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과 각종 호흡기 감염병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사망자가 급증해 화장장과 장례식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시설 예약이 어려워진 유족들은 4일장이나 5일장을 치르거나 먼 거리의 화장장을 찾아가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장 혼란이 여전하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기준 전국 외래 환자 1000명당 독감 증상 환자는 86.1명이다. 정점에 비해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메타뉴모 바이러스, 코로나19 등 여러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 유행하면서 사망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대구 등 주요 도시 화장장은 예약이 며칠 치 앞까지 가득 찬 상황이다.
부산 영락공원은 화장로 가동 횟수를 기존 하루 7회에서 11회로 늘렸지만, 여전히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창원시립마산화장장은 타 지역민 예약을 중단하고 지역민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치를 취했다. 대구 명복공원은 화장로의 고장 위험을 무릅쓰고 풀가동 중이다. 경기 용인평온의숲 화장장은 개장 유골 전용 화장 회차를 일반 시신 화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장장을 예약하지 못한 유족들은 장례 절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빈소를 구하지 못해 장례를 지연하거나 먼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3일장이 아닌 4일장이나 5일장을 치르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4주 차 기준 3일장 비율은 78%였으나, 올해 1월 들어 58%로 감소했다. 대구 명복공원의 경우, 올해 3일 차 화장률은 40%대로 떨어졌으며 이는 지난해 연평균 71%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서울시는 화장장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의 운영시간을 2시간 연장했다. 또한 평소 사용하지 않던 정비 화장로를 가동해 하루 처리 가능 건수를 기존 180건에서 223건으로 확대했다. 더불어 화장 시간을 20분 단축할 수 있는 스마트 화장로를 도입해 서울시립승화원의 화장로 10기를 교체했고, 내년까지 전량 교체를 완료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국 화장시설을 증설했지만, 이번 호흡기 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사망자 급증에는 대응이 부족한 상황이다. 2019년 말 59곳이던 화장장은 현재 62곳으로 늘었고, 화장로는 357기에서 391기로 9.5% 증설됐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예약난 완화는 체감하기 어렵다. 보건복지부는 사망자 증가세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달까지 전국 화장시설의 가동 횟수를 최대한 늘리고 예비 화장로를 동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장묘 방식의 다변화를 위해 ‘장사 등에 관한 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산이나 바다 등에 골분을 뿌리는 산분장이 오는 24일부터 허용된다. 서울시는 서울시립승화원에 산분장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장묘 문제를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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