 첫주 활동 성료! '강렬+파워풀' 안무

    연예 

  • 4
    홍상수 혼외자 출생신고는?…김민희 단독으로, 인지절차 거쳐야 [MD이슈]

    연예 

  • 5
    '나폴리는 김민재를 잊을 수 없다'…나폴리 시장가치 역대 베스트11 선정

    스포츠 

지금 뜨는 뉴스

  • 1
    이미 세터 4명인데, 패패패패패패 꼴찌 감독 파격…日 2부리그 세터가 봄배구 승부수? 왜 韓 왔을까 "감독님이 해보자고"

    스포츠 

  • 2
    800억 영입 3년만에 ‘이적료 887,000,000,000’역대 최고된 스타…10년 연장 계약→EPL 최다골 경신 시간문제→‘레알 꿈’은 접었다

    스포츠 

  • 3
    ‘모태 미녀’ 한지민, “이 사람은 못 이겨”

    연예 

  • 4
    유통기한 지난 커피믹스, '200%' 유용하게 사용하는 방법

    여행맛집 

  • 5
    상상도 못 한 방법… 집안 냄새 제거를 위한 '5가지' 실용 팁

    여행맛집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