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 ‘트럼프 2.0 시대’가 본격 개막된다.
동맹국과 적성국을 가리지 않고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트럼프 2기 정부가 공식 출범함에 따라 국제 무역 질서와 한국 경제가 또 다시 대변혁에 직면하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20일 낮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로툰다)에서 취임식을 한다. 그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한 뒤 취임사와 함께 앞으로 4년간의 국정 비전을 밝힐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임기는 미국 헌법에 따라 낮 12시(한국 시간 21일 오전 2시) 시작된다.
대선 당시 ‘취임 당일 하루는 독재를 하겠다’고 강조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당일 경제, 통상, 이민, 에너지, 대외정책 등과 관련한 100여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그는 취임 하루 전인 19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개최한 대선 승리 축하 집회에서 “내일(20일)을 시작으로 난 우리나라가 직면한 모든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역사적인 속도와 힘으로 행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작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 멕시코와 캐나다가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방지에 노력하지 않는다며 취임 당일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들 국가 외에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도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대해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외국의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관세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당선인은 법적 절차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무역법이 아닌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따라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자신의 공약 이행을 위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이 같은 정책은 무역 상대국의 보복관세 대응으로 이어져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를 강화시키고 교역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실제 캐나다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역시 트럼프의 강경 방침에 순순히 굴복하지 않겠다며 보복 관세 대응을 시사한 상태다.
세계은행(WB)은 지난 16일 미국의 10%의 보편관세 부과로 인해 통상전쟁이 현실이 될 경우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2.7%에서 2.4%로 0.3%p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관세가 현실화하면 우리나라 수출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편관세 20%와 대중국 관세 60%를 부과할 때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5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공약보다는 완화된 형태로, 대중 관세는 현재의 약 11% 수준에서 30~40%로 인상되는 수준일 것”이라며 “대상 품목도 자본재 및 반도체 등 첨단장비, 일부 소비재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원/달러 환율의 추이도 한국 경제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작년 11월 1400원 초반 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400원 후반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등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진 이유 외에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상승폭 가운데 50원가량은 글로벌 강달러 요인, 나머지 20~30원은 비상계엄 충격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탄핵정국의 정치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인 관세정책이 현실화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게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환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경우 국내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소비 위축을 심화시켜 경기 침체 탈출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댓글0